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2607108


불닭볶음면 먹는 북한 '아재'들 영상이 준 교훈

[하성태의 사이드뷰] 김세나씨의 유튜브 통해 본 지극히 자연스러운 남과 북의 만남

하성태(woodyh) 20.01.29 14:16 최종업데이트 20.01.29 16:45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한 유튜버 김세은씨.

▲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한 유튜버 김세은씨. ⓒ MBC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진짜 감옥 갔냐. 그게 너무 충격적이어서. 정말 간 거 맞냐. 정말 탄핵이 된 거냐. 진짜 비단이불을 덮고 자는 거 아니냐." (유튜버 김세은씨)

 

이 '아재'들, 말도, 궁금한 것도 많다. 별걸 다 궁금해 한다. 처음 접한 "일 없다"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 하다가도 금방 소통으로 이어진다. 실제 연배가 비슷하다며 "내 딸 같다"는 말과 함께 이것저것 챙겨주는 모습도 흔한 시골 동네 아저씨 다를 바 없어 보였다. 

 

"내 평생 이렇게 북한 사람들을 빨리 만날 줄 몰랐다"던 '유튜버' 김세은씨가 지난해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하는 횡단열차에서 12시간 동안 함께 했다는 북한 아저씨들은, 의외의 모습을 참 많이 보여줬단다. "시집 언제 가느냐", "아버지는 뭐하시냐"는 질문은 남쪽 아저씨들과 다를 것 없었지만, "제주도까지 해저터널로 가느냐"고 묻는 엉뚱함은 어쩔 수 없는 남과 북의 거리를 상징하는 듯했다.   

 

"아버지가…"

"공무원? 시청공무원?"

"(집이) 한 백 평? 별장 다 있것지?"

"해외 나가서 집이 없나? 밭이랑."

 

북쪽의 '당'을 떠올렸을까. 아버지가 시청공무원이란 설명엔 '경제력'에 대한 오해가 뒤따랐다. 한국의 거리나 집안 풍경에도 관심이 많았지만, 20대 여성을 향한 "시집 안 가느냐"는 잔소리는 남이나 북이나 똑같아서 더 신기했단다. 시청자들의 눈엔 북한 사람들 앞에서 용감하게 촬영을 감행한 김세은씨가 더 신기해 보일지 모르지만.

 

그런 '20대 여행 유튜버'에게 동포로서의 반가움을 부족함 없이 표현한 이 북한 아저씨들은 러시아 건설 현장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이었다. 최근 유튜브를 통해 조회수 도합 300만을 돌파한 유튜브 '세나, 집순이의 세계여행 SENA'의 이 희귀한 영상을 28일 MBC <뉴스데스크>가 소개했다.

 

이들을 직접 만난 김세은씨도, 영상으로 접한 시청자들도 그 자체로 진기한 경험이었을 터. 아울러 이 길지 않은 영상 속엔 대다수 남북한 사람들은 절대 모를 함의가 숨겨져 있었다.

 

20대 여성 유튜버가 만난 북한 노동자들, 신기하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40명의 북한 노동자들을 만났다는 <세나, 집순이의 세계여행 SENA> 영상 중 한 장면.

▲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40명의 북한 노동자들을 만났다는 <세나, 집순이의 세계여행 SENA> 영상 중 한 장면. ⓒ 유튜브 갈무리


"같이 맛보자."

"한 입 먹었는데 맵구나."

"한국 사람들이 매운 거 좋아한다는 소리야."

"맵겠지?"

"매워."

"재채기 할 거니까. 갈수록 맵데이."

"맵다야."

"이거 다 먹으면 속이 뒤집어지겠어."

 

'불닭볶음면'을 먹어 본 '북한 아재'들의 호들갑이다. 얼굴이 뻘개져서는 물을 찾던 북한 사람들의 모습에 tvN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연상시킨다는 반응이 뒤따른다. 취업난을 걱정해 주다가도, 정색하고 "판문점 넘자"거나 국정원 운운하는 농담을 건넬 땐 잠시 무섭기도 했다는 김세은씨.

 

당신이 이런 상황과 맞닥뜨린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해외에서 만난 동포라는 유대감을 넘어 이들처럼 궁금한 것을 묻고 또 묻고, 과일 하나 빵 하나도 나눠주고 싶어 안달나지 않겠는가(북한 성인 남성을 40대 1로 맞닥뜨린 김세은씨의 최선을 다한 적응력이 놀라울 따름이다).

 

방콕과 같은 어느 동남아시아 번화가에서 만날 수 있는 북한 식당 종업원이 아니었다. 올림픽이나 아시안 게임에서 마주칠 수 있는 운동선수도 아니었다. 경계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이들은 카메라로 찍어도 되느냐는 질문에 "일 없다"며 흔쾌히 수락하고, "아이 낳으려면 많이 먹어야 한다"며 닭다리를 건네는 평범한 '북한 사람'이었다. 그래서일까. 김세은씨가 3주 전부터 게시한 동영상엔 호의적인 댓글이 대다수였다.

 

"이 영상은 정말 대단한 거예요. 간섭 받지 않는 북한사람들이 얼마나 따스한지 알게 해주거든요. 한국에 공식으로 온 북한인이나 외국서 본 북한선수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말조심하고 뻣뻣한데 이 영상엔 그런 게 전혀 없네요."

 

"유튜브 역사상 이렇게 남북 일반인끼리 허심탄회하게 썰푸는 영상은 없지 않았나 ㅋㅋ 이건 대박인데."

 

"뭔가 어르신 분들이 세나 양이 불편해 하지 않게 노력하면서도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는 모습이 할머니 집에 맡겨졌을 때 동네 시골 어르신들이 저 챙겨주시던 모습이랑 다를 게 없어 보여서 따뜻해졌어요."

 

아니, 어쩌면 댓글 속 반응들은 영상에 담긴 함의를, 그 본질을 제대로 꿰뚫고 있었다. 남과 북 보통의 시민들이, 인민들이 실제로 우연히 만났을 때 거리감을, 경계심을 가질 이유가 전혀 없다는 그 평범한 진실.

 

도리어 그 어떤 외국인보다 소통이 빠르고 친근감과 유대감을 느낄 가능성이 크며, 그간의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이 놀라움과 신기함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사실을 김세나씨의 영상이 증명하고 있었다. 호의적인 댓글들이야말로 그러한 평범한 진실이 영상을 통해, 김세은씨의 행동을 통해 전달된 결과일 테고.

 

"젊은 세대가 보기엔 지겨운 논쟁", 이제 그만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40명의 북한 노동자들을 만났다는 <세나, 집순이의 세계여행 SENA> 영상 중 한 장면.

▲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서 40명의 북한 노동자들을 만났다는 <세나, 집순이의 세계여행 SENA> 영상 중 한 장면. ⓒ 유튜브 갈무리


"선배님들의 이런 토론 자체가 솔직히 지겨워요. 우리의 적이, 6.25 전쟁을 했던 적이 공산국가라는 점과 공산주의 사상을 공부하거나 사상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는 점, (이것이) 적을 이롭게 한다는 점은 구분을 해야 하잖아요.

 

근데 이걸 섞어서 국내정치에서 상대방 정치인을 공격할 때 '네가 우리와 전쟁을 했던 이북과 같은 사상을 공부하지 않았니. 너도 적이야'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뒤섞는 것은 정치발전에도 도움도 되지 않고 젊은 세대가 보기엔 지겨운 논쟁이에요."

 

공교롭게도, <뉴스데스크>가 방영된 직후 MBN <판도라>에서는 조수진 변호사가 함께 출연한 남한의 '할배'와 '아재'에게 이런 일침을 날리고 있었다. '386 정치인'들에 대한 토론을 이어가던 중 색깔론을 들먹이다 못해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과거 '사노맹' 가입 전력과 1991년 기고 글을 읽어내려 간 자유한국당 김영우 의원과 예나 지금이나 색깔론을 전가의 보도마냥 휘두르는 전원책 변호사를 향한 따끔한 충고였다.


그 중 핵심은 아마도 "젊은 세대가 보기엔 지겨운 논쟁"이라는 대목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은가.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만난 북한 남자 40명 앞에서도 스스럼없이 유튜브 촬영을 하고 불닭볶음면을 나눠 먹는 20대의 눈에 이러한 색깔론은, 국가보안법 위반 운운은, 종북좌파, 주사파 논쟁은 옛날 옛적 '꼰대들의 향연'으로 비쳐지지 않겠는가.

 

한국이 아직 그런 나라다. 기독자유당이란 극우/보수 정당이 상상 속 '북남남녀'의 로맨스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 <사랑의 불시착>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고발하는 나라, 평창올림픽 남북단일팀의 의미를 흠집 내기 위해 방송사가 인터뷰 조작을 불사하는 나라, 그 남북의 적대로 밥 벌이를 이어가는 세력(과 정권들)이 기득권을 유지해 왔던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우리나라 대한민국(과 휴전선 넘어 조선인민민주주의 공화국).  


최근 정부와 통일부는 북한 개별관광을 적극 추진하고 나섰다. 이를 두고 현실성 제고부터 제도개선과 안전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중이다. 미국 백악관도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북으로, 평양으로 개별 관광을 한다고 해도 김세은씨와 같은 경험을 할 수 있을 리 없다. 다시 영상으로 돌아가 볼까.


북한 노동자들은 김세은씨에게 연신 "평양에 가자", "판문점을 넘자"는 농담을 건넸다. 블라디보스톡은 여행하는데 북한은 왜 못 가느냐는 (알면서도 건네는) 아쉬움의 표현이었으리라. 그러자 김세나씨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이 여권으론) 못 간다"고 답했다.


그렇게 '가장 가깝지만 가고 싶어도 못 가는 나라'인 남과 북 시민과 인민들의 자연스러운 만남을 막아온 것은 체제요, 정치요, 권력이었을 터. 하지만 도합 380만 명이 유튜브로 확인한 영상 속 남과 북의 만남은 지극히 자연스러웠고 내내 호의가 흘러 넘쳤다. 그렇다. 남과 북은 끊임없이 만나고 말을 건네고 살을 부대껴야 한다. 우연찮게 마주했으나 진귀한 간접체험을 전해 준 유튜브 영상이 준 교훈이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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