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191203200404363?s=tv_news


홍콩과 '빅브라더'..중국을 보는 세계의 눈이 달라졌다 [김향미의 '찬찬히 본 세계']

김향미 기자 입력 2019.12.03. 19:13 


홍콩으로 이어지는 중국 광둥성 주하이의 항구 앞에서 지난달 29일 경찰이 시위진압 훈련을 하고 있다.  주하이 | 로이터연합뉴스

홍콩으로 이어지는 중국 광둥성 주하이의 항구 앞에서 지난달 29일 경찰이 시위진압 훈련을 하고 있다.  주하이 |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의 민낯을 보았다.’


홍콩 민주화 시위는 중국의 모습을 다시 보게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이 경제력을 앞세워 미국을 상대할 만한, 글로벌 리더로서 부상한 이래 인권을 탄압하고 민주주의를 저해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커져왔던 것도 사실이다.


홍콩 시위에 대한 중국 정부의 대응은 이 같은 시각을 강화하는 기폭제가 됐다. 최근에는 신장위구르 자치구 소수민족 탄압 문건이 공개되고, 중국이 홍콩 시위 및 대만 선거에 개입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미국 언론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지난달 26일 “미국 할리우드 영화에 투자하고, 전 세계에 중국어 학교를 개설하고, 유수의 언론에 광고를 내면서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려 애쓴 중국으로서는 매우 난처한 일들”이라고 했다.


실제 지난 6월 홍콩 시위 이후 중국을 향한 부정적인 인식은 커가는 분위기다. 이에 대한 중국 정부나 중국인들의 대응도 논란을 일으키는 상황이다. 미국 만화출판사 DC코믹스는 지난달 28일 소셜미디어에 화염병을 던지는 모습의 배트맨 삽화를 올리자 중국 누리꾼들은 “DC코믹스가 홍콩의 폭력 시위를 지지한다”며 비판했다. 결국 DC코믹스는 해당 이미지를 소셜미디어에서 내렸고, “DC코믹스가 중국의 자본에 굴복했다”는 비판으로 이어졌다. 트위터에선 관련 글과 함께 ‘#BoycottChina’란 해시태그가 등장했다.


지난 8월 영국 런던 도심에서 중국계 이주민, 유학생들과 시민들이 홍콩 시위대를 지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런던 |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8월 영국 런던 도심에서 중국계 이주민, 유학생들과 시민들이 홍콩 시위대를 지지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런던 |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의 10대 소녀인 페로자 아지즈는 최근 소셜미디어 틱톡에 중국의 소수민족 탄압을 비판하는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은 150만명 넘게 시청했다. 틱톡의 모기업은 중국의 바이트댄스로, 아지즈의 틱톡 계정이 일시 정지되면서 검열 논란이 일었다.


각국 대학생들이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과정에서 중국 유학생들과 충돌도 빚어졌다.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영국, 독일, 한국 등의 대학가에선 홍콩 유학생을 중심으로 민주화 시위를 지지하는 ‘레넌 벽’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각 대학에선 중국 유학생들이 벽보를 훼손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막으려 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중국 대사관은 중국 유학생들의 행동을 두둔하면서도 유학생들에게 ‘현지 학생들과 다툼이나 분쟁을 만들지 말라’는 연락을 돌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와중에 중국 당국이 소수민족과 반체제 인사들을 탄압할 때도 첨단기술을 적용하고 있다는 논란도 빚어졌다. 사실 중국 정부는 오래전부터 인터넷 접속을 제한해 반정부 여론의 확산을 막아왔다. 그런데 최근엔 신장위구르 강제수용소에서 감시 카메라가 사각지대 없이 작동됐고,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을 이용해 신장위구르 주민들을 선별하고 구금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첨단기술을 이용한 인권탄압이 더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mediu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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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지난 1일부터 이동전화 서비스 등록 때 사용자 얼굴 스캔 등록을 의무화했는데, “정보 남용할 땐 위험한 기술”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그간 중국은 5세대(5G) 기술 등을 앞세워 첨단기술 국가로 우뚝 서겠다는 의욕을 국제사회에 과시해왔다. 하지만 반체제 인사 감시 등 인권탄압 등에 첨단기술이 악용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중국의 기술력에 대한 긍정적인 부분이 가려지고 있는 것이다.


하남석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는 3일 “홍콩 민주화 요구 시위대가 복면을 착용하고, 폐쇄회로(CC)TV를 부수고, 익명으로 활동하는 것 자체가 중국 정부로부터 정보인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었다”면서 “홍콩 시위를 지켜보면서 한국을 비롯해 세계 젊은층에선 중국이 기술력을 활용해 실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위협적인 국가라는 인식이 생긴 듯하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중국이 AI, 5G, 빅데이터 등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는데 한편으로는 ‘빅브라더’의 얼굴을 보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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