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302415
“윤석열에 수사 무마 청탁 증언” 한겨레 보도 몰고 논란
기자명 박서연 기자 입력 2022.02.18 13:13
17일자 지면 계획에서 빠져… 김완 기자 “시기 고려, 저널리즘 책무에 반해”
한겨레 부국장 “국장 포함 20여명 편집위원회, ‘보강 취재 필요’ 의견”
삼부토건 회장 일가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검사이던 시절 ‘파주 운정지구 개발사업’ 수사 무마를 위해 직접 청탁한 증언이 나왔다는 기사를 한겨레가 출고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내부 논쟁이 일고 있다. 이 같은 결정에 기사 작성자인 김완 탐사팀 기자는 구성원들에게 ‘전체 메일’을 통해 부당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7일 오후 김완 한겨레 탐사팀 기자는 ‘전체 메일’을 통해 기사가 몰고된 경위를 설명하며 “국장단은 최종적으로 기사 게재가 어렵단 결정을 했다고 전해왔다”고 밝혔다. 보도는 17일자 지면에 나갈 계획이었다.
▲지난달 25일자 한겨레 보도.
‘전체 메일’에 따르면 김완 기자는 지난달 20일부터 제20대 대선 국면에서 후보자 검증을 진행하라는 류이근 편집국장과 스페셜콘텐츠 부장의 지시를 받고 2명의 다른 한겨레 기자와 함께 취재팀을 구성했다. 앞서 이 팀은 지난달 두차례 조남욱 삼부토건 회장의 명절선물 리스트 및 일정표를 입수해 보도하기도 했다.
한겨레 탐사팀은 취재를 이어오는 과정에서 지난달 말쯤 조남욱 회장의 아들 조시연 전 부사장의 사업 파트너로부터 조시연 전 부사장과 나눈 대화 파일을 단독 입수했다. 이를 기반으로 윤석열 후보와 삼부토건 일가의 관계에 대해 보도를 이어가려고 했다.
김완 기자와 한겨레 국장단 측 양쪽의 입장을 종합하면 지난 14일 탐사팀은 기사 발제 계획을 올렸다. 지난 15일 오후 국장 포함 5명의 국장단이 발제를 보고 논의를 거쳤다. 이날 국장단은 기사 완성도 차원에서 보완취재가 필요한 부분이 있다고 담당 부장에게 알렸고, 같은 날 저녁 류이근 편집국장과 정은주 부국장은 탐사팀 기자들과 회의를 했다. 기사 내용과 방향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했다. 지난 16일 초안보다 발전된 글이 올라와서 기사 게재가 확정됐고, 다음 날 지면에 싣기로 했다.
그러나 김완 기자는 ‘전체 메일’에서 “16일 오후 5시 이후 1판 지면 제작이 완료돼가던 상황에서 갑자기 기사가 빠지는 것으로 결정이 번복됐다”며 “17일 오전 편집위원회 회의에서 다수의 참석자가 부정적 의견을 밝혔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워딩 기반 기사인데 워딩만으로 수사 무마 입증이 약하다’ ‘시기적으로 예민히다’ ‘기사 나갔을 때 반향과 파장을 생각하면 보도 실익이 별로 없다’ 등의 발언이 있었다고 전해 들었다. 이후 국장단은 최종적으로 기사 게재가 어렵단 결정을 했다고 전해왔다”고 주장했다.
김완 기자는 “취재팀은 이런 의견에 동의하기 어려워 전체 구성원들의 의견을 묻고자 한다. 우선 취재 기자들이 확보한 워딩은 수사 무마를 직접 청탁한 당사자의 발언이고, 이 당사자는 재벌 3세로 윤석열 비롯한 다수의 검사와 지속적인 유착 관계를 의심받아온 인물”이라며 “조시연의 발언은 ‘한겨레’가 22019년부터 보도해 온 삼부토건-검찰 유착의 가장 유력한 자의, 최고위급의 언급이기도 하다. 워딩은 매우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수사 무마 상황을 진술하고 있다. 당시, 윤석열 후보는 수사 담당 검사였다”고 주장했다.
김완 기자는 또 “워딩의 ‘입증력이 약하다’는 비판이 있는데, 조시연이 윤석열과 하는 얘기는 본인의 이익에 반하는 것으로 그 자체로 정당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윤석열뿐 아니라 검찰의 최고위급 인사에게도 청탁했다는 진술도 있다. 어떤 워딩도 100% 사실을 담보할 순 없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김완 기자는 “시기적 문제나, 보도 실익 문제는 정치적 고려일뿐이지만, 우리(한겨레)가 사회적 관계 속에 놓여있는 회사이니 편집위원들은 고민할 순 있는 문제라고 생각된다”면서도 “하지만 이를 이유로 사실을 취재하는 기자와 그 기사에 부적절한 영향이 미치고 압박을 주고 보도를 막는 것은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언론의 가치와 저널리즘의 책무에 반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사실을 사실대로 보도해야지, 사실을 알았더라도 정치적 시기와 파장을 고민해 보도를 미루는 것이 우리의 태도가 될 순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기자가 전체메일을 통해 공개한 몰고된 기사 초안 중 일부는 아래와 같다.
조 전 부사장은 이 자리에서 2005년 고양지청 검사였던 윤 후보가 ‘파주 운정지구 개발사업 수사 과정에서 삼부토건의 범죄 정황을 확인했다’는 취지로 말한다. 당시 사업을 두고 “고양시에서 걸린 게 그것. 삼부 돈 가지고 이것저것 지네들 개인적으로 투자하고 난리치고 그런 게 있어”라며 “(해당 사안을) 가장 정확하게 아는 게 윤총(윤석열 검찰총장을 이름)일 거야. 거기 보면 그때 돈 돌린 거, 회삿돈 가지고 돈 돌린 거, 어디에 투자한 거 다 나와”(2월 대화)라고 말한다.
정은주 한겨레 부국장은 1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5명의 국장단도 기사가 출고되는 것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초안이 공개되자, 각 부서장도 기사 출고에 대해 의견을 냈고, 긴급하게 나가선 안 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일단 출고를 멈추고 지난 17일 20여명의 편집위원들이 회의를 열었다. 취재를 열심히 한 기사고 의미가 있지만, 보완돼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결정이 나왔다. 국장단도 편집위원회 입장을 수용했다”고 밝혔다.
정은주 부국장은 “저희 입장에서는 회의를 거듭하고 거듭했다. 이 절차를 안 밟을 수 없었다. 이게 사실은 데스크라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다. 현장 기자는 기자의 몫이 있고, 데스크의 몫이 있다. 이 같은 절차는 데스크의 몫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부터 기사 작성 지시를 하지 않는 게 좋지 않았냐는 이야기가 나온다’는 질문에 정은주 부국장은 “사실은 완성된 기사가 독자한테 가는 최종 상품이다. 상품을 만들어 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처음부터 기사가 되는지 알아야 하는 게 데스크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이 기사에 대한 가장 신중한 판단을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양수 국민의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18일 한겨레 ‘전체 메일’ 을 통해 공개된 기사에 반박한다는 취지로 “윤석열 후보는 파주 운정지구 부동산 비리 사건을 철저히 인지 수사해 법을 위반한 사람은 예외 없이 엄정 처리했다. 삼부토건은 당시 시공사로 시행사의 계약서 변조에 관여하지 않아 수사 대상 자체가 아니었고 청탁의 대상도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변인은 “한겨레가 직접 보도하지 않았으나, 담당 기자가 편집회의를 통과하지 못한 기사 초안을 임의로 공표한 것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 사실관계가 전혀 달라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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