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Series/series_premium_pg.aspx?CNTN_CD=A0002851429


'자국민 보호' 운운, 윤석열 정부의 두 얼굴

[김종성의 히,스토리] 강제징용 문제에선 일본 전범기업에 유리한 입장 취하는 정부

민족·국제 김종성(qqqkim2000) 22.07.19 20:40ㅣ최종 업데이트 22.07.19 20:40 


▲ 13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강인선 대변인이 '북송 탈북 어민 사진'과 관련해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탈북어민 북송사건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가 내세우는 논리 중 하나는 '자국민 보호' 책임이다. 2019년 11월 2일 선원 16명을 살해하고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월경한 뒤 남한 해군에 붙들린 북한 어민들이 닷새 뒤 판문점으로 북송된 이 사건을 두고 문재인 정부의 자국민 보호 태도를 문제 삼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페이스북 글에서 문재인 정권을 비판하면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달라지겠습니다"라며 "자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보편적 인권에 근거한 자유민주국가로서 전 세계에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자국민 보호 관점에서 이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7일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에 게시된 '2019년 11월,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에 관련해 대통령실 입장을 알려드립니다'라는 글에도 동일한 관점이 나타난다. 이 글은 문재인 정부의 북송 조치를 비판하면서 "전 정부는 귀순한 탈북자도 헌법상 우리 국민으로 간주하는 국내법과 고문방지협약에 따른 강제송환 금지의 원칙 등 국제법을 무시하며 귀순자의 범죄행위만 부각시켰습니다"라며 "대한민국 국민은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갖고 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자국민 보호 책임과 관련해 윤석열 정부는 상당한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자국민 보호와 관련된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문제에서는,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자국민이 어느 나라 국민인지를 의심케 할 만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전범기업과 피해자, 어느 쪽을 우선 고려하는가

 

▲ 강제동원 소송 피해자 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왼쪽)가 14일 오후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의 처리를 모색하는 민관협의회 2차 회의를 마치고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에서 유력하게 거론되는 강제징용 해법은 전범기업이 아닌 제3자들이 대신 책임지는 대위변제 방안이다. 윤 정부가 외교부 산하의 강제징용 민관협의회를 출범시킨 것도 이 방식에 명분을 싣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해 도쿄에 파견된 윤덕민 주일대사도 한일 국민과 기업들이 배상금이 아닌 위자료를 대신 내주는 방안을 추천하고 있다.


대위변제는 기본적으로 전범기업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방안이다. 이 방식의 일차적 목적은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을 거부하는 미쓰비시나 일본제철이 강제집행에 의한 재산 현금화 조치를 당하지 않도록 해주는 데 있다. 동시에, 미쓰비시 등이 반인륜적 강제노동의 가해자라는 사실을 은폐함으로써 이들의 향후 기업활동을 원활히 해주는 측면도 있다.


반면, 피해자들에게는 손해를 끼치는 방안이다. 배상금과 똑같은 금액을 위자료 명목으로 받을 수 있다고 해도, 제대로 된 사죄를 받을 기회를 박탈당하게 된다. 피해자들이 해방 80년이 되어 가는 시점에 10억이나 100억도 아니고 1억 정도를 받겠다고 하는 것은 이들의 주목적이 돈을 받기보다는 가슴속 응어리를 푸는 데 있음을 의미한다. 대위변제는 그런 기회를 차단하는 것이므로, 피해자들에게 불리한 방식이다.


그런 방안이 윤석열 정부 내에서 유력하게 거론되는데도 이에 대한 반론이 그 내부에서 부각되지 않는다. 윤 정부가 전범기업과 피해자 중 어느 쪽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지를 의심하게 만드는 일이다. 윤 정부가 보호하고자 하는 자국민이 어느 쪽인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일이다.


강제징용 민관협의회가 발족한 지난 4일, 피해자들은 외교적 보호권 발동을 정부에 요청했다. 피해자와 일본 기업의 직접 협상 테이블을 만들어줄 것을 당부했다. 한국 국민이 일본 정부와 전범기업에 의해 외국에 끌려가 불법·부당한 대우를 받았으므로 한국 정부가 외교 절차 등을 통해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구제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난 18일 피해자들이 밝힌 바에 따르면, 외교부 당국자는 '이 사안은 외교적 보호권 성립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대응했다. 그래서 피해자들은 명확한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공개 질의를 외교부에 하게 됐다.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은, 이전 정권들도 별반 다르지는 않지만, 윤석열 정부가 자국민 보호 책임을 믿음직스럽게 이행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작년 10월 26일,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가 유엔 고문방지협약을 통한 문제 해결을 제안했다. 정식 명칭은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이다. 위안부 강제 연행 및 성 착취는 '비인도적 대우'나 '굴욕적 대우'에 포함된다. 협약 제1조가 정신적 고통을 가하는 것도 고문에 포함시켰으므로, 고문방지협약을 통한 위안부 문제 해결도 가능하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고문방지협약을 통한 문제 해결은 안중에도 두지 않고 '한일관계가 가장 좋았던 시절'로 되돌아가자며 '최종적·불가역적 문제 해결'에 주력한다. 그러면서도 '대한민국 정책 브리핑'에 언급된 것처럼 탈북어민 북송사건을 유엔 고문방지협약과 연결시킨다.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는 대한민국 영토이므로 북한 주민들도 당연히 대한민국의 일원이다. 이와 동시에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현행 남북관계발전법 제3조가 남북관계를 특수관계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노태우 정부 때인 1991년 체결된 남북기본합의서 역시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규정했다.


북한을 특수관계로 규정한 우리 법률체계는 대한민국 정부가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 알려준다. 북한 주민들도 당연히 보호해야 하지만, 강제징용이나 위안부 피해자들을 우선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당연한 결론을 떠올리게 된다. 고문방지협약을 통한 위안부 문제 해결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이 협약을 매개로 탈북어민 북송 사건 이슈화에 주력하는 모습은 윤석열 정부가 자국민 보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생각하게 만든다.


재일한국인 문제

 

▲ 1980년 10월 30일 자 <동아일보> 기사 "일인 급우들이 죽음 강요했다니..." ⓒ 동아일보


윤석열 정부가 자국민 보호에 열심이라면, 강제징용뿐 아니라 이 문제의 확대판인 재일한국인(재일조선인) 문제에도 열성을 기울여야 한다. 징용으로 끌려간 국민 상당수가 해방 뒤 귀국하지 못하고 일본에 눌러앉았다. 일제 식민정책 때문에 한국에서 도저히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 일본으로 건너간 노동자들과 더불어, 일본에 눌러앉은 징용 피해자들 역시 해방 뒤 일본에서 차별의 대상이 됐다. 이들 역시 자국민 보호의 관점에서 관심과 배려를 받아야 할 우리 국민들이다.


그들 중 상당수가 지금까지도 일종의 임시 국적인 '조선적(籍)'을 갖고 있다. 1947년 5월 3일 미군정 하의 일본 정부가 재일한국인들의 국적을 '조선'으로 규정한 데 따른 결과다. 남북한에서 정부가 수립되기 1년 전이었으므로, 여기서 말하는 '조선'은 국호를 의미하기보다는 '조선 출신'을 의미했다. 그래서 '조선적'은 사실상 무국적이나 마찬가지였다.


1951년 이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교포들도 있지만, 남북분단을 거부하며 조선적을 그대로 유지한 수십만 동포들은 자기 나라를 바로 옆에 두고도 무국적이나 다름없이 살아왔다. 이들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재일한국인들보다 훨씬 더 심한 차별을 받았다. 조선학교 차별을 항의하는 시위가 지금도 여전히 보도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이 차별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차별로 인해 고통받은 재일한국인들의 사례는 수없이 많다. 1979년 9월 발생한 임현일 사건도 그중 하나다. 1980년 10월 30일 자 <동아일보>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가미후쿠오카 시립 제3중학교 입학 2개월 뒤부터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다가 그해 9월 끝내 세상을 떠난 그는 "애들에게 볶여 학교 가기가 싫어졌습니다. 산다는 것조차 싫어졌습니다. 나는 자살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여러분"이라는 유서를 남겼다.


그해 12월 22일 자 <경향신문>에는 유언의 또 다른 대목이 소개됐다. "조센진이란 말이 듣기 싫다. 살고 싶지 않다"는 부분이다. '나는 조센진이란 말이 듣기 싫다'는 외침을 남기고 그런 선택을 했던 것이다. 강제징용과 여기서 파생된 재일한국인 차별 문제가 얼마나 극단적인 고통을 낳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


윤석열 정부는 바로 이 강제징용 문제에서 자국민 보호 의무를 게을리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보다 전범기업을 편드는 듯한 인상도 농후하게 풍긴다. 탈북어민 북송 문제에서는 자국민 보호를 열심히 운운하면서, 강제징용 문제에서는 일본 전범기업에 유리한 입장을 취하는 것은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Posted by civ2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