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에 눈물 흘린 어른들 "선진국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 오마이뉴스

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76664

이태원 참사에 눈물 흘린 어른들 "선진국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현장] 시민 발걸음 이어진 서울광장 합동분향소... "원인과 책임 명확히 조사해야"

22.10.31 14:03 l 최종 업데이트 22.10.31 14:34 l 글: 소중한(extremes88) 사진: 이희훈(lhh)

▲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가 31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됐다. 분향을 마친 한 시민이 눈물을 훔치고 있다. ⓒ 소중한

"처음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땐 (이태원에 놀러간 사람들을) 안 좋게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게 잘못된 생각이란 걸 알았죠."

부산에 사는 정지욱(42세, 남)씨는 31일 오전 첫 기차를 타고 서울역에 도착했다. 곧장 이태원을 찾아 추모의 시간을 보낸 그는 오전 10시께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를 찾아 제단에 국화꽃을 올린 뒤 고개를 숙였다.

조문을 마친 정씨는 연신 "그렇게 생각했던 내 자신을 떠올리니 피해자 분들에게 정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라며 합동 분향소를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처음엔 단순히 클럽에서 술 먹고 놀다 그런 사고가 난 걸로 생각했다"며 "하지만 이후 상황을 보니 그게 아니더라. 미안한 마음에 부산에서 첫 기차를 타고 올라왔다"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정씨는 "경찰력이 많이 부족했다고 하던데 특별한 날이니만큼 주된 이동 경로에 사전 안전점검이나 통제가 필요했다고 생각한다"라며 "(해당 골목의) 일방통행 안내만 있었어도 참사로 이어지진 않았을 것"라고 덧붙였다.

"정쟁 이용해선 안 되지만 원인과 책임 명확히 조사해야"

 

▲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가 31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됐다. 시민들이 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하고 있다. ⓒ 소중한

31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 분향소엔 이처럼 이틀 전 발생한 이태원 압사 참사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오전 10시 30분께 눈물을 훔치며 조문을 마친 대학생 정원우(26)씨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정씨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같은 나이인 입장에서 또 이러한 참사가 벌어졌다는 사실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울먹였다.

이어 "최근 SPC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했고, 봉화에서도 광산 매몰 사고가 있었다"라며 "왜 우리 사회는 사고가 발생해야만 안전에 관심을 갖고 참사가 발생한 이후에도 이런 일이 반복하는 걸까. 참으로 답답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씨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책임회피성 발언을 지적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 이상민 감싼 한덕수 "경찰 수고 설명하다가..." http://omn.kr/21elc). 그는 "과거 핼러윈 때와 비교했을 때 행정 당국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참사를 정치적으로, 정쟁으로 이용하지 말라는 말에 동의하지만 여야를 떠나 이번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명확히 조사할 필요는 있다"라고 강조했다.

 

▲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가 31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됐다. 현장에선 여러 외국인들도 만날 수 있었다. ⓒ 소중한

▲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가 31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됐다. 시민들이 분향소를 찾아 조문을 하고 있다. ⓒ 소중한

앞서 출근길에 분향소를 지나던 시민들도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분향소 모습을 사진에 담은 50세 여성 이아무개씨는 "저도 10·20대 자녀를 둔 엄마로서, 어른으로서 너무 화가 난다"라며 "즐겁게 놀기 위해 그곳을 찾았을 아이들이 한순간에 목숨을 잃은 모습을 보고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 3년 만에 '노마스크'로 맞이하는 핼러윈이었는데 정부와 지자체는 많은 인파가 모일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인가. 더해 그곳이 원래 좁은 도로였지 언제는 넓은 도로였나"라며 "정부와 지자체에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도대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단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인터뷰 내내 울먹이며 "너무 가슴이 아파 더 이상 말을 못하겠다"고 말한 60대 여성 또한 "우리나라가 선진국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라고 말했다.

사고 당시 이태원에 있었다는 27세 여성 김아무개씨는 "저도 그런 사고를 당했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너무 싱숭생숭했다"라며 "안도의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론 참담한 마음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앞으로 축제를 열 땐 안전을 지향하는 쪽으로 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 등도 조문... 민주당, 녹사평 분향소 찾아

 

▲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31일 오전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조문을 하고 있다. ⓒ 이희훈

▲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가 31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됐다. 홍명보 감독(왼쪽)과 이청용 선수(가운데 운동복) 등 울산현대 프로축구단이 조문을 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 소중한

한편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비롯한 대통령실 관계자, 한덕수 국무총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오세훈 서울시장, 국민의힘 지도부 등도 이날 오전 서울광장 합동 분향소를 찾아 희생자를 애도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이태원 인근 녹사평광장에 별도로 마련된 합동 분향소에서 조문을 마쳤다.

홍명보 감독, 이청용·설영우·아담 선수 등 울산현대 프로축구단도 이날 오전 10시 15분께 합동 분향소에 모습을 보였다.

조문을 마친 뒤 홍 감독은 "오늘 선수들과 서울 일정이 있었는데 여기 분향소가 마련된다고 해 일찍 찾아왔다"라며 "개인적으론 그 (희생자) 나이 또래의 자식을 가진 아버지로서 조문을 하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이청용 선수도 "애도하고 싶은 마음에 (분향소에) 오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가 31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됐다. ⓒ 소중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