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들, 시장경제의 암(癌)'이라는 담합 행위에 앞장서
과징금도 '자진신고자 감면제도 악용'해 전액면제 받아
서울의소리 ㅣ 기사입력   2012/02/16 [11:34]

재벌 계열사들이 '시장경제의 암(癌)'으로 불리는 담합 행위에도 앞장서고 있다. 최근 1년여 동안 적발된 담합사건 10건 중 6건 이상에 재벌이 연루됐으며, 이에 따른 소비자 피해액은 적게 잡아도 14조원에 육박한다. 

▲ ⓒ 한국일보

재벌 기업들은 막강한 정보력과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공정위 움직임을 미리 탐지, 담합 사실을 자백하고 과징금마저 대부분 면제받는 치외법적 특혜마저 누리고 있다.

최근 재벌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면서 삼성 이건희, LG 구본무 회장 등이 담합 근절을 외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구두선에 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현 과징금 규모나 감면제도 하에서는 담합으로 얻는 이익이 처벌의 손해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생명, 대한생명 등 재벌 계열사 주도로 16개 생명보험사가 2001년부터 6년 동안 보험상품의 예정이자율을 담합했다고 발표했다. 이들에게 부과된 과징금은 총 3,653억원. 하지만 업계 상위 3개사(삼성ㆍ대한ㆍ교보생명)는 담합 사실을 당국에 미리 고백한 대가로 과징금을 20~100% 감면 받을 예정이다.

지난해 1월부터 이달 초까지 공정위에서 발표한 44건의 담합 적발 사례를 분석한 결과, 33건의 국내 주요 담합사건(국제카르텔과 지방 소액사건 제외) 가운데 재벌그룹(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55개) 계열사 관련 사건이 20건으로 61%나 됐다. 
 
대기업 계열사는 각 업종마다 시장점유율이 높은 대표기업인 경우가 많아 담합으로 얻은 매출과 과징금 액수도 최상위권이었다. 대표기업이 나머지 업체들을 담합에 끌어들이는 구조적 특성을 감안하면 사실상 담합은 재벌 계열사 주도로 이뤄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따른 소비자 피해액수는 최소 13조9,668억원(작년 1년간 기준)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는 공정위 의결서 등을 통해 확인된 담합사건 관련 재벌 계열사 매출액(93조1,117억원)의 15%다. 공정위는 담합사건의 소비자 피해액을 공개하지 않고 있으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회원국 조사를 통해 담합 피해액을 관련 매출의 15~20%로 추정한다.

이처럼 소비자 피해액이 엄청난데도 지난해 이들에게 부과된 과징금은 총 7,638억7,500만원에 그쳤다. 소비자 피해액의 20분의 1(5.5%) 수준이다. 재벌 기업들은 이마저도 자진신고자 감면(리니언시) 제도를 악용해 대부분 감면 받고 있다. 가전제품 가격을 담합한 LG전자와 광케이블 공사 입찰에서 담합한 LS가 자진 신고를 통해 과징금을 전액 면제받은 게 대표적인 예다.

소비자 단체는 "과거 소비자의 희생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재벌들이 오히려 소비자를 등치고 있다"고 성토했다. 홍대식 서강대 교수는 "재벌 총수들이 말만 그럴 듯 하게 할 게 아니라 담합 책임자를 업계에서 수년간 격리시키거나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등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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