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877200
2주 전엔 "안전 염려로 잠 못잤다"더니... 이태원 참사는 외면한 용산구청장
책임 회피 급급하다 떠밀리듯 사과한 박희영 구청장의 이중적 태도
22.11.01 19:24 l 최종 업데이트 22.11.01 19:24 l 글: 이주연(ld84) 김지현(diediedie)
▲ 헌화하는 박희영 용산구청장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31일 오전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광장에 설치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에서 헌화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태원 압사 참사 발생 2주 전,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은 "안전에 대한 염려로 잠을 제대로 못잤다"라고 말했다. 용산구가 후원한 '이태원 지구촌 축제'를 준비하느라 잠을 설쳤다면서 용산구의 축제 준비 태세를 과시했다.
박 구청장은 지난 10월 15일 오전에 네이버 커뮤니티 서비스 밴드인 '용산구를 사랑해'에 "3년 만에 개최되는 축제 준비와 안전에 대한 염려로 간밤에 잠을 제대로 못잤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축제 준비 현장도 살펴보고, 용산상공회 산행, 효창동 주민 야유회, 이태원 감리교회 야유회 등 배웅인사를 드렸다"라며 "이태원 지구촌 축제를 마칠 때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이태원 압사 참사 후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과 함께 책임 회피성 발언으로 비난을 산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박 구청장은 '명품용산' '따뜻한 사람' 등을 자신의 이름 옆에 해시태그(#)로 달았다. 지난 10월 15일과 16일, 양일간 열린 이태원 지구촌 축제는 (사)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가 주최하고 서울특별시와 용산구가 '후원'하는 행사였다.
행사가 끝난 후인 10월 17일 오전엔 직접 쓰레기 봉투를 쓰레기차에 던지는 사진을 올리며 "특히 걱정했던 안전사고와 쓰레기 관련 문제가 생기지 않아 다행"이라고 밝혔다. 그는 "주말을 반납하고 이틀 동안 쉬지도 못한 우리 1300여명의 직원들 여러분 수고 많았다"라며 "미흡한 점을 개선해 내년에는 더 멋진 축제로 뵙겠다"라고 덧붙였다.
용산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핼러윈 데이를 맞아 용산구청이 5일 동안 이태원에 투입한 직원은 150명 규모다. 하루 30명 꼴이다. 반면, 이태원 지구촌 축제에는 10월 15~16일 이틀간 1078명의 용산구 직원이 투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일 평균 500여 명의 공무원들이 이태원 지구촌 축제에 동원됐다.
용산구청 문화체육과 관계자는 1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태원 지구촌 축제) 축제장이 엄청 넓다. 이태원로뿐만 아니라 보광로까지다"라면서 "용산구청 공무원이 거의 나간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용산구 후원 축제엔 잠 설쳤다던 구청장... 핼러윈 축제엔 '책임 회피'
▲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지난 15일 "이태원 지구촌 축제"를 준비하며 네이버 밴드 "용산구를 사랑해"에 올린 글이다. ⓒ 네이버 밴드 갈무리
▲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지난 17일 "이태원 지구촌 축제"를 마친 뒤 네이버 밴드 "용산구를 사랑해"에 올린 글이다. ⓒ 네이버 밴드 갈무리
하지만 용산구가 '후원'하지 않은 핼러윈 축제에 대한 박 구청장의 사전 준비 태세와 참사 발생 후 대응은 2주 전 행사 때와는 전혀 달랐다. 용산구민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 달린 '따뜻한 사람'이라는 해시태그가 무색하게 그는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
박 구청장은 이태원 참사 다음날인 30일 오후 5시, 용산구 차원의 입장문을 내놨지만 "사고수습 만전 기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담겼다. 관할 지자체장으로서의 관리감독 책임을 언급하지도, 사고 예방을 하지 못한 데 대한 사과도 없었다. 그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영혼 없는 사과보단 정확히 어떤 사전 준비를 했고, 실제로 잘 시행이 됐는지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담당 부서와 사전 준비 대책이 어느 게 적용되고 어느 게 안 됐는지 파악하고 있다." (10월 30일)
하지만 용산구를 둘러싼 책임론이 거세지자 박 구청장은 취재진에게 "핼러윈 데이는 축제가 아니라 '현상'이다. 구청에서 할 역할을 다했다"고 강변했다.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 대한 안전 관리 규정이 따로 없다는 주장이었다.
"너무 가슴이 아프다. 사망하신 분들과 유가족들에게 심심한 조의를 표한다. 저희는 전략적인 준비를 다 해왔다. 구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했다. 작년보다 (인파가) 많을 거라고 예측했지만 이렇게 단시간 많을 거라고는...이건(핼러윈) 축제가 아니다. 축제면 행사의 내용이나 주최 측이 있어야 하는데 내용도 없고 그냥 핼러윈 데이에 모이는 일종의 어떤 하나의 '현상'이라고 봐야 한다." (10월 31일)
이 발언은 여당 내에서조차 우려를 사는 등 비판 여론은 더 커졌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1일 "적절한 발언이 아니"라고 짚었다. 결국 박 구청장은 참사 사흘만에야 떠밀리듯 "송구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관내에서 발생한 참담한 사고에 대해 구청장으로서 용산구민과 국민 여러분께 매우 송구스럽습니다. 지금은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해야 할 시기입니다. 구청장으로서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부족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수습에 힘쓰겠습니다. 또한 애도기간이 끝나고 사고 수습이 완료되면 구청차원에서 사전 대응에 미흡한 부분은 없었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향후 면밀한 대책을 수립하도록 하겠습니다." (11월 1일)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송구하다의 뜻은 '두려워서 마음이 거북스럽다'이다. 재난안전법 4조에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재난이나 사고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관련 기사]
"축제 아닌 현상"이라던 박희영 용산구청장 사흘 만에 "송구" http://omn.kr/21fl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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