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11301158001


[단독]황운하 대전경찰청장 "나는 계속 검찰의 공격을 받을 것이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입력 : 2019.11.30 11:58 


명예퇴직 및 정계출마를 선언한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은 조성식 전 <신동아> 기자와 함께 책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를 썼다. 또 출판기념회를 앞두고 있다. 사진은 황 청장의 사복 프로필 사진을 요청해 제공받았다.

명예퇴직 및 정계출마를 선언한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은 조성식 전 <신동아> 기자와 함께 책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를 썼다. 또 출판기념회를 앞두고 있다. 사진은 황 청장의 사복 프로필 사진을 요청해 제공받았다.


그는 스스로를 ‘모두까기’ 혹은 ‘트러블 메이커’라고 말한다.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57·경찰대 1기)은 11월 중순 무렵 명예퇴직 의사와 함께 정계 진출의 뜻을 피력한 이후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가 지난 11월 25일 황 청장에 대한 울산지검의 수사를 중앙지검으로 이송해 직접 수사한다고 밝힌 이후부터다. 검찰은 황 청장이 울산지방경찰청장으로 재직할 때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의 수사 배후에 청와대의 첩보가 있었다고 이날 언론보도를 통해 밝혔다. 김기현 시장에 대한 선거 방해 목적으로 청와대와 경찰청, 울산지방경찰청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는 느낌을 주게 하는 대목이다. 


<경향신문>은 지난 11월 25일 대전지방경찰청을 찾아 황 청장과의 단독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는 검찰의 황 청장에 대한 사건 이송 보도가 나가기 약 두 시간 전인 오후 2시부터 3시 15분까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황 청장은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측근 비리와 관련해 경찰청의 첩보도 있었다”고 말했다. 굳이 비밀로 할 사안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황 청장이 왜 정치권에 뛰어들기로 결심했는지,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 사건의 배경은 무엇이었는지 등을 물었다. 그는 “지난 30년의 경찰 생활 동안 적을 만들며 살아오기는 했지만 경찰로서 부끄러운 짓은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생각보다 이른 사직 의사 표명이다. 정치권에 뛰어들겠다는 선언도 함께했는데 오래전부터 고민했던 것인가. 


“언제 사표를 내야 할지를 놓고 고민하는 시간이 길었다. 즉흥적으로 결심한 것은 아니다. 경찰 내부의 개혁이나 경찰의 권익향상 등을 위해 경찰 안에서 좀 더 욕심을 내볼까 하는 생각을 안 한 것도 아니다. 그런데 될 것이라는 보장도 없고, 굳이 경찰청장을 하지 않을 거면 정년까지 남은 경찰 생활 몇 년을 더 하는 게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후배들을 위해 미리 용퇴하는 선배의 선례를 남기고 싶었다.” 


-언제부터 정치에 대한 생각이 있었나.  


“그렇게 오래된 것은 아니다. 대전청에 근무하면서도 최근까지 선거에 나갈지 말지, 경찰에 좀 더 머물지를 놓고 굉장히 많이 고민했다. 경찰을 떠나더라도 선거에 나갈지 여부를 놓고도 고민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나도 ‘선거에 나가야 할 이유’와 ‘나가서는 안 될 이유’를 써놓고 생각을 정리하기도 했다.” 


-어떤 것들을 고민했나. 특히 정치를 하면 안 될 이유를 꼽는다면.


“우선 개인적인 삶이 무척 고달파질 것 같았다. 표를 얻어 생활해야 하니까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소신 있는 모습을 지키기도 어렵지 않을까 고민했다.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내가 국회의원 300명 중 ‘n분의 1’로만 존재하며 욕만 먹다 그만두는 존재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도 했다. 그렇다면 내가 굳이 이렇게 뛰어들 필요가 있을까. 그런 고민을 했다. 그리고 과거 나의 모든 행적이 ‘정치를 위한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이 싫었고, 억울했다. 또 정치를 하면 누군가에게 계속 신세를 지게 된다. 그게 정치자금이든, 표심이든 자꾸 빚을 지게 되면 내 소신과 활동이 자유로울 수가 없다. 어떤 형태로든 많은 빚을 지게 되는데 그렇게 잘 살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 


-요약하면 지난 30년간 경찰로 살아온 삶과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인데.


“앞으로도 계속 나는 공격을 당할 것이다. 크게 신경쓰지는 않는다. 하지만 김기현 울산시장의 측근을 수사한 것이 마치 더불어민주당에 잘 보이려고 그런 것 아니냐고 공격당한 것은 기분 나쁘다.”


-당이나 정치권과의 교감은 있었나. 


“미리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적절치 않다. 또 당에 부탁하거나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교감하는 것은 내가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누구에게든 부탁하는 게 싫다.”


-그럼에도 나가야겠다 결심한 것은 그 나름의 이유가 있었을 텐데.


“가장 큰 이유는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이라는 점이었다. 정확하게는 나를 지지하는 학자들에게 내가 논리적으로 졌다. 공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인물은 정치를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정치는 험한 길을 가는 것이니 처음부터 발을 담그지 않겠다고 하면서 빠지면 결국 정치를 해서는 안 되는 사람들만 남지 않겠냐는 논리에 설득됐다. 의무·숙제 같은 것이라고 할까.”


1999년 6월 검찰청에 파견한 경찰에 대해 전원복귀 명령을 내렸을 당시 <경향신문>의 보도. ‘경찰의 반란’의 장본인인 황운하 청장은 “이때부터 ‘검찰 저격수’, ‘모두까기’라는 별명이 붙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경향DB

1999년 6월 검찰청에 파견한 경찰에 대해 전원복귀 명령을 내렸을 당시 <경향신문>의 보도. ‘경찰의 반란’의 장본인인 황운하 청장은 “이때부터 ‘검찰 저격수’, ‘모두까기’라는 별명이 붙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 경향DB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수사와 관련해 피고발인 상태다. 선거의 변수가 될 수도 있다.


“그것도 예상하고 있다. 실제 검찰 출신인 주성영 전 의원(당시 한나라당) 건만 봐도 검찰이 얼마든지 나를 그렇게 이용할 수 있다고 각오하고 있다.” 


-선거 앞두고 특정인 수사 들어가는 방식 말인가. 


“그때 관련 언론보도가 많이 있었다. 주 의원도 주장했었고. 2011년 형사법 개정 사건인데 그때 주 의원이 사개특위에서 박영선 의원과 함께 경찰개혁이 담긴 형사법 개정안에 함께 힘을 실어줬다. 친정인 검찰 편을 안 든 것이다. 시민단체의 주 의원 성매매 혐의 고발은 2009년에 있었는데 약 2년간 검찰은 그 사건을 묵혀놓았다가 총선을 앞두고 2011년 수사에 들어갔다. 그 일로 주 의원이 총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주 전 의원은 그때 검찰이 검찰개혁을 주장한 야당이 이번 총선에서 다수당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자기를 지목해 이런 일을 벌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수사를 이용한 의도적 선거 방해라는 말이다. 검찰이 이번에도 나를 놓고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검찰은 수사를 해야 하고, 거부할 명분도 없다. 


“당연히 응할 것이다. 1년 8개월간 아무런 수사도 하지 않다 선거를 앞두고 수사를 하고, 언론에 흘리는 건 검찰의 수사권 남용이지만 그 자체가 불법은 아니니까.”


-최근 수사 조짐이 보이나. 


“요즘 들어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 최근 울산지방경찰청 직원들을 상대로 서면조사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오비이락(烏飛梨落)이다. 울산시장 선거가 끝나고 수사할 생각은 못 했나.


“솔직히 당시에는 이렇게까지 오해가 있으리라 생각을 하지 않았고,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나에게 계속 시빗거리로 작용할 줄도 몰랐다. 그냥 원칙대로 해야 하지 않나. 원칙. 가장 강력한 동기는 그거였다. 내가 승진하고 지방청장을 울산에서 처음 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전과 다르게 사회지도층 인사, 고위층 인사에 대해 경찰도 강도 높은 수사를 하는 모습을 만들고 싶었다. 울산에 있을 때 반드시 그렇게 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울산청 지능범죄수사대(이하 ‘지수대’)를 대폭 강화하고 개편했다. 그 첫 사건이 김기현 전 시장의 측근 비리였다.” 


-현직 시장에 대한 수사는 부담일 수밖에 없다. 그냥 선거 이후로 미룰 수도 있지 않나.


“그건 대단히 잘못된 것이고, 비겁한 판단이다.” 


-음해성 고발일 수도 있지 않았나. 


“성격이 전혀 다르다. 두루뭉술하게 ‘김기현 전 울산시장 측근 비리’로 표현하지만 혐의가 3가지였다. 김기현 시장 본인에 대한 사건은 아니었다. 첫째는 김기현 시장의 형과 동생이 계속 ‘ㄱ’ 아파트 건축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는 고발이 내가 울산청에 부임하기 이전부터 계속 있었다. 피고발인은 주로 시청이나 구청 공무원들이다. 그 사람들이 특혜를 봐줬다는 고발이다. 시청 및 구청 공무원들의 인·허가가 결과적으로 아파트 건설업자에게 이익을 줬으니 불법이라는 내용의 고발이다. 그런데 들여다보니 불법과 탈법의 사이 어디쯤 있는 것 같았다. 인·허가 과정이 뭔가 자연스럽지 않고 봐주기를 한 것 같은데 명백히 불법은 아닌 그런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배경에 김기현 전 시장의 동생이 있다는 고발이 있다. 그런데 내가 부임하기 전부터 경찰이 제대로 수사를 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울산경찰도 봐주기를 하고 있었던 건가. 


“경찰이 제대로 수사를 안 하는 이유가 뭔지 들여다봤다. 나는 이 부분에 주목했다. 울산청 지능수사대가 다 울산토박이로 구성돼 있었다. 그러니 수사를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인간관계가 얽히고설켜 수사할 수가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인적 쇄신을 하고 본격적으로 한번 들여다보자고 했다. 강력한 수사의지를 갖고 해보자고 했던 것이었다. 그게 ‘ㄱ아파트’사건이다. 두 번째는 김기현 당시 시장에게 정치자금을 대는 데에 도움을 줬다고 주장한 대기업 하청업체 대표의 자해 시도가 2017년 9월 즈음에 있었다. 대기업에 도움을 줬는데 자기에게 혜택을 안 주니 자해 시도를 한 건이었다. 당연히 알아봐야 하는 일이었고, 정치자금법 위반 사실이 명백했다. 마지막으로 김기현 시장 비서실장의 부패비리 건이었다. 내가 울산에 부임해 몇 개월간 있으면서 그 사람이 온갖 인사에 개입해 돈을 받고, 이권에 개입해 돈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계속 들렸다. 그리고 그때 마침 경찰청에서 관련 첩보가 들어왔다. 아니, 현직 시장에 대한 부패비리 건도 아니고, 겨우 비서실장 한 명을 가지고 선거가 끝난 뒤 수사하겠다고 덮어뒀어야 하나. 김 전 시장의 형·동생 건은 이전 청장 때부터 있던 고발 건이 내가 부임할 때까지 내려져 온 것이고. 본인이 억울하다며 자해 시도한 사람을 조사하면서 ‘응 그래 그런데 선거가 코앞이니까 선거 끝나고 수사해볼게’ 하는 게 정상인가. 경찰의 수사의지 부족, 토착 비리를 수사하지 못하는 토박이 경찰들의 구조적 문제도 손봐야 했다. 김기현 시장이 초기 조사가 들어갈 때만 해도 선거에 또 나올지 확정되지도 않았고, 공천 여부도 정해지지 않았는데 혹시 또 선거에 나올지 모르니 수사를 선거 뒤로 미루겠다고 하면 그것이야말로 정치경찰의 모습 아닌가.”


-결과적으로 대부분 검찰 선에서 불기소로 마무리됐다. 


“불기소된 것은 3건 중 2건이고, 정치자금법 위반은 기소했다. 그러면 불기소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김기현 전 시장 비서실장 건은 당시 울산 지수대에서 ‘논리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는 말이 많았다. 직권남용죄를 적용했기 때문에 논리 구성에 따라 혐의가 안 된다고 볼 여지도 있었다. 혹 검찰이 봐주겠다는 결론을 내놓고 거기에 짜맞춘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김기현 전 시장 동생의 30억원 용역계약 건은 경찰에서 진술했던 참고인이 검찰조사에서 진술을 완전히 바꿨다. 그것을 놓고 ‘경찰의 수사부실’이니, ‘죄가 안 되는 것을 무리하게 수사했다’고 할 수 있나.” 


-불기소를 예상했었나.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지수대에서는 소문이 있었다. 불기소 처분이 날 것 같다고. 그래야 울산청의 수사를 공격할 수 있고, 나를 공격할 수 있으니까. 나는 그때 ‘설마 그러겠느냐’고 했는데 실제 그런 일이 벌어졌다.” 


-공수처 설치 법안이 12월 3일 본회의에 부의될 예정이다. 


“공수처가 설치되면 나도 고위공직자이니 수사대상일 테고, 공수처에서 김기현 전 시장 측근 비리 관련 건을 다시 들여다봤으면 좋겠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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