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area/honam/920926.html


검찰 무리수였나…‘태양광 비리’ 한전 임직원 등 무더기 무죄

등록 :2019-12-16 04:59 수정 :2019-12-16 07:54


차명분양·뇌물 혐의로 15명 기소, 이 중 7명이 1·2심서 무죄 판결

법원 증거 불충분 등 이유 들어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여론 커져


전주지방검찰청 새 청사 전경. 전주지검은 청사를 전북혁신도시로 옮겨 지난 9일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전주지방검찰청 새 청사 전경. 전주지검은 청사를 전북혁신도시로 옮겨 지난 9일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차명으로 태양광발전소를 분양받고, 발전소를 짓는 과정에서 업체로부터 공사대금을 할인받아 사실상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국전력공사 전·현직 임직원들이 1, 2심에서 무더기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전주지검이 무리하게 이들을 기소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의 수사·기소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5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전주지검 형사1부(부장 신현성)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 뇌물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긴 한전 전·현직 임직원과 공사업체 대표 등 15명 가운데 절반에 이르는 7명이 최근 1,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앞서 검찰은 한전 전 지사장 ㄱ씨 등 전직 간부(1~3급) 4명을 구속 기소하고, 전·현직 간부 9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이와 함께 검찰은 공사대금을 깎아준 공사업체 대표 ㄴ(64)씨를 뇌물공여 혐의로 구속 기소했고, 다른 공사업체 대표 ㄷ(63)씨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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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가운데 한전 간부들은 2013~2017년 아내와 자녀 등 가족 이름으로 태양광발전소를 차명 분양받아 보유하고, 공사 과정에서 대금 1천만~1억원 상당을 할인받아 사실상 뇌물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한전 취업규칙 및 행동강령에는 회사의 허가 없이 자기 사업을 운영할 수 없는데도 해당 임직원들은 직위를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한전 전·현직 간부 5명은 지난 10월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다. 당시 검찰은 이들에게 징역 1년6개월~7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공사대금을 할인받은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무죄 판결 이유를 밝혔다. 이들에 대한 항소심은 현재 진행 중이다.


1심에서 징역 3년과 벌금·추징금 각 4천만원을 선고받은 ㄱ씨도 지난달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전주형사1부(재판장 황진구)는 뇌물(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받는 ㄱ씨와 그에게 뇌물을 준 혐의를 받는 ㄴ씨에게 지난달 26일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이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의해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검찰이 재판에 넘긴 15명 가운데 7명이 증거불충분 등의 이유로 1,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것이다.


전주지검은 올해 1월17일 한전 임직원 태양광발전소 뇌물비리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주지검은 올해 1월17일 한전 임직원 태양광발전소 뇌물비리 사건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통계시스템을 보면, 지난해의 경우 1심 무죄율은 0.79%, 2심 무죄율은 1.69%였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해 검찰권을 남용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전주지역 한 중견 변호사는 “일단 기소되면 피고인들은 정신적 고통과 변호사 비용 등의 경제적 부담으로 피폐해진다”며 “대법원까지 최종 판단이 남아 있지만 무더기 무죄에 검찰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주지검은 “1명을 기소해 그가 무죄를 받으면 무죄율이 100%이기 때문에 특정 사건만 떼서 무죄율을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한전 직원들은 공사업체에 특혜 요구를 당연시하고, 공사업체는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고 그들에게 편의 제공과 공사대금을 할인해주는 것이 수사 단계에서 모두 검증됐다. 감사원의 고발을 단서로 수사가 개시돼 검찰로서는 무리한 수사를 할 이유도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권 남용을 막기 위해선 수사·기소권을 분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기영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의 직접 수사를 축소하고 경찰의 수사를 법률적으로 검토해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데 집중하도록 수사·기소권을 분리하면 검찰이 편견 없이 법률전문가로서 유죄 여부를 선별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사건과 같은 무리한 기소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여과장치’가 있어야 검찰이 진정한 ‘인권의 보루’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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