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nocutnews.co.kr/news/5293810
[단독] 1분1초 급한데, 신천지 "아무 전화도 받지마라" 긴급공지
CBS 노컷뉴스 윤준호 기자 2020-02-21 16:06
확진자 무더기 증가에 정부 나섰지만…
대구·경북 신천지 "전화 받지마라" 지침
감염 막으려면 '신속 대응' 중요한데
신천지 은폐·거짓공작에 정부 대응 '무색'
이단 신천지 신도들이 모인 모바일 메신저 단체 대화방 '대구·경북 예배회'에 21일 올라온 공지. 집회에 다녀온 신도들에게 전화를 받지 말도록 지시하는 행동 지침이 담겨있다. (사진=독자제공)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늘어나면서 정부가 슈퍼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된 이단 신천지 신도들의 전수 조사에 힘을 쏟고 있지만, 신천지가 여기에 '무대응' 지침을 내린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 예상된다.
감염 확산을 막으려면 유증상 여부를 속히 파악해 검사를 실시하고, 확진자로 판정된 경우 과거 동선과 접촉자 신원 확보 등 조치가 차례로 이뤄져야 하는데, 신천지의 은폐 탓에 이같은 정부의 대처가 무색해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21일 CBS 노컷뉴스 취재 결과, 이단 신천지 '대구·경북 예배회'는 이날 오전 신도들에게 공지를 띄웠다. 해당 공지에는 "대구 성도분들 교회 갔다 오셨으면 아무 전화도 받지 말고 집에 있으세요"라는 행동 지침이 담겼다.
같은날 '대구·경북 예배회' 한 목사도 '신천지 긴급공지'라는 제목의 글을 신도들에게 뿌렸다. 여기에는 "최대한 자기가 S(신천지가 스스로를 칭하는 은어)라는 걸 알리지 말고 (집회) 갔다오신 성도분들은 연락을 하지 마시기 바란다"는 내용이 적혔다.
대구·경북 신천지는 며칠새 급격히 불어난 코로나19 확진자의 핵심 전파지역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슈퍼 전파자로 의심되는 31번 확진자도 대구 신천지를 다녔다.
대구시는 현재까지 31번 확진자와 함께 대구 신천지에서 집회를 한 사전조사대상자 1001명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중 57명과 연락이 닿지 않은 상태다. 추가로 이뤄진 1차 전수조사대상자 3474명 중에서도 344명이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대구 신천지 집회에 참석한 신도들은 전국 각지로 흩어지면서 지금까지 서울 서초구와 경기 김포, 경남, 광주에까지 확진자를 낳았다. 집회 참석자들이 자기 지역으로 돌아간 이후 지역 신천지 신도나 일반인과 접촉했을 가능성도 매우 높은 상황이다.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결국 제대로 된 검역과 역학조사가 이뤄지려면 신천지 신도들의 자발적이고 투명한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신천지는 슈퍼 확산 진원지로 부상한 지난 18일 이후부터 번번이 신도들의 입단속에만 급급한 모양새다.
실제로 31번 확진자는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며 경북 청도에 간 사실을 보건당국에 숨겼다가 휴대전화 위치 정보를 조사한 끝에 방문 기록이 확인됐다. 31번 확진자는 감염 증상이 나타난 상황에서도 의료진의 진단 권유를 거부하고 집회에 나갔다.
앞서서는 신천지 대구지파 섭외부가 신도들에게 집회 참석 사실을 주변에 숨기거나 거짓으로 말하도록 종용한 의혹도 제기됐다. 섭외부는 신천지에서 신도의 탈퇴를 막는 부서다.
신천지가 모바일 메신저로 전파했다는 지령에 따르면 섭외부는 신도들에게 교인 여부가 노출된 정도에 따른 상황별 대처방향을 소개했다. 지령은 모두 주변 사람들이 물어볼 경우 '집회에 가지 않았다'는 취지로 거짓 응답하도록 주문했다.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이외에도 신천지는 불리한 여론을 돌리려는 목적에서 신도들에게 댓글 작업을 부추긴 정황도 포착됐다.
이날 윤재덕 전도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계정 '종말론 사무소'가 공개한 SNS 공지글을 보면 신천지 측은 인터넷 포탈 사이트나 유튜브에 올라온 뉴스들 중에서 신천지에 우호적인지 여부에 따라 추천하거나 비방하는 댓글을 달도록 전파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신천지는 뚜렷한 해명은 내놓지 않은 채 "신천지 교회를 왜곡·비방하는 행위를 중단해달라"는 입장만 홈페이지에 게시했을 뿐이다. 교주인 이만희는 아직까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이날 "대구·경북을 넘어 전국 신천지 신도를 모두 확대 관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yjh@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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