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7411


베트남 교민들 “한국언론, 오보 말아달라” 울상

검증 없이 “입국 허용” 보도, 교민 사회 ‘시끌’… “독자가 대사관에 사실관계 물어야 하나”

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승인 2020.06.02 14:39


한국 언론의 베트남 관련 보도에 베트남 교민들의 불만이 높다. 코로나19로 교민들이 외교 문제에 예민한 상황에서 사실 확인 없이 오보를 내거나 기본적 번역조차 틀리는 보도가 계속 발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주요 영어권 국가가 아니라서 책임감을 덜 느끼느냐”는 원성까지 나온다. 


베트남 교민 커뮤니티는 지난달 27일 한국경제TV와 아주경제 보도를 보고 들썩였다. “[속보] 베트남 7월1일부터 하늘길 열린다. 한국 등 80개국 E비자 승인방침”(한국경제TV)이란 기사와 “[상보] 베트남, 7월1일부터 한국 등 주요국에 입국허용 방침”(아주경제)라는 기사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베트남 정부가 오는 7월1일부터 한국을 포함한 80개국의 E비자 신청을 받고, 전국 8개 국제공항과 16개 국경, 13개 항구 등을 통해 입국 방문객을 받는다는 보도다. 


▲지난 5월27일 베트남 교민 커뮤니티 사이에서 논란이 된 '베트남, 7월1일부터 한국 등 주요국에 입국허용 방침' 보도.

▲지난 5월27일 베트남 교민 커뮤니티 사이에서 논란이 된 '베트남, 7월1일부터 한국 등 주요국에 입국허용 방침' 보도.


▲언론 보도가 나면 베트남 이슈를 다루는 SNS 등으로 확대 재생산된다. 지난 5월27일 오보내용이 그대로 인용된 한 페이스북 페이지.

▲언론 보도가 나면 베트남 이슈를 다루는 SNS 등으로 확대 재생산된다. 지난 5월27일 오보내용이 그대로 인용된 한 페이스북 페이지.


한 기업 주재원인 교민 A씨는 “우리 회사는 물론 교민들, 주재원, 한국에 있는 경제인들까지 전부 다 난리가 났다”고 전했다. 베트남의 출입국 정책은 교민들의 최대 관심사다. 베트남은 코로나19 확산 문제로 일부 예외 상황을 제외하면 외국인 입국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산가족’도 생겼다. 지난 2월 중순 전, 한국에 들어온 뒤 베트남 국경이 폐쇄되면서 돌아가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가정이 적지 않다. 


베트남 정부가 주요국에 입국을 허용했다는 보도는 오보였다. 베트남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한 법 개정으로 E비자 허용을 기존 46개국에서 80개국으로 확대한다는 내용으로 입국 재개 여부와는 무관하다. 베트남의 외국인 입국 금지 정책도 그대로였다. 교민들은 직접 대사관 영사과나 주베트남 한국상공인연합회 등에 사실 확인했고 “기본적인 영어·베트남어만 해도 틀릴 수 없는 보도”라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한경TV는 이후 기사를 수정했고 아주경제는 삭제했다. 


교민들 불만이 거센 이유는 이 같은 오보가 반복돼서다. 교민사회는 지난달 19일에도 술렁였다. 한국경제TV는 19일 정기적으로 베트남 소식을 전하는 ‘KVINA 한줄뉴스’에서 헤드라인을 “베트남 무격리 입국 허용”이라고 달아 보도했다. 기사는 베트남 현지 매체의 원문 링크를 남겼지만 원문엔 ‘무격리 입국 허용’이란 내용은 없었다. 


‘다낭 반미 사건’ 보도는 교민들이 한국 언론 취재에 불신을 갖게 된 계기였다. YTN은 코로나19이 국제적으로 확산되던 지난 2월25일, 대구에서 출발해 베트남 다낭에 격리된 한국 여행객들이 “아무 증상이 없는데도 자물쇠로 잠긴 병동에 갇힌 채 빵으로 끼니를 때우는 등 식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들은 당시 여행객 중 발열 환자가 발생해 격리됐던 것이고 자물쇠는 베트남에서 문을 잠글 때 흔히 쓰는 일상용품이었다. 보도에 언급된 ‘빵’도 베트남의 대표 주식인 ‘반미’였다.


▲YTN 베트남 다낭 격리 보도 화면.

▲YTN 베트남 다낭 격리 보도 화면.


베트남이 신남방정책의 교두보로 떠오르고 한국과 베트남 사이 경제적 교류가 늘면서 언론의 베트남 진출도 늘고 있다. 베트남 외교부는 지난 5월 아시아투데이, 아주경제의 신규 지국 설립을 허가했다. 연합뉴스, 한국일보, KBS에 더해 언론사 5곳이 베트남에서 지국을 운영 중이다. 한국경제, 조선일보는 해외연수 성격의 특파원을 베트남에 보내고 있다. 파이낸셜뉴스는 지난 1월 처음으로 베트남에 특파원을 파견했다. 여기에 한국경제TV처럼 베트남 소식만 전문으로 전하는 코너를 둔 매체도 있다. 


교민 A씨는 “잘못된 소식에 20만 교민들, 기업인들, 주재원 가족들은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다. (언론 보도가 나오면) 아침부터 회사는 물론 온갖 곳이 다 비상이 걸렸다가 (보도가 오보임이 확인되면) 엄청난 실망만 남는다”고 말했다. 


A씨는 “미국처럼 중요한 영어권 국가에서 이런 오보가 나왔다면 매우 심각한 문제가 됐을 것”이라며 “베트남이라는 이유로 오보가 계속 걸려있고 뒤늦게 슬쩍 수정·삭제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더구나 이슈조차 되지 않으니 언론이 계속 오보를 내는데,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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