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795369


현직 시간 강사입니다, 현실 모르는 건 윤석열 후보입니다

겸임 교수와 시간 강사는 전혀 다른 직종... 전국 시간 강사 매도한 책임을 지십시오

21.12.15 15:20 l 최종 업데이트 21.12.15 15:24 l 오마이뉴스(news)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씨의 허위 이력 제출 의혹과 관련, 윤 후보가 15일 "(시간강사는) 이런 자료를 뽑는 게 아니다"라는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현직 대학 시간강사가 윤 후보의 발언을 비판하는 글을 보내와 게재합니다. [편집자말]


저는 현직 대학 시간 강사입니다. 사회복지학 전공자이고 2019년 2월 국내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같은해 9월부터 현재까지 대학과 대학원 등에서 강사로 재직 중입니다.


<오마이뉴스> 조선혜 기자가 쓴 15일자 기사 <김건희 허위 이력 묻자 윤석열 "채용비리? 현실을 잘 보라" http://omn.kr/1wfhx >를 보고 기가 막히고 화가 나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아래는 기사 본문 중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답변 내용입니다.

 

"겸임교수라는 건 시간 강사에요. 채용 비리 이러는데, (시간 강사는) 이런 자료 보고 뽑는 게 아닙니다. 그 현실을 좀 잘 보시라고요."


"여러분 가까운 사람 중에 대학 관계자가 있으면 시간 강사를 어떻게 채용하는지 한번 물어보라."


"무슨 교수 채용, 이렇게 (얘기)하는데, 시간 강사라는 건 전공 이런 걸 봐서 공개채용하는 게 아니다. 어디 석사과정에 있다, 박사과정에 있다, 이러면 얘기하는 것." 


"대학에 아는 분들 있으면 시간 강사 어떻게 뽑는지 한번 물어보라."

 

15일 오전 한국노총 간담회를 위해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을 찾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건물 밖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한상균 권리찾기유니온 대표(전 민주노총 위원장)를 만나 '근로기준법 개정 촉구 입법청원서'를 전달받고 있다.

▲  15일 오전 한국노총 간담회를 위해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을 찾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건물 밖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한상균 권리찾기유니온 대표(전 민주노총 위원장)를 만나 "근로기준법 개정 촉구 입법청원서"를 전달받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네, 현직 대학 시간 강사이고, 채용 경험자로서 말씀드리지요. 현재 대학 시간 강사 채용은 공개채용으로 이루어집니다. 2019년도부터 그런 법과 정책이 제정되어 현재까지 실시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저의 경우 서류전형과 면접을 거쳐 선발된 곳도 있고 서류전형으로만 합격한 곳도 있습니다. 서류전형의 경우 모든 증명서(재직증명서나 졸업 및 성적증명서)는 발급 유효기간이 3개월입니다. 즉, 3개월 이전에 발급받은 것은 인정되지 않습니다.


연구경력도 중요합니다. 대학마다 차이 있으나, 대략 3~4년 정도까지의 연구실적(논문, 저서, 연구보고서)만 인정되죠. 단독 연구 100%, 2인 연구 70% 이런 식으로 하여 일정 %를 채워야 합격 가능합니다. 이런 제반 서류 관련 사항들이 증명되어야 1차 서류전형을 합격할 수 있습니다. 


만일 탈락했을 경우엔 그 이유를 문자로 전해주시는 대학도 있습니다. 대학도 교육부 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적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채용 절차는 엄격히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한 교육자로서의 사명감과 책임감 상으로도 그러한 엄격한 공개 채용과 경쟁 선발 절차는 필수라고 저 역시 생각합니다.


혹시 이 글을 보고 윤석열 후보께서 '2006년에서 2016년까지는 대충 그렇게 소개로 알음알음으로도 했다'라고 둘러대시진 않을까 싶은데요. 윤 후보께서는 현장에서 분명히 현재형으로 말씀하셨습니다. "대학에 아는 분들 있으면 시간 강사 어떻게 뽑는지 한번 물어보라"라고 말입니다. 


만일 제가 부인 입장이었다면 소개로 들어갔다 하더라도, 소개받은 분의 입장과 체면을 생각해서라면 허위로 경력을 기재하진 못 했을 것 같습니다. 가짜 경력을 부풀리고 타지도 않은 상을 탔다고 기재하며 신성한 교육자의 강단에 서다니요? 소개로 공채 없이 들어갔든 아니든 그것은 포인트가 아니란 말입니다. 교육자로서의 진실된 사명감과 책임감, 과연 윤 후보 부인과 후보 본인은 그것을 중심에 두고 판단하신 게 맞습니까. 


현실을 망각한 발언

 

김건희씨가 2006년 수원여대에 제출한 재직증명서. 근무기간에 2005월 3월 31일 현재까지로 명기돼 있고, 일련번호도 04로 돼 있다.

▲  김건희씨가 2006년 수원여대에 제출한 재직증명서. 근무기간에 2005월 3월 31일 현재까지로 명기돼 있고, 일련번호도 04로 돼 있다. ⓒ 강민정의원실

 

사실 논란이 터진 뒤 '예전엔 관행이어서 대충 허위로 경력을 기재했다, 생각이 짧았다, 그래서는 안 됐다'라는 태도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머리를 꽝 때리는 저 기사를 읽고 충격을 금할 수가 없어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


전국의 대학 시간 강사들은 아주 약간의 연구실적 부족으로 인해 채용되지 못한다 해도, 누구 하나 그 과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더 많이 연구하고 채용기준에 부합하기 위해 노력해야겠구나', 이렇게 생각하지요. 


참고로 대학과 대학원의 시간 강사 및 겸임 교수 채용 전문 사이트인 하이브레인넷(https://www.hibrain.net/)에 들어가 보십시오. 어떤 과정과 절차로 강사채용이 진행되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시간 강사와 겸임 교수는 전혀 다릅니다. 채용 카테고리도 다르고 처우 및 급여 수준 모두 차이가 있지요. 겸임 교수는 전공과목과 유사한 직장에 근무하면서 가르치는 직종이고 시간 강사는 그와는 상관없습니다. 호칭부터 다르고 갖추어야 할 자격도 다릅니다. 즉 현장에서의 전공과 유관한 경력을 교육에 활용하자는 측면이 강조된 직종이지요. 시간 강사 어느 누구도 이 둘을 같은 계열로 보지 않습니다. 이 또한 현실을 망각한 발언입니다. 현실을 모르시는 건 기자님들이나 일반인들이 아니라 윤 후보님 아닌가 생각합니다.


시간 강사들이 모두 대충 소개로, 알음알음으로, 실력도 없는데 연줄로 요행을 바라며 운좋게 그 자리 꿰어찬 것처럼 일반인들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다분한 발언을 하신 윤석열 후보님. 본인부터 먼저 강사 채용 절차를 제대로 파악하고 발언하시길 바랍니다. 


전국의 시간 강사들을 매도하신 책임, 진지하게 묻고 싶습니다. 정말 아침부터 진이 빠지는 하루입니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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