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61401
외신이 본 '한국 대통령' - 정부가 본 '외신 속 대통령', 그 간극
[언론비평] 8월 한 달, 국내 독자들의 눈길을 끈 보도 살펴보니... 부정 평가가 많았다
22.08.30 19:10 l 최종 업데이트 22.08.30 19:10 l 하성태(woodyh)
▲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대통령실 제공
'미국 유력 언론이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주목하고 있다'는 취지의 기사가 최근 국내 다수 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하지만 해당 언론에 실린 것은 기사가 아닌 외부 기고문이었다. 기고자는 어느 한국계 미국인 교수였는데, 그는 올해만 5차례 오마이뉴스에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는 글을 올린 이른바 '시민 기자'였다. - 7월 31일 <조선일보> 기사 <'오마이 시민기자'의 윤비판 블로그글, 국내서 '외신'으로 둔갑한 사연> 중
<조선일보>가 이렇게 발끈한 기사는 최승환 일리노이주립대 정치학과 교수가 지난 7월 24일 미국 외교안보 전문매체인 <내셔널인터레스트(The National Interest)>에 기고한 "바이든은 한국의 인기 없는 대통령을 자신으로부터 구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칼럼이었다.
앞서 다수 매체는 최 교수의 칼럼을 인용해 '외신이 주목한 윤 대통령 지지율 하락'과 같은 논조의 기사를 내보냈다. 이를 두고 <조선일보> 및 <월간조선> <뉴데일리> 등은 최 교수를 시민기자로 깎아내리며 <내셔널인터레스트> 보도의 신뢰성 역시 깎아 내린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 5일 <조선일보가 '윤석열 지지율 하락' 외신 트집 잡은 이유>라는 신문 모니터를 통해 <조선일보>의 주장이 "기사 신뢰도를 떨어뜨리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 교수 본인도 <오마이뉴스>에 반박문을 게재해 "어떻게 해서 <조선일보>가 <내셔널인터레스트>에 쓴 기고를 외신으로 보도하는 것은 문제가 없고, 다른 언론매체들에서 똑같은 방식으로 보도하는 것은 외신이 될 수가 없다는 뜻인지요?"라고 되물었다.
필자가 지난 공방을 소개한 이유가 있다. 최근 외신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박한 평가를 쏟아내고 있다. 영미권뿐만 아니라 유럽까지 그런 시각이 확대된 모양새다. 그러자 앞서 소개한 것처럼 애써 외신의 평가를 평가절하하거나 무시하려는 움직임지 감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외신 보도가 그러한 평가절하나 국민들 눈 가리기로 일관할 성질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전후로 한 8월 한 달 눈여겨 볼 만한 외신 보도를 먼저 보자.
펠로시 패싱보도 독일 일간지 비판까지
▲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지난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김진표 국회의장과의 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펠로시 미 하원의장가) 한국 지도자를 만나지 못한 건 매우 우려됩니다. 실수였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을 달래려는 계획이었다면 성공하지 못할 겁니다. 미국을 모욕한 것이라고 봅니다. 한국이 공동의 가치를 수호하지 않는다는 신호를 세계에 보냈습니다. 그런 가치는 동맹과 서방을 규정하는 것인데도 말이죠."
지난 6일 '미국의소리'(VOA)가 마련한 특집 대담에 출연한 미첼 리스 전 미국 국무부 정책기획실장(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특별보좌관)의 목소리는 강경했다. 함께 출연한 마크 피츠패트릭 전 국무부 비확산 담당 부차관보 역시 "모욕적이었다"며 미첼 전 정책기획실장의 주장을 거들고 나섰다. 이들의 주장이 얼마나 강경했는지는 '미국의소리' 한국어 유튜브를 통해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당시 펠로시 의장의 대만 방문이 미중 간의 대립을 격화시켰고, 그 결과 강경 우파로 분류되는 두 패널이 "한미동맹"과 "모욕" 운운하며 격분한 것도 납득이 갈 만 하다. 그러나 그러한 우려는 이들 강경 우파 관료들 뿐만이 아니었다. <워싱턴포스트> <블룸버그> <디플로맷> <폭스뉴스> <USA투데이> 등 여러 미국 매체와 함께 <파이낸셜타임즈> <가디언> 등 영국 매체도 '펠로시 패싱'을 상세히 보도했다.
그리고 윤 대통령이 취임 100일 넘기고 외신을 포함한 기념 기자회견을 마쳤다. 그러자 윤 대통령을 향한 조롱 섞인 보도까지 등장했다. 25일(영국 현지시각) 영국 경제 매체 <이코노미스트>는 마치 술이라도 취한 듯한 남성의 일러스트와 함께 윤 대통령에 관한 장문의 칼럼을 게재했다(관련 기사 : 영국 '이코노미스트'에 실린 칼럼 : "윤 대통령, 기본부터 배워라").
이 칼럼은 상세한 분량에 걸쳐 윤 대통령의 정치적 미숙함과 반정치적 성향, 검찰로서의 경력 등을 상세히 언급했다. 모두 국내에서 논란이 됐거나 비판에 직면했던 사안들이다. 일국의 대통령을 향한 비판치고는 수위가 매우 높았다.
<이코노미스트>에 실린 칼럼은 말미에 "끝으로 가장 중요한 조언"이라며 "이전 모든 것을 받아들여라. (정치적인) 규칙을 깨기 전에 규칙부터 배우라"고도 충고했다. 자국민들이 보기에 일견 모욕적일 수도 있는 수위다.
같은 날 독일 뮌헨에서 발간되는 일간지 <쥐트도이체차이퉁(Süddeutsche Zeitung)>도 '새 대통령이 빠진 깊은 수렁(The new one's in the deep)'이라는 기사에서 서민의 눈높이와 거리가 먼 윤 대통령의 행보를 비판했다.
일본과 한국에서 주로 활동하며 해당 기사를 쓴 독일인 기자는 "윤석열은 모든 국민을 위한 대통령이 되고 싶어 한다"면서도 "하지만 전직 검사 출신인 그는 반대하는 의견을 크게 의심하고, 일반 서민의 현실과도 동떨어져 있다. 무엇보다 다툼과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고 평했다. 이 칼럼은 스위스 일간지 데어분트(Der Bund)에도 <자기 조국을 이해하지 못하는 대통령>이란 제목으로도 실렸다.
엔 "한국 대통령은 기본부터 배울 필요가 있다"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칼럼엔 신발을 양손에 들고 넥타이는 허벅지에 매고 있는 한 남성의 일러스트가 함께 실렸다. ">
▲ 25일(영국 현지시각) <이코노미스트>엔 "한국 대통령은 기본부터 배울 필요가 있다"는 제목의 칼럼이 실렸다. 칼럼엔 신발을 양손에 들고 넥타이는 허벅지에 매고 있는 한 남성의 일러스트가 함께 실렸다. ⓒ The Economist
정부의 외신 보도 평가는 달랐다
그리고, 8월 30일 홍콩 영자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도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윤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은 한국의 풍경을 스케치하면서 이 신문은 "곤경에 처한 한국의 윤 대통령이 실패한 공약들과 여러 스캔들로 인해 안티페미니스트들에게조차 버림 받았다"고 보도했다.
대선후보 시절 윤 대통령을 지지했던 많은 젊은 남성 지지자들이 윤석열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 '군인 월급 200만원 인상'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 등을 이행하지 않자 지지를 철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그러면서 8월초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 속 18~29세 지지율(긍정 22%, 부정 64%)을 소개하기도 했다.
또 이 매체는 "윤석열 정부에 환멸을 느낀 젊은이들로부터 대중의 지지가 약해지는 가운데 8월 17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고 평했다. 이어 "윤 대통령은 집권하는 동안 구체적인 비전이 없는 것 같다"며 "그의 리더십 문제와 지지자들이 제기한 문제 해결 능력 부족이 지지율 하락을 악화시킨 것 같다"는 정주신 한국정치학회 이사의 촌평을 전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바라보는 외신의 평가는 많이 다른 것 같다. 지난 8월 25일 대한민국 정책브리핑은 <외신이 본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자료를 통해 <경제 및 안보 분야> <한일 관계> <남북 관계 '담대한 구상'> 등 세 분야의 외신 보도를 소개했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 당시 윤 대통령이 모두 발언을 통해 보여줬던 자화자찬에 가까웠다.
"윤 대통령은 한미 동맹의 범위를 안보 영역을 넘어 지정학적 소용돌이에 빠진 경제 영역까지 확대하고 있다." - 미국 포린폴리시 22.08.18
"이미 한국은 세계 4대 무기 이전 공급국이라는 야망을 달성하는 단계다. 폴란드와 사상 최대 규모의 무기 거래에 서명했다" - 미국 CNN, 22.08.17
"윤석열 정부는 일본의 이해를 얻으면서 징용공 피해자도 보상받는 '양정면 작전'을 모색하고 있다." - 일본 마이니치 22.08.18
"한국이 일본에 올리브 가지(화해의 제스처)를 건넸다" - 미국 블룸버그 22.08.15
"윤 대통령은 일본을 '함께 힘을 합쳐 나가야 할 이웃 나라'라며 경제, 안전보장, 사회, 문화에 걸친 폭넓은 협조를 당부해 역사문제에 대해 일본에 불만을 표시하고 행동을 강요한 역대 정권으로부터의 변화를 각인시켰다." - 일본 닛케이 22.08.16
"윤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에 '확고한 의지'를 보인다면 북핵 프로그램이 종료되기 전이라도 원조가 시작될 수 있다고 북한 정권에 기회를 제안했다." - 미국 블룸버그 22.08.22
"북한과의 대화는 정치적 쇼가 돼선 안 되며 평화 정착에 유익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중단할 경우 단계적 지원 제공 의향을 거듭 밝혔다." - 영국 로이터 22.08.17
일반 국민들이 이목을 끈 외신보도와는 상당한 거리감이 있다. 이에 대해 노무현·문재인 청와대에 몸 담았던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9일 tbs라디오에 출연해 최근 쏟아지는 부정적인 외신 보도와 현 대통령실의 외신 대응을 이렇게 평가했다. 그는 연거푸 "너무 속상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관리의 영역을 떠난 것 아닐까요? 저도 야당 의원이긴 합니다만 대단히 속이 상하더라고요(...). (이코노미스트 칼럼 중) 가장 가슴 아픈 부분은 여전히 대통령이 정치가 아닌 검사에 머물러 있다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우리 국내에서도 비판이 나오는 지점인데 반박이나 정정 보도 여부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판단할 몫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외신도 오해하는 게 있으면 오해를 적극적으로 좀 풀고, 대응하고 관리하고 당연히 하는데, 너무 이건 속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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