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160916060410953


'고구려' 국호 유래를 보면, 통일 한국 국호 보인다

[고구려사 명장면 2] 

임기환 입력 2016.09.16. 06:04 


고구려의 성립에 대하여 '삼국사기'에는 기원전 37년 주몽에 의해 건국되었다고 기록돼 있다. 그렇다고 '고구려'란 국명이 이때 처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 한나라가 고조선을 침공하여 멸망시키고 이 지역에 4개의 군현을 설치하였는데, 그중 현도군이 있다. 그런데 현도군 아래 3개 현 가운데 '고구려현'이란 이름이 보인다. 이때가 기원전 107년이다. 고고 자료를 보면 압록강과 혼강 일대에서 기원전 3세기 무렵부터 철기문화를 기반으로 여러 정치집단이 성장하고 있는데, 이들이 바로 고구려라고 부르는 세력이다.


고구려를 세운 종족은 보통 예족(濊族), 혹은 맥족(貊族), 혹은 예맥(濊貊)이라 중국 역사책에 기록된 종족과 관련이 있다고 보인다. 그중에서도 맥족이 가장 유력한데, 맥족도 지리적 위치에 따라서 대수맥과 소수맥으로 나뉘어 있었다. 고구려를 세운 맥족은 크게는 예족의 범주에 들어간다. 예족은 발해만 동북지역의 종족을 가리키는 범칭으로 부여나 옥저, 동예도 이에 해당한다. 그래서 중국 역사책에는 3세기께 고구려의 풍속이 부여, 옥저, 동예 등과 비슷하다고 기록하고 있다. '맥'은 고구려가 독자적인 국가로 발전하며 다른 예족 집단과 구분되면서 불린 칭호로 생각된다.


그러면 고구려의 뜻은 무엇이었을까? 고구려에서는 성(城)을 '구루'라고 불렀다. 고구려의 '구려'는 곧 '구루'와 통하는 말로서 '성'이란 뜻이다. 우리말의 골, 홀이란 말과 통하는 말이다. 고(高)는 크다, 높다는 뜻이다. 즉 고구려는 큰 성, 대성(大城)이라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고구려의 칭호와 관련하여 몇 가지 재미있는 자료가 있다. 지금 외몽골 오르콘강에서 돌궐이 남긴 옛 비문이 발견되었다. 이 비문은 730년에 만들어졌는데, 그 내용 중에 돌궐 시조인 이스타미의 장례식에 '동쪽의 해 뜨는 나라'에서 조문사가 왔다고 하면서 그 나라 이름을 '배크리'라고 기록하고 있다. 이 배크리는 '매크리'와 통하는 발음으로 곧 '맥(貊)구려'가 된다. 그 뜻은 맥족인 고구려라고 해석할 수 있다. 또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된 돈황문서 중 위구르족이 남긴 기록에서 과거 돌궐인들이 고구려를 '무구리'라고 불렀다는 내용도 있다. 이 역시 '맥구리'와 통하는 말이다.


그러면 지금은 우리가 '고구려'라고 부르는데, 당시에는 어떻게 발음했을까? 맥그리, 무구리의 예로 보아 '고구리' 또는 '고우리'라고 부르는 것이 당시 발음에 근사하다고 생각된다.


충주고구려비 상부(고려 글자)


그리고 우리는 흔히 고구려란 이름만 알고 있는데, 고구려는 '고려(高麗)'라는 이름으로도 불렀다. 대략 장수왕이 평양으로 천도한 이후 분위기를 쇄신하는 뜻에서 '고려'라는 이름을 사용하지 않았나 추측된다. 지금 충청북도 충주에 남아있는 충주고구려비에도 '고려태왕'이라고 보인다. 나중에 왕건이 나라를 세울 때 고려(고구려)를 계승한다는 의미에서 국호도 그대로 따온 것이다. 이렇게 우리 역사상 '고려'라고 불리운 왕조는 두 번 있었다.


여기서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칭호를 생각해보자. 오늘날 우리나라의 국호는 '대한민국'인데, 여기서 '한(韓)'은 바로 '삼한'이라는 칭호에서 나온 것이다. 그 이전 '대한제국'이라는 국호를 선택할 때 조선을 대신하여 선택한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칭호의 하나다. 북한의 공식적인 칭호에 들어있는 '조선'은 고조선과 이성계가 세운 조선 등 역사상 '조선'이라 불리운 왕조가 둘이나 있었기 때문에 역시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칭호라고 할 수 있다.


만약에 남북한이 통일된다면, 통일 국가의 국호를 어떻게 부르는 것이 좋을까?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그대로 사용할 수도 있고, 만약 제3의 이름을 역사 속에서 찾는다면 무엇이 좋을까? 이때 '고려'라는 국호를 고려해볼 만하지 않을까? 지금 영어로 '코리아'라고 부르는 바로 그 이름이기 때문에 더욱 좋다는 생각이다. 과거의 고구려라는 이름이 우리 민족의 미래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바로 역사를 돌이켜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임기환 서울교육대학교 사회과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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