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개혁, 이것이 문제다](3) 
석패율제, 양당 기득권 지키려 비례대표 뜻 역행
안홍욱 기자 ahn@kyunghyang.com  입력 : 2012-02-05 22:04:37ㅣ수정 : 2012-02-05 22:19:17

1월31일 트위터 이용자 ‘요지경(@yoji0802)’은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HanMyungSook) 언팔 운동”을 제안했다. 언팔은 트위터에서 팔로잉을 했던 상대방과의 관계를 해제하는 것이다. ‘요지경’은 “(민주당이) 그새 당 지지율에 취해 통합진보당을 제껴두고 한나라당과 야합한다는 자체가 배신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고 제안 배경을 설명했다. 당시 민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를 위해 적극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진보당과의 협의 없이 새누리당(옛 한나라당)과 석패율제 도입에 합의한 것을 문제삼았다. 한 대표의 트위터 팔로워는 언팔 운동에 이틀간 3000명 이상 줄었다가 다시 반등하고 있다. 5일 오후 4시 현재 팔로워 수는 16만7976명이다.

석패율제는 총선에서 열세 지역에 출마해 낙선한 정당 후보를 비례대표로 당선시키는 제도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해 4월 특정 정당이 시·도별 전체 의석수의 3분의 1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은 경우 제한적으로 석패율제를 적용하는 ‘지역구결합 비례대표제’란 이름으로 제안했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여야 간사는 지난달 17일 ‘3분의 1 미달 지역’을 대상으로 석패율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지만, 진보정당의 반발 등으로 19대 총선 적용 여부는 불투명하다.

거대 양당은 석패율제를 도입하려는 취지로 지역주의 극복을 앞세운다. 1988년 국회의원 소선거구제가 도입된 후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사실상 영호남을 지역 기반으로 독점해왔다. 

 

긍정적 기대는 지역주의 완화를 위한 과도적 조치라는 점이 유일하다. 선관위 관계자는 “지역구결합 비례대표제는 지역주의 완화를 위한 고육책 측면도 있다”고 말한다.

전체적으로는 정치 발전에 역행하는 조치가 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당장 지역주의 완화의 기대 효과는 상징적인 의미에 그치고, 오히려 여야 거대 정당의 기득권을 유지시키는 방편이 될 수 있다. 민주당이 석패율제 적용 지역을 3분의 1 미만에서 10분의 1 미만으로 수정해 추진하는 것을 19대 총선에 대입하면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절대 강세 지역인 영남과 호남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새누리당이 호남에서, 민주당이 영남에서 2~3명의 석패율제 수혜 의원을 건진다 해도 지역주의 완화라고 보기에는 미미한 숫자다.

반면 거대 정당의 지역구 영향력은 더 확대될 수 있다. 통합진보당 노회찬 대변인은 “석패율제 도입 시도는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승자독식의 현행 선거를 유지하기 위한 담합”이라고 말했다. 석패율제가 사실상 영호남 후보에게만 적용되는 것은 그외 지역에 대한 차별이 되고 표의 등가성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석패율제는 인물 중심 선거와 정치 행태를 극복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 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는 “석패율제는 부활당선 여부가 지역구에 출마한 인물의 득표 결과로 이뤄지기 때문에 인물 중심의 선거경쟁을 심화시키고 외려 정책 경쟁에 기초한 정당정치의 가능성을 낮출 것”이라고 말했다. 

비례대표제 취지도 훼손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역구 의원은 해당 지역을 대표하지만, 비례대표는 전국 대표성을 갖는다. 그러나 석패율제는 지역에 근거를 둔 비례대표가 생기게 된다. 이러다 보면 직능, 세대, 정책, 사회적 약자 등을 대변하기 위해 도입한 비례대표 취지는 약화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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