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 들으면 군 기강 해이? 미군을 봐라"
[인터뷰]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종북 앱 통제는 군 정치 개입"
12.02.07 20:26 ㅣ최종 업데이트 12.02.07 20:26 소중한 (extremes88)
▲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 ⓒ 소중한
"앱 방송 들으면 군인들 기강이 풀어지고 전투력이 약화된다? 대통령 비방 방송 보는 미군이 못 싸우나."
최근 일부 군부대에서 <나는 꼼수다> 등을 '종북 애플리케이션'으로 규정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맞서 지난 6일 국가인권위원회에 '기본권 침해'라며 진정서를 낸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을 7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 군인권센터 사무실에서 만났다.
"알 권리 차단 자체가 군의 정치 개입"
임태훈 소장은 이번 군의 '종북 앱' 삭제 지시를 놓고 "천박한 정치의식과 인권의식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며 "헌법이 보장하는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권자로서 투표하려면 모든 정보를 보고 들을 권리가 있는데 단지 정부를 비방한다는 이유로 차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 소장은 "군인이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은 의견 표명을 하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앱을 통해 팟캐스트 방송을 듣는 것까지 차단하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육군 군수사령부 예하 종합정비창 부대장은 지난달 31일 <나는 꼼수다> 등 8개 앱을 '종북 앱'으로 규정하고 삭제 조치를 취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17일에도 6군단장 명의로 4개 '종북(북한찬양) 사이트/앱'과 7개 '정부 비방 사이트/앱'을 선정해 삭제 지시가 내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논란이 일자 국방부는 "국방부 공식 지시는 아니었다"면서도 "이번 조치는 일선 지휘관의 적절한 지휘 조치였다"고 밝혔다. 특히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7일 '종북 앱'에 대해 "장병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지난달 31일에도 '군 장병 SNS 활용 가이드라인'을 배포하기도 해 '표현의 자유 침해'란 비판을 받기도 했다.
임 소장은 6일 자신의 트위터(@angelous1004)에 "나꼼수 앱 삭제 관련 국정조사를 즉각 실시해야 한다"면 이번 군의 지시를 '정치 개입'으로 규정했다. 임 소장은 "이러한 (군의) 조치는 현 집권 여당에 유리한 것"이라며 "알 권리를 차단하는 것 자체가 군의 정치 개입"이라고 말했다.
국방부 해명에 대해서도 임 소장은 "앱을 통해 방송을 들은 군인이 기강이 풀어지고 전투력이 약화된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전 세계에서 최고로 못 싸우는 군대는 어디여야 하는가"라면서 "절대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에서는 대통령을 풍자하고 비방하는 방송을 미군이 다 보는데 그렇다고 미군이 못 싸운 건 아니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다음은 임 소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군인도 유권자... 팟캐스트 들으면 기강해이?"
- 군의 '종북 앱' 삭제 지시, 인권 차원에서 무엇이 문제인가.
"천박한 정치의식과 인권의식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물론 군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하는 의무는 있지만 군인도 유권자다. 모든 것을 보고들은 뒤 판단해야 투표 행위를 할 수 있다. 때문에 앱을 통해 팟캐스트 방송을 청취할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 군인의 적법 절차에 의하지 않은 인터뷰나 의견 표명은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듣는 것까지 차단하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
- 군에서 '종북'이란 표현을 했는데.
"종북이란 개념 자체도 애매모호하다. 북쪽에 머리를 두고 자면 종북이라 하는 것인지…. 실제 북한을 찬양한다 하더라도 대한민국 헌법에는 사상의 자유가 있다. 어떻게 머릿속을 검열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행여 북한을 찬양하는 표현을 하게 되면 국가보안법이란 실정법에 의해 처벌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그것도 UN에서 논란이 되고 있지 않은가."
- 이러한 군의 조치가 실효성이 있는 것인가.
"없다. 2008년 선정된 불온서적도 버젓이 군 안에 반입해 읽고 있다. 불온서적으로 선정된 <나쁜 사마리아인>의 저자인 장하준 교수는 새누리당(옛 한나라당)에 가 강연을 하기도 했다. 그럼 새누리당은 불온한 집단인가."
-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이 '장병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했는데.
"앱을 통해 방송을 들은 군인이 기강이 풀어지고 전투력이 약화된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전 세계에서 최고로 못 싸우는 군대는 어디여야 하는가. 미군이다. 절대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에서는 대통령 풍자하고 비방하는 방송이 많다. 이를 미군들은 다 본다. 그렇다고 해서 미군이 못 싸우나."
▲ 군인권센터가 국가인권위원회에 낸 '나꼼수' 등 7개 애플리케이션 삭제 관련 진정서. ⓒ 소중한
"군인 알 권리 침해는 정치 개입... 국정조사 해야"
- 보안을 위해 군 내부에서 SNS를 규제하겠다는 말이 나오는데.
"SNS를 규제한다는 것은 사생활의 문제다. 시리아, 이란, 중국, 미얀마, 북한 등이 SNS를 통제하고 있는 국가다. 독재국가라 불리는 나라들이다. G20을 개최하고, 반기문 UN 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가 SNS를 규제한다는 것 창피한 일이다. 국제 사회에서 규범적으로 합의한 표현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이다."
- 종북 앱 삭제 조치 외에 3군사령부에서 '정당 내 경선에 참여하는 것은 군인 복무규율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공문을 내렸다.
"당원으로 가입한 것도 아니고 정치적 의사표현도 아니다. 군이 '오버'하고 있다."
- 경선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그 당을 지지하는 것이란 의견도 있는데.
"새누리당,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어디든 참여할 수 있는 아닌가. 군의 투표 참여를 금지하고 있는 법률은 없다."
- 트위터에 종북 앱 삭제와 관련해 국정조사를 해야 한다고 썼다.
"이러한 조치가 결국 누구에게 유리한가. 현 집권 여당에 유리하다. 이렇게 알 권리를 차단하는 것 자체가 군의 정치 개입이다. 현재 국방부는 예하 부대가 한 것이라고 '꼬리 자르기' 식으로 말하는데 이것도 석연치 않다. 국회가 국정조사를 하거나 여의치 않으면 야당이라도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소중한 기자는 오마이뉴스 15기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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