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91652
홍콩 시위대가 한국에 보낸 편지 "우릴 기억해주세요"
[기고] 홍콩 민주화 시위 현장에서... "우리가 멈추는 순간 홍콩도 멈춥니다"
19.12.01 11:29 l 최종 업데이트 19.12.01 11:29 l 글: 더피(news) 사진: 이희훈(lhh)
홍콩 민주화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더피(Duffy, 24)씨가 홍콩 현지에서 보내온 글입니다. [편집자말]
▲ 9월 1일 홍콩 중앙정부청사 앞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 이희훈
▲ 9월 1일 홍콩 중앙정부청사 앞에서 시위대와 경찰이 대치하고 있다. ⓒ 이희훈
2019년 여름, 저는 홍콩 민주화 시위 현장 한가운데에 있었습니다. 당시 저는 최전방 시위자가 아닌, 시위 뒤편에서 행진에 가담하는 다수의 시민 중 하나였죠. 그때도 사람들이 정말 많이 모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인파 탓에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래서 현장에서 만나기로 한 지인들을 찾고자 돌아다니려던 찰나, 멀리서 찢어질 듯한 비명이 들렸습니다.
"경찰이 최루탄을 쐈다, (인근 주택가 건물 향해) 당장 창문을 닫아라!"
주변이 비명으로 가득 찼습니다. 뒤에서 많은 사람이 제 방향으로 달려왔습니다. 공포감에 휩싸인 저는 뒤를 돌아 정신없이 내달렸습니다. 하지만 최루가스 탓에 두 눈이 마치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껴야 했습니다. 도저히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사람들과 함께 인근 건물로 숨었습니다. 너무 괴롭고 무서웠습니다. 구름 하나 없었던 맑은 여름날, 최루탄에 노출된 제 피부는 마치 불타는 듯했습니다. 그날의 고통과 공포는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나는 분명 전생에 나쁜 짓을 했기 때문에 홍콩에서 태어난 걸 거야." 친구들에게 종종 얘기합니다. 왜 홍콩 사람들은 기본적인 인권도 갖추지 못한 채 태어나야 하는 건지. 왜 우리는 자유라는 당연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야 하는 건지, 왜 우리 중 일부는 민주주의를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경찰에게 잡혀서 고문당해야만 하는 건가 싶어서요.
지난 6월부터 이어져 온 시위 동안 홍콩 시민들이 항상 서로에게 상기시키는 게 있어요. 홍콩에 새로운 시대가 도래할 것이며 지금의 어둠은 머지않아 사라질 거라는 거죠.
하지만 우리는 이 운동을 하는 도중 수많은 시민을 잃었다는 것도 압니다. 현재 상당수의 젊은 시위자들은 법정에 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폭동죄'로 기소돼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또 시위대 가운데 일부는 실종됐고 몇몇은 사망했습니다. 이들 부모 가운데 다수는 여전히 아이들이 시위에서 집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이가 영원히 집에 돌아올 수 없다는 것을 알지 못한 채로요.
그래서 솔직히 말하자면, 전 이 운동에 참가할 때마다 두려움을 느낍니다. 혹시나 시위에 참가했다가 의문사를 당하지는 않을까, 체포돼 감옥으로 가게 되지는 않을까 해서요. 시위에서 어떤 폭력도 사용하지 않는 제가 이런 공포를 느낄 정도로, 홍콩 경찰의 잔혹성은 극에 달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시위대만이 아니라, 시민들을 향해 무기를 휘두릅니다. 또, 그들 뒤에 있는 중국이 모든 폭력성을 용인해주고 있습니다.
시위대의 상징인 검은색 복장(검은 마스크, 검은 옷) 규정은 중국에 대한 공포심에서 만들어진 겁니다. 시민들의 신원이 중국에 전달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죠. 해외에 있는 홍콩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점차 이러한 검은색 복장은 홍콩 사람들이 정치적 의사를 표출하는 하나의 수단이 됐죠.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은 거리에서 검은 옷 입은 청년들을 잡고 수시로 심문하기 시작합니다. 가방을 뒤지고 신원을 파악하는 거죠.
홍콩만의 문제가 아니다
▲ 9월 1일 한 20대 청년이 홍콩 5대요구안 수용을 요구하는 시위에 복면을 쓰고 참가하고 있다. ⓒ 이희훈
현 정부는 지난 10월 5일부터 시위대를 대상으로 '복면금지법'을 시행했습니다. 경찰은 이 법을 근거로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시민들을 기소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우리들이 옷 한 벌 선택하는 것부터 정치적 발언을 하는 모든 것을 막고 싶어 한다는 거죠.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적인 것조차 제한되고 있습니다.
또, 정부는 홍콩 사람들의 머릿속에 의심의 씨앗을 심으려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잠복경찰이죠. 이들은 최전방 시위대와 옷을 똑같이 입고 똑같이 행동합니다. 하지만 경찰이 다가오는 순간 돌변하죠. 인근에 있던 진짜 최전방 시위자들을 붙잡고 경찰이 있는 방향으로 끌고 가기 시작합니다. 시위 참가자가 찍은 영상이 하나 있는데, 거기에는 잠복 경찰이 같은 시위대인 줄 안 사람이 "난 네 사람이다, 도와달라"고 외쳤다가 도리어 끌려가는 모습이 나옵니다. 그는 도움을 요청한 이에게 붙잡혀 끔찍한 구타를 당합니다.
홍콩 정부의 목적은 단순합니다. 사람들로 하여금 편집증을 느끼게 하는 것, 시위에 나가도 끝없이 서로를 의심하게 만드는 것이죠. 시위 현장에서는 누가 시위대고 누가 경찰인지 알 수 없으니까요. 이 경우 누구든 본인 스스로를 검열하게 됩니다. 모든 행동을 조심하게 되고 발언할 때도 더 몸을 사리게 됩니다. 제가 하는 모든 말을 언제 어디서든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요.
홍콩 정부와 중국 정부는 민주주의와 인권을 주장하는 저희를 폭도로 규정하고 모두가 정부에 복종할 때까지 계속 만행을 저지를 겁니다. 그때까지 이들은 계속해서 중국 정부에 무릎 꿇지 않는 사람들을 목표로 삼아 반란자라고 규정짓겠죠. 만일 이런 상황이 지속돼 홍콩 사람들이 바라는 것을 이루지 못하게 된다면, 그래서 홍콩의 모든 것을 잃게 된다면 대체 우리는 어디서 삶의 가치를 찾아야 하는 걸까요? 우리들은 무얼 위해 이곳에서 살아야 하는 걸까요?
무엇보다 지금 저희가 처한 상황은 홍콩에만 국한된 게 아닙니다. 중국 정부는 전 세계에 다수의 기업과 자본을 투자해 그들의 세력을 급속도로 확장시키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중국에 종속되는 구조를 형성하게 되는 거죠. 지금의 홍콩의 양극화 된 경제 상황이 그렇습니다. 머지않아 지금 홍콩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미래 전 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모두가 인지하게 될 것입니다.
▲ 9월 1일 홍콩 중앙정부청사를 출발한 시위대가 커즈웨이베이를 향해 스마트폰 불을 켜고 행진하고 있다. ⓒ 이희훈
그래서 아무리 두렵더라도, 저희는 시위 나가는 것을 주저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운동을 지지하고자, 꾸준히 참가하고 있습니다. 멈추는 순간 홍콩도 멈춥니다. 저를 비롯한 우리 홍콩 사람들은 우리의 권리, 우리의 5대 요구사항(▲ 송환법 공식 철회 ▲경찰의 강경 진압에 관한 독립적 조사 ▲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을 지키기 위해 정말 열심히 싸우고 있습니다.
지금 이 글을 보는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계속 홍콩을 지켜봐 주세요. 그리고 부디, 저를 포함한 우리 홍콩 시민들을 기억해주세요. 저희는 '언제든 사라질 수 있다'는 공포를 딛고서 홍콩의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습니다. 홍콩을 비롯한 세계의 자유와 인권이라는 기본적 권리를 위해 함께 목소리를 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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