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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근 고백, 돈 출처 압박에 결국 사퇴한 박희태
김효재 정무수석 거취에도 관심...사퇴 불가피할 듯
최명규 기자 입력 2012-02-09 11:29:07 l 수정 2012-02-09 11:39:14
한종태 국회 대변인이 9일 오전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박희태 국회의장이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 책임을 지고 의장직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말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김철수 기자
박희태 국회의장이 9일 오전 결국 사퇴했다.
대통령이 권력 그 자체라고 한다면 국회의장은 정치인의 최고 ‘명예직’으로 불린다. 국회의장은 선출과 함께 당적을 버릴 정도다. 박 의장에 앞서 국회의장직을 중도에 물러난 이들은 이승만, 이기붕, 박준규 씨는 세 명이다. 이승만 이기붕의 경우 4.19 이전인 만큼 지금과 비교자체가 어렵고, 세 번이나 국회의장을 지낸 박준규 씨는 두 번째 임기였던 1993년 당시 김영삼 정부의 재산 공개 파문에 휩쓸려 불명예스럽게 사임한 바 있다. 그렇기에 박희태 의장의 중도 사퇴는 헌정사에서 또 하나의 ‘오점’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돈봉투 모른다고 부인하더니...
박 의장은 극히 최근까지도 임기를 마칠 뜻으로 확인됐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데다가 의장직을 사임할 경우 검찰에 공개 소환되는 ‘치욕’을 겪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검찰도 어떤 식으로든 박 의장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하다는 점은 인정했지만, 현직 입법부 수장이라는 점에서 제3의 장소에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었다.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돈봉투’를 폭로한 것은 지난 달 5일. 고 의원은 “과거 전당대회를 앞두고 후보 중 한 명으로부터 300만원이 든 봉투가 온 적이 있어서 곧 돌려줬다”고 털어놓았다. 고 의원의 폭로가 나오자 돈봉투를 돌린 사람이 누구냐는 논란이 곧바로 이어졌다.
고 의원은 3일 뒤인 지난 달 8일 검찰에 출두하면서 돈봉투를 받은 시기가 2008년 전당대회이며, 뿌린 주체는 박희태 당시 대표 후보임을 시사했다. 당시 박 의장은 해외 순방중이었다.
박 의장이 해외에 머무르는 동안 검찰은 박 의장의 측근을 연속적으로 소환했고, 지난 달 18일 귀국한 박 의장은 총선은 불출마하겠지만 “돈봉투는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했다.
고 의원으로부터 돈 봉투를 돌려받은 것으로 알려진 고명진 전 비서도 “그 돈은 자신이 썼으며 이 사실을 누구에게도 보고하지 않았다”며 박 의장으로 불똥이 튀는 것을 막았다. 박 의장은 이같은 부하들의 ‘응원’ 속에서 임기를 마치겠다는 의지를 더욱 명백히 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가 계속되면서 박 의장의 꿈은 허망하게 무너졌다.
고명진 전 비서는 그 사이 비공개로 검찰에 출두해 박희태-김효재 라인이 돈봉투 사건의 몸통임을 진술했고, 검찰은 박 의장의 측근인 조정만 수석비서관을 계속 소환해 돈의 출처 조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2008년 2월 경 라미드그룹에서 발행한 1000만 원짜리 수표 10장 중 4장이 조 수석에 의해 현금화된 점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측근의 ‘고백’과 돈의 출처 압박에 박 의장은 결국 사퇴를 선택한 셈이다.
김효재 정무수석 거취에 관심
박 의장의 사퇴에도 불구하고 돈봉투 추문이 일단락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박 의장 비서를 지냈던 고명진 씨는 언론과 만나 “진실을 감추기 위해 시작된 거짓말이 하루하루 들불처럼 번져 나가고, 이로 인해 이 사건과 전혀 관련 없는 사람들까지 허위진술을 강요받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더 이상의 무고한 희생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윗선’이 허위진술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윗선’은 박 의장 또는 김효재 현 청와대 정무수석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박 의장은 돈봉투를 돌린 것은 물론, 검찰 수사를 방해하기 위해 아랫사람들에게 허위진술까지 강요한 것이 된다.
박 의장과 함께 ‘몸통’으로 지목받고 있는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도 문제다. 김 수석은 그 동안 “고승덕 의원의 일방적인 폭로일 뿐”, “전당대회 당시 돈봉투 살포에 대해 전혀 아는 바 없고 이를 지시한 적도 없다”고 강력 부인해 왔다. 그러나 고명진 씨가 직접 김 수석을 지목한 만큼, 검찰이 김 수석을 조사하는 것은 피하기 어렵다. 현직 청와대 정무 수석이 검찰 조사를 받는 것은 대통령에게도 곧바로 부담이 되는 만큼 김 수석의 사퇴 역시 불가피해 보인다.
최명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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