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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명예훼손 혐의 전두환, 5·18 헬기사격 입증되면 ‘유죄’
등록 :2020-04-27 14:59 수정 :2020-04-27 16:38
‘전두환 재판’ 의미와 전망…1심 9월 선고될듯
헬기사격 입증되면 ‘유죄’…‘자위권’ 논리 붕괴
검찰, 전문가 증인 3명 신청…사격 입증 주력
일부선 “재판부 5·18조사위에 판단 미룰 수도”
전두환 전 대통령이 부인 이순자 씨와 함께 27일 오전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와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 연합뉴스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자신의 회고록에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로 비난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89) 전 대통령 형사재판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헬기사격이 실제로 있었는지 여부와 전씨가 이러한 사실을 알고도 조 신부를 비판하는 내용을 자서전에 포함했는지 여부다. 5·18 때 헬기사격이 있었고 전씨가 이를 알고 있었다면 조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죄가 성립되고 헬기사격이 없었다면 죄가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전씨는 당시 헬기사격은 없었고 자서전의 관련 내용은 “문학적 표현“이라고 주장한다.
27일 광주 법조계, 5·18단체 등의 말을 종합하면, 헬기사격 여부는 지난 40년간 밝혀지지 않은 발포 명령과 연관이 있기 때문에 이번 재판이 가지는 의미가 적지 않다. 재판부가 헬기 사격을 인정할 경우 그동안 발포를 정당화하기 위해 전씨 등 신군부가 주장해온 ‘자위권 발동’ 논리가 무너지기 때문이다.
앞서 2018년 국방부 5·18특별조사위원회는 1980년 5월21일과 5월27일 계엄군의 헬기사격이 있었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국방부 5·18 특조위는 조 신부가 목격했던 5월21일 헬기사격이 계엄군의 잔학성과 범죄성을 드러내는 증거라고 판단했다. 시민군과 물리적 충돌 과정에서 실시된 지상군의 사격과 달리, 헬기사격은 비무장 민간인들을 향한 비인도적 공격으로 사전 계획적·공세적 성격을 띠고 있다는 것이다. 자위권 차원에서 발포가 이뤄진 것이라는 계엄군의 주장을 뒤집는 대표적인 증거로 본 셈이다.
1980년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잔인한 진압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진 광주 시내 상공에 군 헬기가 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피해자 쪽 법률대리인인 김정호 변호사는 “전시에나 가능한 헬기사격은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발포를 했다는 자위권 발동 논리를 일거에 허무는 증거다. 옛 전남도청 진압작전이 있었던 5월27일과 달리 21일 헬기사격은 사전에 헬기 투입 계획을 세우고 무장을 해야하기 때문에 미리 발포 명령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수많은 증언과 더불어 헬기사격과 관련한 작전 지침과 사전 계획문건까지 나왔지만, 실제 사격이 이뤄졌다는 내용의 기록이 발견되지 않은 탓에 실제 헬기사격이 이뤄줬냐를 두고 법리다툼이 치열한 상황이다. 재판에 출석한 헬기 조종사들은 “무장을 한 채 출격은 했지만 사격은 하지 않았다”는 진술로 일관하며 헬기사격을 부인하고 있다. 2007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관으로 활동한 노영기 조선대 교수는 “전두환이 군과 국가를 장악했는데 자신에게 불리한 기록을 남겨놓았을 리가 없다. 결국 검찰은 전씨의 명예훼손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논리로 접근해야 하는데 법원이 어떻게 판단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26일 <한겨레>가 입수한 ‘전교사 충정작전계획’에는 계엄사령부가 1980년 5월27일 광주 일대를 무력으로 진압하는 광주 재진입 작전(충정작전)에 500MD 무장 헬기 5대를 편성한 것으로 적시돼 있다. 5·18 진압작전 전반에 무장헬기가 투입됐을 가능성을 새삼 방증하는 것이다.
1980년 5·18 당시 광주 금남로 전일빌딩 주변에 계엄군 헬기가 날고 있는 모습. 5·18기념재단 제공
검찰은 헬기 사격 입증을 위해 관련 전문가와 목격자를 증인으로 신청한 상태다. 2017년 전일빌딩 총탄 자국을 조사한 김동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총기연구실장과 국방부 특조위 조사관이었던 김희송 전남대 5·18연구소 연구교수, 헬기사격을 목격한 데이비드 돌린저 전 미국평화봉사단원 등이다.
기존대로 3주에 한번 재판이 열린다고 가정했을 때 1심 선고는 늦어도 올해 9월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재판부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의 활동이 끝날 때까지 판단을 미룰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2017년 4월 5·18기념재단 등은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로 전씨를 형사고소했다. 광주지검은 5·18 헬기사격을 사실로 판단해 2018년 5월 전씨를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해 1월 재판부가 형사재판에 참석하지 않는 전씨에 대해 구인장을 발부하자 3월 열린 인정신문에 출석했다. 이후 건강문제를 이유로 불출석하던 전씨는 재판장이 바뀌면서 인정신문을 위해 법정에 출석하게 됐다.
김용희 기자 kimy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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