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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합했는데 예산안 100%를 뛰어넘는 마법이 벌어지는 이유
기자명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입력 2022.09.13 11:54 수정 2022.09.13 12:16
▲ 8월25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도 예산안과 관련해 상세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청와대 개방하면 연간 2000억 원 경제적 효과가 나온다는 보도가 있었다. 평창동계올림픽의 경제적 효과는 65조 원이라는 얘기도 있었다.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경제적 효과는 2010년 G20 정상회의 경제적 효과가 450조 원이라는 보도였다. 이런 각종 경제적 효과를 다 더하면 우리나라 GDP는 가뿐히 넘는다.
▲ 청와대 개방 효과, G20 정상회의 효과 관련 기사 제목
이런 기적은 생각보다 자주 나타난다.
내년도 예산안을 다룬 보도다. 내년도 예산안은 총 639조 원이다. 이중 보건복지고용에 226.6조 원을 쓴다. 교육에는 96.1조 원, 문화체육관광에는 8.5조 원을 쓴다. 이 그래프에 있는 숫자를 다 더해보자. 놀랍게도 647조 원이다. 내년 총지출액 639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특히 여기에는 예비비 5.2조 원과 통신분야 9조 원도 빠져있다.
▲ 23년도 예산안의 분야별 지출액 규모. 그러나 정부의 분야별 통계 금액에는 중복된 항목과 배제된 항목이 존재해서 총합이 맞지 않는다. 사진=뉴시스 보도 갈무리
이는 언론 잘못이 아니다. 정부가 통계를 그렇게 발표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예산안 보도자료에 있는 분야별 지출액은 중복된 항목도 있고 배제된 항목도 있다. 통계의 기본 자체가 안 되어있다. 어차피 더하면 639조 원이 넘는 예산 배분액이면, 쓰는 김에 더 쓰는(?) 것도 좋겠다. 여기에 저출산 예산 50조 원과 일자리 예산 30조 원도 더하자. 아니면 윤석열 대통령 말마따나 성인지예산 33조 원도 포함해보자.
성인지예산 33조 원은 성인지를 위해서 추가로 지출하는 돈이 아니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기존 예산을 성인지적 관점에서 평가를 하는 예산 규모를 뜻한다. 저출산 예산, 일자리 예산이라는 분류도 비슷하다. 일자리를 위해 따로 지출하는 금액만 30조 원이 아니다. 기존 사업을 저출산과 일자리 관리 목적으로 분류해 놓은 금액을 뜻한다. 그런 의미에서 639조 원의 배분내역에 집어넣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R&D 예산 30.7조 원도 중복으로 계상되는 분야다. 복지에 있는 R&D, 국방에 있는 R&D사업을 별도로 중복해서 30.7조 원을 달아놓는 것이 합해서 100%가 넘는 마법이 벌어지는 주된 이유다.
물론 21세기 대한민국이 이런 비과학적인 예산분류체계를 통해 행정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한국의 모든 예산사업은 명확한 분류체계를 가지고 정확한 코드번호를 통해 분류하고 관리하고 있다. 문제는 기재부 예산안 보도자료에는 이런 분류체계가 아닌 기재부의 자의적 관행에 따라 분류하고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산을 연구하는 전문가들도 모두 정부의 공식 분류체계를 통해 예산을 분석하고 있다. 전문가조차도 기재부의 예산안 보도자료는 검증가능하지 않다. 분석하고 검증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믿음의 영역이다.
마찬가지로 정부는 23년 예산안 보도자료를 통해 역대 최대규모의 지출 재구조화를 달성했다고 한다. 과거에는 10조 원 수준이었으나 이번에는 무려 24조 원이라고 자랑한다. 그러나 이것 역시 검증이 아니라 믿음의 영역이다. 정부는 24조 원의 지출 재구조화 리스트는 공개하지 않는다.
특히 오늘 말하고 싶은 부분은 “23년 사회적 약자 4대 핵심과제” 74.4조 원이다. 정부에 따르면 저소득층에 21조 원, 장애인에 5.8조 원, 취약청년에 24.1조 원, 노인아동청소년에 23.3조 원을 지출해서 총 74.4조 원을 지출한다고 한다. 그러나 역시 74.4조 원의 세부사업리스트는 구할 수가 없다. 검증의 영역이 아니라 믿음의 영역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한국에는 이미 확립된 예산 분류체계가 존재한다. 복지 분야는 기초생활보장 부문, 취약계층지원 부문, 노인 부문 등으로 나누어 분류하고 관리된다. 이런 공식적 분류체계에 맞춘 설명이 기본이 돼야 한다. 물론, 공식적 분류체계 외에 저출산 예산, 일자리 예산, R&D 예산, 장애인 예산이라는 특정 목적에 따른 개념도 필요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새로운 분류방식에 해당하는 세부사업리스트는 별지를 통해 발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합해서 100%가 넘는 마법은 끊임없이 벌어진다. 예산 지출의 핵심은 한정된 예산 제약하에서의 자원 배분이다. 특정 분야, 특정 부문에 지출이 늘면, 자연스럽게 다른 분야, 다른 부문의 지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전체 지출 639조 원의 배분내역을 동일한 기준을 통해 분류해 분석하지 않고 각각의 기준을 통해 설명하면 예산 분석의 실익이 없다.
검증이 불가능한 정부 보도자료가 나올 때, 기자들은 고민이 많아진다. 그래도 나름 중요해 보이는 정부 발표를 아예 보도를 안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아무런 평가와 해석 없이 보도자료를 그대로 요약해서 기사쓰는 것도 마뜩잖다. 그럼 정확한 한계를 명시해서 기사를 쓰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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