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593166
"조선 학교 없었다면 모두 일본 사람 됐을 것"
박상혁 후쿠오카조선학교 교감 "일본 정부 고교무상화 배제로 학생 수 줄어"
19.12.05 13:11 l 최종 업데이트 19.12.05 13:11 l 심규상(djsim)
▲ 후쿠오카 조선학교(후쿠오카현 북규슈시) 박상혁 교감이 한글과 한자 검정 시험, 영어테스트를 통과한 고등부 학생들을 소개하며 칭찬하고 있다. 30여년 째 조선학교에서 교원으로 일하고 있는 그는 조선학교에 대한 일본정부의 차별이 극심하다고 말했다. ⓒ 심규상
[이전기사]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 한국인도 나서 달라"
"고교 무상화 해 달랬더니 (학생들을) 일본 학교에 보내라고 합니다."
일본 후쿠오카 조선학교(후쿠오카현 북규슈시) 박상혁 교감이 학교를 방문한 대전청년회 방문단에게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30여 년째 조선학교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일본 정부의 차별이 근래 극심하다고 했다.
그는 대표적인 예로 조선학교를 고교무상화 대상에서 제외한 일을 꼽았다. 일본 학교의 경우 일본 중앙정부 조성금과 지방정부 조성금을 모두 받는다. 조선학교의 경우 중앙정부 조성금은 단 한 푼도 없다. 지방정부 조성금도 그 액수가 매우 적다.
여기에 더해 조선학교 졸업자에 대한 법률적 차별로 불이익을 준다. 조선고급학교 과정을 수료해도 공식 학력으로는 인정받지 못한다. 특히 지난 2010년부터 외국인 고교무상화 방침을 밝혔지만 조선고급학교는 예외다. <관련 기사: "식민지배 강제성 없다…. 이게 문부과학성의 지침">
"여기 후쿠오카조선학교는 전국 10곳의 조선학교 중 가장 현대적인 건물입니다. 하지만 학생 수가 많이 줄었고 계속 줄고 있습니다."
산속 연못 습지 메워 판자로 만든 후쿠오카 조선학교
▲ 후쿠오카조선학교의 학생 수는 지금 86명(중등부, 고급부)으로 줄었다. 학교 측은 주된 이유로 고교무상화 제외 등 일본 정부의 차별 정책을 꼽았다. 사진은 1956년 4월 10일 후쿠오카조선학교 입학식 모습. ⓒ 심규상
이 학교의 생일은 1956년 4월 10일이다.
"당시 조선인에게 땅을 팔려고 하는 일본인이 없어 어렵게 지금의 학교 부지를 샀다고 해요. 산속에 있는 쓸모없는 연못 습지였죠. 돈 있는 사람 돈을 내고, 힘 있는 사람 힘을 보태 학교를 자력으로 지었습니다. 지금은 반듯하게 현대식으로 고쳤지만 당시는 판잣집이었죠."
당시 입학식 사진을 보니 강당을 가득 메우고 있는 학생들이 족히 300∽400여 명은 돼 보인다.
"300∽400여 명에 이르던 학생 수가 지금 86명(중등부, 고급부)으로 줄었습니다. 저출산도 이유 중 하나입니다만 고교무상화 제외가 가장 큰 영향을 줬죠. 전기세, 수돗세, 학교 운영비 모두 부모님 수업료로 운영해야 합니다. 교사 인건비는 맨 마지막이다 보니 연체돼 있죠. 경제적 형편으로 할 수 없이 일본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도 많습니다. 너무 안타깝습니다."
대전에서 통일운동을 벌이는 대전청년회(대표 김원진) 회원 6명은 후쿠오카 조선학교와 자매결연을 위해 지난 11월 27일 후쿠오카 조선학교를 방문했다. 조선학교(우리 학교)는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 조선인 자녀들에게 우리 말과 우리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중국 조선족 자녀를 비롯, 한반도(조선반도) 출신 자제라면 국적을 불문하고 입학이 허용된다. 후쿠오카조선학교의 경우 조선적이 50% 정도이고 나머지는 한국과 일본 국적이다.
"재판부에 한 번만 학교 방문해 달라고 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 후쿠오카조선학교 고등부 한 교실의 영어수업시간. 한 학생의 교과서를 슬쩍 훔쳐 보았다. ⓒ 심규상
그가 말을 이었다.
"그래도 조선사람으로 키우겠다고 조선사람으로 살아가라고 비싼 등록금에 기숙사비까지 내면서 조선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들을 대하면... 눈물이 납니다."
순간 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일본 문부과학성에 차별 없이 고교무상화 해 달라고 따졌더니 '일본학교에 보내면 되지 않느냐'고 합니다. 경제적 혜택은 있겠지만 일본 학교 가서 뭘 배우겠습니까? 우리 말, 우리 글을 배울 수 없습니다. 역사왜곡 교과서를 교재로 삼아 역사적 사실을 배우지 못합니다. 조선 학교가 없어지면 조선사람이 없어지는 겁니다. 일본 사람이 되는 겁니다."
후쿠오카조선학교는 지난 2013년 고교무상화 제외에 따른 국가손해배상소송을 청구했다. 1심은 패소했고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재판부에 일본 정부 측 얘기만 믿지 말고 조선학교가 어떤 곳인지, 무엇을 어떻게 배우고 가르치는지 한 번만 학교를 방문해 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전국 5곳의 재판부가 모두 현장 방문을 하지 않고 판결하고 있습니다."
그는 조선학교에 대한 자부심으로 꽉 차 있었다.
"일본 학교 교사들이 와서 깜짝 놀랍니다. 동료 간 왕따가 없습니다. 수업 도중 자거나 뛰쳐나가는 학생이 없습니다. 학생에게 얻어맞는 교사도 없습니다."
실제 수업을 하는 교실 안 학생들의 표정은 여유로웠고 진지했다. 이따금 웃음소리도 터졌다. 교사의 질문에 답이 틀려도 끊임없이 자기 의견을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문법 교과서에 실린 문익환 목사의 시 '잠꼬대 아닌 잠꼬대'
"우리말, 우리글, 우리 역사, 조선 지리, 세계사, 생물, 물리, 화학, 영어, 일본어, 수학, 체육을 배우고 다양한 소조(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어요. 정말 잘합니다. 정말 잘해요."
문법 교과서를 펼치자 낯익은 글이 실려 있다. 문익환 목사의 '잠꼬대 아닌 잠꼬대'라는 시다. '조선 지리' 교과서에는 남북한의 대부분 지역이 자세히 설명돼 있다. 대전청년회 회원들이 대전지역을 설명한 면을 펼쳤다.
"대전은 철도와 도로가 갈라지는 교통의 요지이다. 주민 대다수가 비생산 부문에 종사하고 있다. (중략) 대전은 과학도시이다. 대덕구에는 과학연구기관들이 집중된 대덕연구단지가 있다. 여러 분야에 걸친 첨단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여러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중략)"
핵심이 잘 정리돼 있다.
▲ 후쿠오카조선학교 고급부 한 학급의 시간표. ⓒ 심규상
"교과서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남북한을 균형 있게 잘 알 수 있게 구성돼 있습니다. 역사 교과서의 경우 역사적 사실과 분단의 역사를 그대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후쿠오카 조선학교 졸업생은 현재 약 4300여 명에 이른다.
"조산학교는 북과 남,일본이 만나는 공간"
"조선사람이라는 마음을 잊지 않고 일본 사회 곳곳에서 인재로 성장해 조선사람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조선학교에서 교포 3세, 4세가 교사로 일하기도 합니다."
박 교감이 일행에게 학교 시설을 안내했다. 고교무상화 제외 영향으로 텅 빈 교실도 보여줬다. 교실 한 칸에 주인 없는 책걸상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그에게 마지막 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조선학교는 북과 남, 일본이 만나는 공간입니다. 조선적도, 남한 국적, 일본인이 함께 다니니까요. 조선학교 학생들이 평양을 가려면 중국 베이징을 거쳐야 합니다. 그냥 인천으로 가서 코리아 항공을 타고 가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꼭 그런 날이 오리라고 생각합니다. 조선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민족교육의 사명을 잃지 않고 있는 조선학교에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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