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08633
윤석열은 왜 자꾸 말이 바뀔까?
[분석] '성차별', '노동시간', '전두환' 발언이 대표적... 전략인가, 철학과 준비 부족인가
22.02.09 20:06 l 최종 업데이트 22.02.09 20:06 l 조선혜(tjsgp7847)
▲ 국민의힘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지난 8일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술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꿉니다"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과학기술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 (2월 7일)
"구조적인 남녀 차별이 없다고 말씀드린 건 아니다." (2월 8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성차별' 관련 발언을 하루 만에 180도 뒤집었다. 윤 후보는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술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꿉니다' 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어제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했는데, 검찰총장 재임 중 '여성은 사회적 약자'라고 여러 번 말했다. 입장 변화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구조적인 남녀 차별이 없다고 말씀드린 건 아니다"라고 답했다. (관련 기사: 윤 "구조적 성차별 없다" → "없다고 말한 건 아니다" 오락가락 http://omn.kr/1x95w)
그런데 앞서 윤 후보는 지난 7일 <한국일보> 인터뷰에서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 문제다. 남성이 약자일 수도, 여성이 약자일 수도 있다"며 "여성은 불평등한 취급을 받고, 남성은 우월적 대우를 받는다는 건 옛날얘기"라고 언급했었다.
그가 '센' 발언을 한 뒤 비판이 제기되면 입장을 뒤바꾼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윤 후보는 '주 120시간 노동'에 이어 '주 52시간 근무제 철폐'까지 약속했다 뒤늦게 발언 자체를 부정하고, "전두환이 정치는 잘했다"고 한 뒤 거센 항의가 쏟아지자 과거 대학 시절 모의재판을 구실로 수습을 시도하기도 했다.
"120시간", "비현실 제도 철폐" → "그런 얘기한 적 없다" → "노동 유연화"
▲ <매일경제> 유튜브 채널(레이더 P)이 공개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인터뷰 영상. ⓒ 레이더P
윤 후보는 지난해 7월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게임 하나 개발하려면 한 주에 52시간이 아니라 일주일에 120시간이라도 바짝 일하고, 이후에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며 노동 시간 제한에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이어 주 52시간 근무제 철폐까지 내세웠다. 그는 지난해 11월 30일 충북 청주시에 있는 강소기업 '클레버'를 방문해 최저임금제와 주 52시간제가 비현실적이라는 일부 중소기업인의 고충을 거론하며 "차기 정부를 맡게 되면 비현실적 제도는 다 철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폐지'라는 단어만 꺼내지 않았을 뿐, 주 52시간제 폐지를 약속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에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지난 4일 지상파 방송3사 초청으로 열린 첫 4자 TV 토론에서 "(윤 후보가) 주 52시간도 폐지한다고 하고, 최저임금도 폐지하자고 하고, 5인 미만 사업장 적용은 시기상조라고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윤 후보는 "이건 정확하게 알고 나와야 한다"며 "최저임금제 폐지 얘기해 본 적도 없고, 주 52시간제 폐지 얘기한 적도 없고, 5인 이하 사업장은 노동의 기본권과 관련된 건 하되 임금 지급 문제에 있어선 5인 이하 사업장이 워낙 열악하니 상황을 봐서 하자, 이렇게 말씀드렸다"고 맞받았다.
"전두환 정치 잘해" → "모의재판서 전두환에 무기징역"
▲ 지난해 11월 10일 오후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를 찾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묘역 근처에서 참배한 뒤 사과문을 낭독하고 있다. ⓒ 유성호
"얘기한 적 없다"며 기존 발언을 부정했던 윤 후보는, TV 토론 이후 사흘 만에 주 52시간제 개정 의사를 밝히면서 또다시 말을 바꿨다. 그는 지난 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특별강연을 한 뒤 정관용 국민대 교수와의 질의응답 시간에 "주 52시간을 연평균으로 유지하더라도 업무 종류에 따라 노사 간 합의로 더 유연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두환씨에 관한 입장도 번복했다. 윤 후보는 지난해 10월 19일 국민의힘 부산 해운대갑 당원협의회 사무실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광주 민주화운동)만 빼면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분들도 그런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전두환 신군부를 옹호하는 발언을 한 셈이다.
이에 5.18 단체와 호남 정치권이 비판 성명을 내는 등 거세게 반발하자, 윤 후보는 다음 날 페이스북에서 "전두환 정권이 독재를 했고, 자유민주주의를 억압했던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는 역사적 사실이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저는 12.12 모의재판에서 판사 역할을 하면서 당시 신군부 실세 전두환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던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의 역사의식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고도 했다.
제1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선 그가 손바닥 뒤집듯 발언을 바꾸면서 한없이 가벼운 행보를 보이는 동안 유권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도대체 어떤 말이 그의 '진의'인지, 그가 추구하는 정책 방향은 무엇인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왜 자꾸 말이 바뀔까?
▲ 지난 8일 유튜브 윤석열TV에 올라온 [윤석열의 생각 : 검사 윤석열] 중 한 장면. ⓒ 윤석열TV 갈무리
윤 후보는 왜 자꾸 말을 바꿀까? 우선 득표 전략의 일환으로 지지 세력 구미에 맞는 발언으로 주목을 끈 뒤, 반발이 크면 절충안으로 수습하는 전략일 가능성이 있다. '주 52시간제 철폐' 발언은 강소기업을 방문한 자리에서 나왔고, '전두환 옹호' 발언의 경우 영남 지역 당원들과 마주한 상태에서 등장했다. 이후 정치권, 언론 등으로부터 집중 비판을 받으면 이런 발언들을 철회하는 식이었다.
지난해 6월 정치에 입문한 '정치 신인' 윤 후보가 정책 공약을 면밀하게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오직 '반(反) 문재인' 정서에 기대며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지적이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대선후보로서 아직 준비되지 않은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며 "'전두환 옹호' 발언의 경우 당시 금융실명제 등을 추진하면서 경제적으로 공을 세운 인물인 김재익 경제수석 얘기를 하다 실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정치적으론 그런 점을 충분히 고려해서 발언해야 했다"며 "검사 생활에 오래 빠져 있다 보니 정치·사회에 대한 성찰, 우리 사회 흐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측면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수평적 리더십 부재'라는 진단도 나왔다. 엄 소장은 "이런 실수가 자꾸 나오는 건 수평적 리더십 부재 탓일 수도 있다. 어떤 주제에 대해 참모들과 토론을 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수평적 리더십이 있다면 실수가 줄어들 수 있다"며 "반대로 권위주의적인, 수직적 리더십에선 자기 잘못에 대해 수정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참모로부터) 일방적으로 보고서만 받아 자기 주관대로 해석하면 실수가 반복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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