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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바깥쪽 참호·병풍같은 돌장벽으로 만반의 방어태세
역사의 숨결어린 요동- 고구려 유적 답사기행<33>
중부일보 2010.09.27  남도일보 2012.08.16 00:00 

산성 남벽과 그 바깥벽 아래로 흐르고 있는 범하강


최진보산성은 방어체계가 완벽하기로 요동 고구려산성에서 꼽힌다. 먼저 남문을 보자. 남문은 공들여 터를 잡고 설계하였다. 두텁고 길며 높게 쌓은 토산으로 밖에서 성안으로 들어가는 골짜기 입구를 막고(배수구는 별도로 내놓았음), 한쪽 옆(서쪽) 문터에다 안팎으로 옹문을 하나씩 쌓아 두 문이 하나로 맺혀 문지키는 군사들이 서로 배합할 수 있는데다가 거기서 조금 서쪽으로 떨어져 있는 암문으로 출입이 편리하여 전쟁할 때 여러 방향으로부터 남문을 쳐들어오는 적들을 방어할 수 있었다. 또 남문 밖에 동서로 흐르는 범하가 천연적인 해자처럼 산성남쪽에 기다란 방어벽을 하나 쌓아놓은 듯하다.

▶산성의 희한한 방어시설과 근처 수비성
 
북문도 특이하다. 북벽 중간에 위치한 이 문 양측에는 흙과 돌조각으로 혼축된 높고 두터운 성벽이 뻗어나갔다. 문 옆 성벽 밑의 두께는 31m, 높이는 18m, 윗면의 너비는 2~3m다. 하지만 북문 출입로의 너비는 5m밖에 안 된다. 그런데 북문 바깥 쪽 8.5m 떨어진 위치에 불규칙 삼각형 모양의 흙 둔덕이 솟아 있다. 이 삼각형 둔덕의 한 각이 북문을 향하고 있어 북문 바깥통로를 좁은 두 갈래 길로 갈라놓았다. 고증에 의하면 고구려인이 산성 북문터를 낼 때 이 삼각형 둔덕이 북문 앞의 자연방벽이 되도록 일부러 남겨둔 산체이다. 
 
그러므로 성 밖에서 북문으로 들어오는 길이 더 좁고 험해졌다고 한다. 그리고 북문 옆 동켠 성벽 바깥쪽으로 동서길이가 20m, 남북너비가 8m 되는 치를 쌓아놓았고 서켠 성벽 바깥쪽으로는 보루 같은 건물을 설치하여 북문의 방어기능을 높였다.
 
이 산성의 방어기능을 강화하기 위하여 현지인이 일컫는 각대를 여러 곳에 설치해 놓았다. 고증에 의하면 각대가 모두 8개 있다. 그중 7개는 성벽이 꺾이어 나아가는 모퉁이에 설치되었고, 하나는 산성바깥 동남쪽으로 범하 강변과 가까운 해발 124m 되는 산봉우리에 쌓아 놓았다. 각대들의 형상과 구조가 거의 같은 바, 모두 밑에는 돌로 쌓고 상반부는 흙으로 쌓은 꼭대기가 잘린 원추형 모양으로 되었다고 한다. 성벽 서북쪽 모퉁이의 각대는 2m 채 안 되는 거리를 사이에 두고 성 안쪽의 각대와 가깝게 이웃하고 있다. 이 성 안쪽 각대는 그 아래 동쪽으로 길이가 60m, 너비가 1m 되는 산위로 가며 점점 높아지도록 닦아놓은 비탈길과 이어져 있다. 
 
이 길은 성 북벽과 평행되는데 그 사이에 성벽을 따라 에도는 성안 마도(馬道)가 나 있다. 북쪽 성벽과 서쪽 성벽의 모서리에 이 두 각대를 그렇게 가깝게 설치해 놓은 까닭은, 쳐들어오는 적의 동정을 살피어 사전에 만반의 방어준비를 할 수 있는 산성의 중요한 구역이기 때문이다.
 
성의 바깥쪽에 참호를 파 놓거나 돌로 병풍같이 장벽을 쌓아 놓은 것도 최진보산성의 특징이다. 산성의 동벽, 서벽과 북벽 바깥에 참호와 장벽이 네 군데나 있다. 이런 참호와 장벽은 모두 성벽 바깥 쪽 근처 산비탈의 경사도가 비교적 완만한 곳이거나 성 밖에서 성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골짜기 어귀에다 설치하였다. 이렇게 함으로써 성벽 근처에 천연적인 장애물이 없는 결함을 일정하게 보완하여 방어상 취약한 곳을 보강해 주었다. 지금은 허물어져 볼 수 없지만 최진보산성 성벽에 사람이 드나들 수 있는 틈새가 여러 개 있었다고 한다. 이는 전쟁할 때, 성안과 성벽 바깥의 참호와 장벽의 수비군과 서로 연락하고 군사들 이동에 편리하도록 일부러 내놓은 것이다. 산성 서벽 남쪽 끄트머리가 동으로 꺾어지는 곳에 자리한 서남쪽 각대와 북으로 100m 떨어진 성벽에 이런 틈새가 하나 있었다. 
 
이 틈 사이에서 밖으로 나가면 왼켠(남쪽)에 성벽을 두르며 남북으로 난 길이가 82m, 너비가 1.2m, 깊이가 1~1.5m 되는 그리 넓지 않은 참호가 하나 있고, 오른켠에는 북서쪽으로 300m가량 떨어진 곳에 돌로 쌓은 기다란 장벽이 남쪽으로 약간 휘어지게 세로로 나있다. 이 장벽은 중간에 사이가 있는데 거기서 동·서로 두 토막 나눌 수 있다. 동쪽 토막은 그 앞에 골짜기의 방향을 따라 조금 동북쪽으로 기울어져 있고, 서쪽 토막은 동서방향으로 나 있다. 
 
이 두 토막 장벽의 너비는 모두 1.2m로 동쪽 것은 길이가 21m고 서쪽 것은 길이가 30.5m다. 아직 남아있는 이 두 토막 장벽의 높이는 0.5m다. 앞에서 말한 참호와 장벽이 산성 서남쪽에 있는 그 성벽 틈새 바깥쪽에서 아래로 뻗어 내린 산골짜기 양 옆에서 소뿔처럼 마주하고 있고, 또 서남쪽 산성고지를 통제하고 있는 각대가 가까이 있으므로 그 골짜기로 쳐들어오는 적들로 하여금 큰 위협을 느끼게 할 수 있었다. 이 산성의 이러한 방어 구도를 보고 현지 고고조사를 해 본 학자들도 고구려인의 지혜와 슬기에 감탄한다.
 
범하 너머로도 최진보산성의 부속방어시설이 있다. 그것은 산성 남서쪽에 있는 세 겹의 흙으로 다진 장벽을 말하는데 바로 현지에서 일컫는 두도장(頭道墻), 이도장(二道墻), 고장자(高墻子)다. 범하 서남쪽에 위치한 영반촌(營盤村)은 옛날에 고구려군이 주둔했던 곳이란다. 이 마을 동쪽에 길이가 2천m가량 되고 서로 평행되게 200~300m를 사이에 둔 이 세 겹의 장벽은 최진보산성 남문을 가로막는 보호벽으로 남문과 마주하고 있다. 그중 제일 북쪽 장벽은 산성 남문 앞의 범하와 불과 수십m 사이에 두고 있다. 이 세 겹의 장벽은 최진보산성의 1차 방어벽으로 산성 수비에 이로웠다. 
 
산성 밖의 이런 부속시설은 요동 다른 고구려산성에서 찾아보기 드문 것이어서 고고학자들에게 연구 과제를 남기고 있다.
 

성 안 최고봉의 성벽터

중요한 성곽이나 군사 요충지는 가까운 곳이나 인근 통로에 규모가 비교적 작은 수비성을 배치하여 전쟁 시 서로 호응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옛 고구려성곽 분포의 한 가지 특성이다. 최진보산성이 바로 그러하다. 이 산성에서 서남방향으로 약 4km 떨어져 있는 범하 남안의 청룡산에 최진보산성보다 작은 고구려산성이 자리 잡고 있다. 청룡산산성 또는 장루자(張樓子)산성이라 일컫는 이 산성은 범하를 사이에 두고 최진보산성과 가깝게 마주보여 최진보산성의 "형제성", "자매성"이라고도 불린다. 청룡산산성의 동·북 양쪽은 범하 하곡지대와 큰길이고 서쪽은 요하 충적평원이다. 이 산성은 요동지역 옛 고구려산성 중에서 요하강과의 거리가 제일 가깝다. 청룡산의 6개 작은 산머리로 둘러싸여 이루어진 이 산성은 대체적으로 4각형 모양으로 남쪽이 높고 북쪽이 낮으며 둘레의 길이는 2천213m다. 산성 한복판에 남북방향으로 산등성이가 가로 솟아있어 성안을 자연적으로 동쪽과 서쪽 양 부분으로 갈라놓았는데 현지에서는 그것을 가리켜 동성(東城)과 서성(西城)이라고 부른다. 
 
성벽은 산등성이를 따라 대부분 돌조각이 섞인 흙을 다져 쌓았는데 산세가 낮고 움푹 팬 곳에는 양옆에 성벽의 높이와 가지런하게 쌓아 올려 성벽은 총체적으로 기복이 크지 않다. 성벽은 괜찮게 보존된 셈인데 밑면 너비는 약 8m고 윗면 너비는 약 3~4m 된다. 성문은 남·서·북쪽으로 세 개가 있다. 성의 네 모서리에 각각 전망대가 있고 장대는 동성 안에 설치되었다. 
 
옛 건물터는 주로 동성 안 동쪽 비교적 높은 곳에서 볼 수 있다. 성안의 지세가 비교적 평탄한 이 산성은 비록 산위에 자리 잡고 있지만 지면이 산성 주변의 사방으로 확 트인 개활지(開闊地)보다 그저 10여m 높다. 그러므로 이 산성은 실제로 평지성이라 할 수밖에 없다. 
 
현지 고고학자들의 분석에 의하면 청룡산산성은 최진보산성의 위성 성이자 평원성인데, 평소에 고구려인이 여기서 농사를 짓고 살면서 성을 지키다가 적들이 쳐들어 올 때는 최진보산성과 호응하며 협동작전을 벌였다고 한다. 그러다가 어쩔 수 없는 상황하에 최진보산성으로 물러나 거기서 결사적으로 산성을 수호했다고 한다.

장광섭/중국문화전문기자  윤재윤/요령조선문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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