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5546
팩트체크 아랑곳 않는 조선·중앙 “중국발 입국금지” 공세
24일 사설 6개 털어 정부 책임론, ‘이탈리아 입국 안막아 확산’ 주장까지··· 현지선 ‘차단 자성’
김예리 기자 ykim@mediatoday.co.kr 승인 2020.02.28 15:24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를 중심으로 보수언론이 연일 중국발 외국인 전면 입국금지를 촉구하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학계‧국제사회가 일찌감치 일축했지만 감염병 위기대응 단계가 격상되고 해외의 한국인 입국금지 사례가 나오자 정부 책임론 부각에 나선 모양새다. 실태와 동떨어진 주장으로 감염병 국면을 정치 쟁점화하려는 시도란 지적이 나온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지난 24일 낸 사설 6건을 모두 털어 중국발 입국 금지를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1면 머리에 “중국서 오는 외국인 입국, 전면 금지하라”를 올렸다. 조선일보도 “중 감염 차단했으면 재앙 없었다, 누가 문열었는지 말하라” 등 제목을 붙였다. 조선일보는 24~28일 닷새간 14건 사설 중 11건에서, 중앙일보는 총 11건 중 7건에서 ‘중국 입국 차단했으면 이렇게 되지 않았다’ 혹은 ‘중국 입국 금지하라’는 주장을 폈다. 국민일보‧세계일보‧한국경제 등도 같은 논조로 보도했다.
▲중앙일보(위, 왼쪽아래)와 조선일보(오른쪽 아래)는 24일 사설 6건을 털어 정부에 즉각 중국인 입국금지 조처를 요구했다.
▲조선일보(위 5건)와 중앙일보가 24~28일 중국 입국금지를 주장하거나 관련해 정부 책임론을 부각하며 내놓은 기사 중 일부 제목.
조선일보는 “한국에서 우한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게 된 것은 중국으로부터의 감염원 차단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중국 눈치 보느라 방역 문을 열어놨다가 중국이 한국을 위험국 취급하는 처지가 됐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도 “중국 정부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하다 골든타임을 놓친 문재인 정부의 방역 실패가 혹독한 대가를 초래했다”며 “이제라도 중국에서 들어오는 외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했다.
신문들은 그 근거로 감염 확산세가 한국 다음으로 큰 이탈리아를 부각했다. 이탈리아도 입국 차단 조처를 제대로 안 해 감염이 퍼졌다는 주장이다. 조선일보는 27일 “국경 열어둔 유럽의 역설…이탈리아발 코로나 공포”에서 “이탈리아는 이달 초 중국을 오가는 직항로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그러나 중국인 입국 자체를 막지는 않았기 때문에 다른 다라를 거친 비행편이나 육로‧해상로를 이용한 입국이 가능했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25일 3면 머리기사에서 “(이탈리아가) 다른 유럽 국가를 경유해 육로나 항로로 입국하는 중국인 관광객은 막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실상 현지에선 그간 봉쇄 조치의 실효성에 자성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중국발 입국을 차단하면서 우회 입국이 늘었고, 감염 경로를 추적하기 어려워졌다. 25일 이탈리아 대표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이탈리아가) 중국에서 오는 비행기를 막는 가혹한 규제조치에도 여전히 감염이 발생했다”며 “(이 조치는) 번드르르하지만 매일 런던과 취리히, 파리, 프랑크프루트를 오가는 승객에 의해 구멍이 나, 누가 언제 실제 중국에 당도했는지 아무도 모르게 되는 상황을 낳는다”고 보도했다.
▲27일 조선일보, 25일 중앙일보 보도 갈무리.
라 레푸블리카는 “전문가들은 ‘중국’이란 요소가 더 이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탈리아에서 이미 2·3·4차감염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도 밝혔다. 신문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 내 이탈리아 대표 월터 리치아르디는 “프랑스와 독일, 영국은 WHO의 지표를 따라 (중국발) 비행 입국을 차단하지 않았고, 위험에 처한 대상을 추적하고 격리할 수 있었다”며 “우리는 현재 중국에서 유럽 내 다른 곳을 경유한 입국을 막지 않은 채 중국과 통로를 차단한 조치에 대해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와 밀접한 프랑스·스위스·오스트리아·독일 등 7개국 보건장관들은 25일 이탈리아의 요청으로 로마에서 방역 대책회의를 하고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국경은 폐쇄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공동 원칙에 서명했다.
실제 주중한국대사관이 밝힌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관련 입국정책을 보면, 우한발 입국도 막지 않은 나라가 많다. 감염 확산세에 영향은 미미해 보인다. 영국은 우한발 항공승객을 차단하지 않고, 우한발 직항에 한해 의료진 검역을 강화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직항은 발열이나 이상 증세만 체크한다.
한국도 확진자가 가파르게 늘어 2000명을 넘어섰지만 해외 유입 사례는 극히 드물다. WHO가 발행하는 일일 현황보고를 보면, 한국의 경우 중국 유입형 감염자는 확진자가 27명이던 지난 9일 이래 27일 현재까지 13명을 유지하고 있다. 청와대는 27일 정부가 방역망을 가동하기 시작한 지난 4일 이후 중국에서 들어와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뉴스톱‧부산일보‧연합뉴스‧JTBC‧한겨레 등 다수 언론이 미래통합당과 일부 언론의 ‘입국차단’ 주장에 실효성과 실현 가능성을 가린 ‘팩트체크’ 보도를 내놨지만 보수언론의 정치 공세는 계속된다.
한겨레는 28일 “감염병까지 ‘정치공세’, 국민생명 위태롭게 한다” 사설을 내 “일부 언론이 줄기차게 중국인 입국금지 주장을 펴며 기승전 중국때리기로 일관하는 것은 실효성도 없고 진정성도 의심스럽다”며 “언론으로서 정당한 비판과 견제를 넘어선 악의적 정치공세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28일 한겨레 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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