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hani.co.kr/arti/society/environment/1029687.html?_fr=mt1


“RE100이 뭐죠? EU 뭐요?”…‘원전 전사’ 윤석열은 되물었다

등록 :2022-02-03 22:48 수정 :2022-02-04 00:16 최우리 기자 사진


첫 대선후보 TV토론서 윤 후보 답변 막힌 주제

이전부터 기후환경 정책·인식 허점 반복

차기정부 핵심과제인데도 ‘학습지체’ 모양새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해 12월29일 오후 경북 울진군 북면 한울원자력본부를 방문해 현재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원전 3, 4호기 부지를 둘러 본 뒤 발언하고 있다. 사진 뒤로 보이는 원자력 발전소 돔은 공정률 99%에 시험 운전 중인 한울 1, 2호기다. 울진/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해 12월29일 오후 경북 울진군 북면 한울원자력본부를 방문해 현재 건설이 중단된 신한울원전 3, 4호기 부지를 둘러 본 뒤 발언하고 있다. 사진 뒤로 보이는 원자력 발전소 돔은 공정률 99%에 시험 운전 중인 한울 1, 2호기다. 울진/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3일 열린 첫 TV 대선후보 토론회에서 윤석열 대선 후보를 가장 곤혹스럽게 한 주제는 ‘기후·환경’ 부문이다. 해당 부문에 대한 윤 후보의 정책 이해도는 실수로 얘기하기 어려워 보일 만큼 반복적이었다. 사실상 학습이 덜 된 ‘이해 결핍’의 상태가 지속되는 셈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이나 ‘유럽연합의 택소노미’와 같이 세계 각국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책을 쏟아내며 전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주요 기후·에너지에 대한 개념어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대선 토론회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참석한 가운데 2시간 동안 진행됐다.


토론회 말미, 이 후보는 윤 후보에게 “RE100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고 묻자 윤 후보는 “그게 뭐죠?”라고 되물었다. ‘RE100’은 기업들이 ‘2050년까지 풍력·태양광 등 재생가능에너지(Renewable Energy)를 100% 활용하는 자발적 약속’을 의미한다. 영국 런던에 있는 국제 비영리기구 ‘더 클라이밋 그룹(The Climate Group)’이 2014년에 시작했다.


 세계 주요 기업들은 탄소를 배출하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일 것을 요구받으며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RE100 선언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고 있다. 3일 더 클라이밋 그룹 누리집을 보면, 현재까지 RE100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은 349곳에 이른다. 애플, 구글, 메타(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에어비앤비, 3M, 샤넬, 듀퐁, 지엠, 존슨앤존슨, 나이키, 스타벅스, 버버리, 이베이, 피앤지, 화이자, 랄프로렌, 앱손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재생에너지만을 이용해 기업을 운영하려면 정부와 기업이 재생에너지 시설 확충을 해야 한다는 현실적 과제가 있지만 변화를 요구받는 것도 현실이다.


결국 국제사회에서의 기업 경쟁력과도 연결이 되기 때문에 현재 국내기업 중에도 지난해 10월 기준 에스케이 그룹, 아모레퍼시픽, 한국수자원공사 등 10여개 회사가 참여하고 있다. 최근 상장 과정에서 114조원이 넘는 증거금이 몰린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해 가입했다. 현대자동차, 기아 등도 참여를 계획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도 이런 국제 흐름을 감안해 국내 공기업·민간기업들의 RE100 현황을 두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질타가 쏟아졌다. 하지만 이날 윤 후보는 “알이백이 뭐죠?”라고 되물었을 뿐이고, 내용이나 의미는 이 후보가 설명했다.


윤 후보의 학습 부족은 다른 소재에서도 드러났다. 그는 화석연료 대신 우라늄을 사용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발전으로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고 강조하며 원자력 전문가들을 캠프에 대거 등용했으나, 유럽연합 소속 국가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원전의 친환경성 여부를 둘러싼 주요한 논쟁에 대해서는 설명하는 게 거의 없었다. 그가 중요하다고 강조해온 산업·금융계와 직결되는 기후대응 체제라 부를 만한 녹색분류체계(택소노미)에 대해서도 대선후보 간 대화가 쉽지 않아 보였다.


최근 유럽연합이 최종안을 확정한 ‘택소노미’에는 원자력발전이 포함되어 반대 의견을 냈던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과 찬성 의견을 냈던 프랑스와 동유럽 사이 갈등이 높아지는 형국이다. 그만큼 첨예한 이슈다. 한국도 많은 관심과 논쟁 속에서 국내 택소노미를 최근 확정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윤 후보는 이 후보가 유럽연합 택소노미 결정을 거론하며 ‘한국 택소노미를 어떻게 할 것인가’하는 취지의 질문에 “이유(EU·유럽연합)… 뭐죠?”라며 되물었을 뿐이다.


수소 경제에 대해서도 윤 후보는 답하길 주저하는 모습이다. 수소 에너지는 생산 방식에 따라 그레이·블루·그린 수소로 구분한다. 그레이수소는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과 고온의 수증기를 촉매 화학반응을 통해 수소와 이산화탄소를 만든다. 약 1㎏의 수소를 생산하면서 이산화탄소를 10㎏ 배출해 친환경 에너지로 분류되지 못한다. 현재 생산되는 수소의 95%가량이 그레이수소다.


블루수소는 생산 방식은 그레이수소와 같으나 발생한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 기술(CCS)을 이용해 저장하는 방식이다. 나아가 태양광과 풍력발전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얻은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생산한 그린수소가 있지만, 한국에서는 화석연료를 이용하지 않는 그린수소 생산은 요원한 상황이다. 그러나 윤 후보는 “블루수소 생산 산업과 관련된 비전이나 생각 갖고 계시면 말씀해달라”는 이 후보의 질문에 “미래 산업의 핵심이 재생에너지에 있지 않다고 본다”는 동문서답 격 답변을 했다. 이에 이 후보는 블루수소 개념을 다시 설명해야 했다.


일련의 이해 수준을 두고, 실수나 생중계 현장에서의 부담으로 해석하긴 어려워 보인다. 지난달 11월 초 윤 후보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도 사실상 재검토해 하향조정할 뜻을 밝혀 논란이 됐다. ‘산업계와의 논의 절차가 없어 부담이 된다’는 것을 이유로 내세워 정부 비판 소재로 삼았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앞선 11일1일 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영국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안은 2018년 배출총량 대비 40%를 감축하겠다는 내용으로, 국제사회에 공식 약속한 것이다. 국제사회가 되레 각국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해마다 상향조정하라고 압박하는 상황에서, 윤 후보의 하향조정은 한국이 파리기후협정을 탈퇴하거나 국제사회에서의 ‘무시’를 감수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일 오후 대전 유성구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탈원전 4년의 역설’ 만민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쓴 마스크에 적힌 ‘탄소중심’ 오타가 화제가 됐다. 유튜브 새마을방송 갈무리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6일 오후 대전 유성구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탈원전 4년의 역설’ 만민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윤 전 총장이 쓴 마스크에 적힌 ‘탄소중심’ 오타가 화제가 됐다. 유튜브 새마을방송 갈무리


윤 후보는 지난해 7월 한 행사장에 ‘탄소중립’을 “탄소중심”으로 잘못 인쇄한 마스크를 쓰고 참석해 입길에 오른 바 있다. 윤 후보 쪽은 지난달 25일 ‘미세먼지 감축 의무화’를 이미 7년 전부터 실행 중인 ‘온실가스 감축 의무화’로 잘못 발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캠프 쪽은 “실수”라고 해명했다. 


기후청년단체들이 꾸준히 기후변화를 주제로 원포인트 토론회를 열 것을 요구했다. 다른 세 명의 후보는 윤 후보가 참석한다면 토론에 응하겠다고 했지만 윤 후보가 토론에 나서기를 거부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윤 후보 쪽은 <한겨레>에 “다른 토론회 일정이 많아 현실적으로 원포인트 토론회에 참여하기 어렵다”라며 거절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청년기후단체네트워크 플랜제로 활동가들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연 ‘기후대선 실현을 촉구하는 2030 청년세대 긴급 기자회견’에서 각 당 대선후보에게 기후위기 토론회 개최를 촉구하는 상징극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청년기후단체네트워크 플랜제로 활동가들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서 연 ‘기후대선 실현을 촉구하는 2030 청년세대 긴급 기자회견’에서 각 당 대선후보에게 기후위기 토론회 개최를 촉구하는 상징극을 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최우리 임인택 김남일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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