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2052126595&code=990304 

[기고]KTX 민영화의 허구
조명래 단국대 교수·도시계획학
입력 : 2012-02-05 21:26:59ㅣ수정 : 2012-02-05 21:27:01

지금 정부는 14조원의 국민 혈세를 쏟아부어 만든 국민의 자랑 고속철(KTX)을 대자본에 팔아넘길 궁리를 하고 있다. KTX는 직원의 10분의 1로 연간 총매출액의 3분의 1을 생산해내는, 그래서 만성적자를 흑자로 전환시켜 낼 ‘황금의 알’이다. 또한 KTX는 국민의 기업이 보살피는 ‘국민의 발’이면서, 그 운영 이익금(약 3000억원) 덕분에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열차를 원가의 반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주는 ‘교통복지재원’이다. 

민간기업에 팔 부분은 2015년 초 개통 예정인 수서~목포(호남선), 수서~부산(경부선) 고속철의 운송사업 경영권이다. 민간과의 경쟁을 통해 철도사업의 경영적자를 탈피하자는 게 정부의 의도다. 경쟁체제의 도입으로 경영구조를 개선해, 그 과실을 국민에게 돌려주자는 것을 나무랄 사람은 없다. 그러나 정권말에 정부가 서두르는 ‘철도경영의 경쟁체제 도입’은 석연찮은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경영 효율성이 떨어져 적자가 나는 부분을 민간의 창의력을 활용해 해결하는 것이 민영화의 본뜻이다. 해서 천문학적 혈세를 들여 만든 황금노선을 민간업체에 임대료만 받고 고스란히 넘기는 것은 민영화가 아니다. 국민의 대다수가 KTX 민영화를 1%의 재벌기업에 대한 특혜로 인식하는 것은 결코 틀린 게 아니다. 참여 기업에 이익을 보장해주기 위해서라고? 공기업이 가져야 할 이익을 왜 민간기업을 위한 미끼로 사용해야 되나? 운임을 최대 20% 낮춰 새마을호 운임으로 KTX를 탈 수 있게 해주기 위해서라고? 민영화 이후 서비스 요금이 인상된다는 것은 일반적인 경험이다. 철도 원조국 영국도 민영화 이후 1995~2000년 사이 철도운임이 2배가 올라 결국 공영제로 되돌렸다.

말이 민간과의 경쟁이지 유례가 없다. 민간자본에 넘어갈 KTX 노선은 기존 노선과 80%가량 중복된다. 사실상 동일 노선에서 두 사업자가 경쟁을 하게 되는데, 철도의 고정궤도 특수성 때문에 열차 간 운행 경쟁은 불가능하다. 동일 노선에서 정해진 규칙에 따라 상이한 시간대별로 차량을 배분 운행하는 것에 불과해 동일 조건하의 경쟁이 불가능하다. 철도가 완전히 민영화된 일본에서도 지리적 분할로 경쟁체제가 유지될 뿐, 간선노선이나 동일노선에서 경쟁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철도는 거대한 네트워크로 구성되어 있는 시스템산업이다. 철도는 이로 인해 자연독점시장을 형성하고, 그 결과 복수의 사업자가 있으면 오히려 자원배분의 비효율을 낳는다. 철도운영의 경쟁체제는 다수의 운영자와 시설관리자, 유지보수 수행 주체 및 관제 업무를 담당하는 자가 각각 상이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뜻한다. 이 경우, 기관 간 정보 교환 및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많은 불협화음을 낳게 된다. 또한 한정된 수요를 나눠 갖기 때문에 복수의 사업자가 경쟁하면 수익구조는 갈수록 악화되어 서비스의 질 저하를 불러온다. 

정부는 경쟁체제의 도입을 ‘4단계 철도개혁’을 완성하는 마지막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경영악화의 원인, 개선방안의 비교, 경쟁체제 도입의 실제 효과 등을 다각도로 검토해본다면 경쟁은 결코 최종 해법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를 밀어붙이는 것은 철 지난 ‘민영화’ 이념에 대한 MB정권의 집착 때문이다. 최근 글로벌 위기는 신자유주의의 실패에서 기인했고, 이는 곧 민영화의 실패로 표출되고 있다. 선진국들은 그래서 지금 ‘사회적 공공성’을 대안가치로 만들어내는 정책을 개발하는 데 열중하고 있다. 인천공항이나 포항제철을 ‘공영화’의 한국적 성공모델로 세계가 주목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KTX 운영주체인 철도공사도 공영화의 성공모델이 되기에 충분하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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