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v.daum.net/v/20191219152153173
[이런 나라는 없다] 멱살 잡고 따귀에 '개XX' 낙서..국회 점령한 '무법 집회'
이호승 기자,김정률 기자 입력 2019.12.19. 15:21 수정 2019.12.19. 17:51
靑·국방부와 같은 '가급 국가중요시설'에 6000명 기습 난입
태극기·성조기 흔들며 욕설·폭력..한국당 "승리했다' 자축
보수단체 회원들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앞에서 '공수처법 ·선거법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이날 이들은 자유한국당의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중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해 '국회청사 출입제한조치'가 발동됐다. 2019.12.1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이호승 기자,김정률 기자 = 국회가 점령당했다. 6000명(자유한국당 추산)이 국회로 몰려 들었고, 국회는 순식간에 마비됐다.
한국당 지지자와 '태극기 부대' 등의 국회 난입 첩보를 입수한 국회사무처는 16일 오전 국회 출입문을 폐쇄했다.
하지만 집회 참여자 일부는 한국당이 주최한 행사 참여를 핑계로 진입했고, 국회부의장인 이주영 한국당 의원과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가 평화집회를 약속하면서 6000명은 별다른 제지를 받지 않은 채 국회에 발을 들였다.
오전 11시께 국회 본청 앞 계단에 모인 6000명은 돌변했다. 저마다 손에 태극기, 성조기 등을 들고 국회 본청 각 출입문을 통해 본청 건물 진입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집회 참가자 일부가 설훈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의 목덜미를 잡아채 설 의원의 안경이 떨어졌고, 일부는 본청 앞에서 농성 중이던 민주평화당·정의당 관계자에게 욕설을 퍼붓고 얼굴에 침을 뱉기도 했다.
일부 참가자는 본청 정문 앞 국회의장단, 여야 지도부의 이름이 새겨진 차량 표지석을 훼손했다. 한 참가자는 문희상 국회의장 차량 표지석 뒤에 '문희상 개XX'라는 낙서를 했다.
한 참가자는 집회 취재 중인 기자에게 "너는 민주당이냐 정의당이냐"고 윽박질렀고 이 기자가 "취재기자"라고 답하자 "기레기가 더 나쁜 놈들이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정의당은 논평에서 "한 당원은 따귀를 맞았고, 누군가는 머리채를 붙잡혔다. 당원들에게 욕설을 퍼붓고, 얼굴에 침을 뱉기도 했다"고 했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18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국회의원·보좌진·당직자와 국회사무처 직원에 대한 폭행, 성추행 등 불법 일탈 행위가 있었다"며 "채증된 자료, 동영상 자료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계단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19.12.16/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이들의 불법 행위에도 국회 경비대는 손을 쓰지 못했다. 이들을 제지하려다 자칫 더 큰 폭력 사태가 벌어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경찰은 이날 오후 4시 50분부터 오후 7시까지 총 6차례 해산명령을 했지만, 참가자들은 해산명령을 무시한 채 꽹과리와 북을 치고, 부부젤라를 불며 농성을 벌였다.
집회 참가자들이 마이크와 대형 앰프를 이용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고성·고함을 지르고, 꽹과리와 북을 두드리는 통해 국회 업무는 종일 마비되다시피 했다.
이런 혼란은 이들이 오후 8시께 흩어질 때까지 계속됐다.
한 국회 관계자는 "소음으로 인해 업무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집회 참가자들이 언제 본청 안으로 난입할지 몰라 불안감도 계속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당은 국회 경내에서 벌어진 폭력 사태를 자축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이날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규탄대회에서 "애국시민 여러분을 보니 우리가 이겼다. 여러분이 승리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폭력 사태가 벌어진 것을 인지하지 못했는지 "불법이 있으면 안 된다. 꼬투리가 잡히면 이 악한 정부에서 얼마나 폄훼하겠는가"라며 "합법적·평화적으로, 제대로 된 싸움을 하자"고 집회 참가자들을 독려했다.
하지만 이날 국회 경내 집회는 황 대표의 주장과 달리 '집시법'과 '국회청사관리규정'을 위반한 행사다.
국회 경내에서는 집회가 불허되고 이들이 경찰의 해산명령을 따르지 않아 '집시법 위반' 혐의가 적용된다. 또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5월 국회 활동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는 집회의 경우 '국회 100m 이내'에서 허용해야 한다고 결정했지만, 의원이나 국회 건물에 위해가 가해져선 안 된다며 국회 경내 집회는 불허했다.
더구나 16일 집회 참가자들이 점거한 국회 본청 앞 계단은 '국회 경내'이자 국회 본청 무단 진입으로 간주된다. 계단과 캐노피 등부터가 국회 본청 진입의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국회는 '가급 국가 중요시설'이다. 청와대, 국방부, 국가정보원과 원자력발전소, 전투기·전차 등을 생산하는 방위산업시설 등이 국회와 같은 등급의 '가급 국가 중요시설'이다. 집회 참가자들이 청와대나 국방부에 난입해 폭력 집회를 한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미국의 경우 의회 앞에서 벌어지는 시위에도 '무관용' 원칙이 적용된다.
할리우드의 원로 영화배우인 제인 폰다(81)는 지난 10월 미국 워싱턴DC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후변화 시위 도중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
할리우드 영화배우인 수잔 서랜던도 지난해 6월 워싱턴DC 미 상원 의회 '하트 빌딩' 앞에서 '여성 불복종' 집회에 참석했다가 함께 연좌시위를 벌인 500여 명의 시민과 함께 경찰에 체포됐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원칙이 불분명하다.
'관례적'으로 국회 경내 집회가 허용돼 왔는데, 이날 집회를 불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는 것이 한국당의 주장이다.
김재원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17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관례적으로 민주당이나 정의당 등이 국회 내에서 많은 집회를 열어왔고 일반 시민의 참여도 있었는데, 갑자기 불법이라고 하는 것은 확인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폭력 사태 등에 대해서 김 정책위의장은 "국회 경비대에서 출입을 막아 약간 충돌이 일어났고, 많은 분이 일거에 경내로 들어오는 과정에 약간의 충돌이 있었나"며 "(일부의) 일탈 행위가 전체를 매도하는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도 "국회의원이 국회 경내에서 집회할 경우, 또는 진보단체 관계자들이 국회 본청이나 의원회관을 방문하는 것은 제지하지 않으면서 16일 집회 참가자들에게만 집시법을 적용한다면 집회 참가자들에게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은 지난 10월 말 국회 본청 앞에서 정책 비전 발표 행사를 하면서 사전 허가 없이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국회 청사 관리규정을 위반하기도 했다.
국회 경호기획관실의 '자유한국당 본관 앞 계단 행사 관련 보고'에 따르면 한국당은 국회 사무처가 철골 구조물 설치를 불허했음에도 설치를 강행했다.
한국당은 당시 국회청사 관리 규정을 위반했지만, 규정 위반에 따른 제재 수단이 없어 제재를 받지 않았다.
국회 경위들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출입문을 막고 '국회청사 출입제한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이날 보수단체 회원들이 자유한국당의 '공수처법 선거법 날치기 저지 규탄대회'중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해 '국회청사 출입제한조치'가 발동됐다. 2019.12.16/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결국 16일 집회에 따른 불똥은 국회를 방문하는 국민과 출입 기자들에게 떨어졌다.
집회 시작과 함께 19일 현재도 국회 본청과 의원회관 등 국회 경내 건물에 대한 출입 제한 조치가 발동돼 국회 방문 목적을 밝히고 신분증을 제시하더라도 본청이나 의원회관 방문이 불가능하다.
출입 기자 역시 국회가 발급한 출입증이 없으면 출입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기자들은 국회가 발급한 임시취재증을 갖고도 임시취재증에 사진이 없다는 이유로 본청이나 의원회관 출입을 제한받고 있다.
한국당은 16일 집회의 여파를 의식해 17~19일 집회는 국회 앞에서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이 17일 황 대표, 심 원내대표, 조원진 우리공화당 공동대표, 집회에 참가한 성명불상자 시민 등을 고발하고 경찰도 15명 이상으로 전담 수사팀을 꾸려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하면서 집회 참가자들의 처벌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18일 오전 경찰청을 방문해 민갑룡 경찰청장과 면담하고 불법 집회 주동자 등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yos54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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