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641870
이탄희 "법관 탄핵 늦지 않았다... 미래 직업 윤리 세우는 것"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663] 이탄희 경기 용인정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20.05.19 13:09 l 최종 업데이트 20.05.19 13:09 l 이영광(kwang3830)
▲ 사법농단 사태를 세상에 알린 이탄희 공익인권재단 공감 변호사가 21대 총선 경기 용인정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자료사진). ⓒ 남소연
양승태 전 대법원장 당시 사법농단의 실상을 알리고 사표를 던져 화제가 됐던 이탄희 공익인권재단 공감 변호사가 21대 총선 경기 용인정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했다. 그는 미래통합당 김범수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이탄희 당선인이 더불어민주당 입당하며 내세운 건 사법개혁이었다. 그는 이른바 '이탄희 3법'을 발의하겠다고 공언했다. 당선 후 한 달의 일상과 '이탄희 3법'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자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근처 커피숍에서 이탄희 당선인을 만났다. 다음은 이 당선인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
"국회의원의 본분에 충실한 삶 보여줄 것"
- 늦었지만 당선 축하드립니다. 어느덧 당선되신 지 한 달이 다 되어 갑니다. 어떻게 보내셨어요?
"지역에서 지지해 주시고 또 응원해 주신 유권자분들께 당선 사례를 하는 데 시간을 많이 썼어요. 또 의정활동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할 게 많더라고요. 일단 보좌진을 꾸려야 하고, 지역사무소도 마련해야 합니다. 또 제가 내걸었던 공약을 어떤 전략으로 어떻게 실현할 건지 더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 지역구가 용인정이시잖아요. 전임이 표창원 의원이시죠. 용인은 연고가 없으실 것 같은데 처음 지역구 공천 받았을 때 부담감이 컸을 거 같아요.
"장인 장모님이 용인에 사세요. 그래서 전혀 연고가 없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거기서 오랫동안 산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처음에는 배워야 할 게 많았죠. 표창원 의원님의 지역구라는 점에서 부담감보다는 책임감을 느꼈어요. 아무래도 표 의원님이 옳은 일을 위해서 경찰대 교수직을 내려놓는 불이익을 감수했던 인물이시잖아요. 용인정의 유권자분들은 그런 인물을 국민의 대표로 만든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요. 유권자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다, 그런 전통을 계승하고 더 발전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 선거 운동은 어땠어요?
"전반기하고 후반기가 많이 달랐던 거 같아요. 전반기는 제가 선거운동 어떻게 해야 되는지 잘 모르기도 했고요. 그때는 코로나로 인해서 사회 분위기가 많이 경직돼 있었기 때문에 소위 '모범생 선거 운동'을 했어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은 잘 안 가고 한 분 한 분 따로따로 찾아다니면서 1대1로 오랜 시간 대화를 하는 방식으로 선거운동을 했어요. 또 온라인 위주로 선거운동을 하기도 했고요. 그러다가 선거운동 후반기에는 코로나로 경직된 분위기가 살짝 풀리기도 했고,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적극적으로 제 생각을 알려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아서 유세차 타고 돌아다니며 마이크 붙잡고 말하기도 하고, 종일 많이 뛰어다녔어요."
- 기억에 남는 운동 있나요?
"저는 상점에 들어가서 오랜 시간 동안에 대화 나눴던 게 아직도 기억이 많이 나요. 삼겹살 파는 식당, 꽃 가게, 카센터 이런 데 들어가서 2시간씩 대화 나누고 했었거든요. 경제적으로 힘겨운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삶을 이어가고 계신 분들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런 분들이 우리나라의 공직자들에게 바라는 것은 국민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또 우리를 지키기 위해서 나라가 존재한다는 것을 느끼게 해 달라는 거였어요. 그런 말씀이 지금도 기억에 많이 남아요."
- 용인정 주민이 왜 이 당선인님을 뽑았을까요?
"여러 가지 생각들이 있으셨겠지만, 저한테 한번 기회를 줘 보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하신 거 같아요. 그동안 저는 본분에 충실한 공직자로 살아왔기 때문에, 국회의원이 되면 개념이 모호한 정치인이나 인기 연예인의 삶이 아니라 국회의원의 본분에 충실한 삶이 어떤 건지 보여 드리고 싶다고 말해왔어요. 이런 이야기에 마음을 열어주셨다고 생각해요."
- 당선인님은 대중적으로 알려졌잖아요. 그래서 부담감이 있었을 거 같아요.
"부담감보다는 책임감이 있었어요. 국회의원 선거에 나온 명확한 이유가 있었으니까요. 처음에 입당할 때도 '사법 개혁이라고 하는 이슈에 대해 법원을 나온 뒤 1년 넘게 변호사로서 이야기했는데 제도권에서 반향이 없고 진척이 없었기 때문에 다시 제도권에 참여하는 것'이라는 명확한 이유를 말했어요.
그리고 입당하고 나서는 국회의 신뢰도가 높아져야만 제가 원하는 '국회 주도의 사법개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정치개혁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어요. 이런 식으로 그때그때 한 단계씩 나아갈 때마다 명확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저 자신의 운명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외부적인 과업에 대한 책임감을 더 크게 느꼈어요."
- 그럼 국회 신뢰도는 어떻게 높여야 한다고 보세요?
"지금 얘기 나오고 있는 국민소환제나 일하는 국회법, 이런 것들이 투명한 국회를 만들고 책임감 있는 국회의원들을 만드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최근 임기 시작 전에 구체적인 의정활동 준비를 하면서 느낀 건데, 국회를 상설화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그중에서도 상임위원회마다 법안심사소위원회라고 하는 게 있는데 그 심사 소위원회를 상설화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야만 국회의원들이 정책과 법안의 내용을 중심으로 꾸준히 일할 수 있거든요."
"이탄희 3법 추진... 판사 반발, 개혁 막을 이유 아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과 사법개혁 주장을 통해 이름을 알렸습니다. 이른바 '이탄희 3법'을 발의하시겠다는 계획을 들었어요. '이탄희 3법'은 어떤 건가요?
"첫 번째 양형 개혁법, 두 번째 현대판 장발장 방지법, 세 번째 전관예우 방지법이에요. 양형 개혁법은 판사는 무죄 선고에 집중하고 형량을 정할 때는 전문가, 과학자, 피해자, 유가족이 참여하도록 해달라는 내용입니다. 현대판 장발장 방지법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법규예요. 지금도 주거가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쉽게 구속되거나, 복지로 해결될 수 있는 생계형 범죄가 형량을 통해 해결되고 있거든요. 이런 것들이 개선하기 위한 법규예요."
- 양형 기준표가 있는 걸로 아는데요, 그것과 양형 개혁법이 다른가요?
"양형 기준은 대법원 양형 위원회에서 각 죄마다 '이 기준 내에서 선고하라'고 범위를 정하는 겁니다. 그게 아니라 개별 사건에서 구체적인 형량을 결정할 때 의무적으로 전문가들을 참여시키라는 거예요. 예를 들어서 아동성범죄자라면 아동성범죄에 대한 전문가들이 있잖아요. 이런 문제가 왜 발생하는지, 이 피고인은 재범할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 형량을 어느 정도 하는 게 효과가 있는지 등을 다룰 수 있는 전문가들이 따로 있거든요. 그런 사람들이 형량 정하는 데 참여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거예요."
- 법원에서는 판례가 중요하잖아요. 양형 개혁법이 만들어지면 판례가 무의미해질 수도 있는 것 아닌가요?
"형량 결정의 선례들이 덜 중요해질 수도 있죠. 판사한테 맡기면 판사는 아무래도 선배들이 해온 것들을 따를 가능성이 높아요. 하지만 외부 전문가들이나 과학자들이 참여하게 되면, 전문가들의 관점에서 자신만의 기준을 새롭게 제시할 가능성도 높아지는 거죠."
- 판결은 판사들의 고유 영역인데 그렇게 하면 판사들이 반발하지 않을까요?
"판사들이 반발하는 것 자체가 개혁을 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아닌 거 같고요. 옳은 일이라고 하면 반발을 하더라도 해야 하는 것이죠. 그리고 저는 이게 판사들의 권한을 침해하는 건 아니라고 봐요. 왜냐하면 최종 결정권은 판사들에게 있으나, 그 결정을 하는 과정에 다른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에요. 그 권한을 침해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 이탄희 경기 용인정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 이탄희 제공
- 전관 예우 방지법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세요?
"기존에 나와 있던 많은 법안들은 전관들이 일정한 기간 동안에 일정한 지역에서 변호사 업무를 하지 못 하도록 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저는 그것도 중요하지만, 거기서 더 나아가 재판 절차를 투명하게 만들어 전관들이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신뢰를 줘야할 것 같아요. 그래서 법정을 중심으로 재판을 진행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어요. 구체적으로는 재판 녹음과 녹화를 의무로 하고, 녹음물이나 녹화물을 재판이 끝난 다음에 확인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거죠."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상황은 어떻게 보고 계세요?
"형사재판만 진행되고 있는 상황인데 관련자들에게 이미 무죄가 선고된 것을 보면 계속해서 무죄 또는 관대한 판결이 선고될 가능성이 높다고 봐요. 그래서 징계와 탄핵이 필요해요. 그런데 징계는 현 대법원장이 면죄부를 줘버려서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고 남은 건 국회의 탄핵 밖엔 없어요. 그래서 반드시 탄핵이 필요합니다."
- 사법농단 관련 판사들에 대한 탄핵 이야기가 나왔지만 20대 국회에서는 못했죠. 21대 국회에서 하기엔 늦은 거 아닌가요?
"늦지 않았어요. 이건 과거 청산을 위한 것이 아니라 미래의 직업 윤리 기준을 세우기 위한 것이거든요. 보수적인 분들도 법관 탄핵을 찬성하는 경우가 많아요. 왜냐하면 지금 이대로 가면 언론만 시끄러웠지, 사법농단에 대해 아무런 공적 확인도 하지 않은 채로 끝나게 되거든요. 이 모든 과정을 겪고도 법관 직업 윤리 기준 하나 없는 나라가 되는 거예요. 1심 판결을 통해 법원에서 이미 탄핵 대상이라는 취지로 설시(알기 쉽게 풀이하여 보이다 - 다음 국어사전)한 판사들만이라도 탄핵 소추를 해야 합니다."
-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에서 8개월간 공익변호사로 활동하며 빈곤 복지팀에 계셨습니다. '가난은 나라님도 못 구한다'는 속담도 있잖아요. 빈곤 문제,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세요?
"빈곤 문제는 사실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고 전 세계적인 문제예요. 그리고 1~2년 된 문제라거나, 단순히 경기를 타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에요. 저성장 고령화 시대 도래에 따른 구조적인 문제거든요. 그래서 젊은이들 같은 경우에는 사회적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고, 또 기회가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양질의 일자리가 아니어서 생활에 충분한 경제적인 수입을 주는 경우가 드물고요.
한 번 수입이 줄어든 중장년층도 다시 수입을 회복하기가 어렵습니다. 현재의 빈곤 문제는 구조적인 문제라서 한두 가지 대책을 가지고 쉽게 풀 수는 없는 거고요. 장기적으로 일자리가 부족한만큼 공적 지지를 대폭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다만 그게 어느 정도 범위 내에서, 어느 정도 속도로 이루어져야 하느냐에 대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하겠죠."
- 또 신경 쓰시는 게 있나요?
"저는 교육과 돌봄 문제도 관심이 있어요. 특히 지금 코로나19 위기가 경제 위기로 연결되고 있잖아요. 근데 경제위기 때 문제 되는 분야가 또 교육과 돌봄이에요. 제가 공감에 들어가기 전에 공감 변호사님들이 하셨던 사건 중에 '은비 사건'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사건이 있었어요. 네 살짜리 어린 여자아이가 양부모에게 학대받아서 사망한 사건이에요. 한마디로 맞아 죽은 거죠. 그런데 이 아이가 사실은 10대 미혼모의 아이였어요. 그 10대 미혼모가 또 어떻게 커왔는지 추적해보니 97년, 98년 IMF 때 가정이 해체된 거예요. 그래서 할머니 손에 크다가 충분히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한 상태에서 미혼모가 되고 아이를 포기하게 된 거예요.
IMF 때 시작된 경제 위기가 두 세대를 거치면서 결국은 아이가 사망하는 사건까지 연결이 된 거죠. 윗세대가 받은 충격이 단계적으로 대물림되어 결국은 누군가가 생명까지 빼앗기는 게 눈에 보이더라고요. 이번 경제위기 때도 그런 슬픈 사연들이 나오지 않도록 하려면 경제위기로 인한 상처가 대물림되지 않도록 해야 하거든요. 교육이나 돌봄 등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국가에서 충분히 지원해줘야 한다는 거죠."
▲ 21대 총선 경기도 용인시정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와 당선된 이탄희 변호사가 지난 4월 9일 용인시 보정동 누리에뜰 사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부탁하고 있는 모습(자료사진). ⓒ 권우성
-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으세요?
"저는 이제 두 가지로 기억되고 싶어요. 첫 번째는 진짜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다는 것. 두 번째는 '저 사람 남이 아니고 나랑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었고, 나랑 같은 걸 원했던 사람'이라고 기억되고 싶어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김대중 대통령이 하셨던 말씀 중에서 '정치는 반걸음씩만 앞으로 가는 거'라고 말씀하셨던 게 기억나요. 마음은 국민과 같이하고 눈은 멀리, 우리가 가야 할 곳을 쳐다보고, 몸은 반걸음씩만 나가는 게 좋은 정치인 것 같아요.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꾸준하게 조금씩 조금씩 진전시켜서 성과를 남기는 정치인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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