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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디지털 수학’ ‘디지털 물리학’… ”세상에 그런 학문도 있나요?”

정문영 기자 승인 2022.10.27 23:06 


김필성 변호사는 27일 비상경제민생회에서 행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디지털 네이티브, 디지털 알고리즘, 디지털 수학, 디지털 물리학... 전 과문해서 이게 뭘 말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대통령께서는 검사 출신이라서 이 모든 것들을 다 꿰고 있으신가 보다”라며 “어차피 대통령이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상황이지만, 이게 뭔지 설명 좀 들어봤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사진=MBC/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김필성 변호사는 27일 비상경제민생회에서 행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디지털 네이티브, 디지털 알고리즘, 디지털 수학, 디지털 물리학... 전 과문해서 이게 뭘 말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대통령께서는 검사 출신이라서 이 모든 것들을 다 꿰고 있으신가 보다”라며 “어차피 대통령이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상황이지만, 이게 뭔지 설명 좀 들어봤으면 좋겠다”라고 물었다. 사진=MBC/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요즘 수학 물리 화학이 ‘디지털 수학’ ‘디지털 물리학’으로 바뀌어가고 있다는데 종이에 연필을 들고 문제를 푸는 형식이 아니고, 실험 같은 것도 '디지털 프로세스'를 통해 실험을 대체해나간다니 교육과정에서 획기적인 '디지털 전환'이 일어나도록 해달라”


[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생중계로 진행된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에서 ‘디지털 수학’ ‘디지털 물리학’ ‘디지털 프로세스’ ‘디지털 전환’과 같은 외국어를 거푸 쏟아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교육감분들을 만나면 초등학교, 중학교에 코딩 교육이라는, ‘디지털 네이티브’로 키울 수 있는 ‘디지털 알고리즘’ 교육을 많이 시켜야하는 것 아니냐(는 말을 한다)”며 “중국보다 2분의 1밖에 안 된다는 것을 기사에서 여러 번 봤는데 그렇게 해서는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고 유지하기가 어렵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에게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시키기 위해서 수업시간 배정도 바꾸고 교사도 투입해야 하는데, 아마 교사들 단체에서도 여기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다는 애로사항을 이야기한다”고 덧붙였다.


수학 물리학 프로세스 등의 단어에 ‘디지털(Digital)’이라는 영어를 앞세우는 것으로 모자라, ‘디지털 네이티브’ ‘디지털 알고리즘’에 이어 ‘디지털 리터러시’에 이르기까지 무려 7차례나 거푸 남발했다.


이에 김필성 변호사는 “디지털 네이티브, 디지털 알고리즘, 디지털 수학, 디지털 물리학... 전 과문해서 이게 뭘 말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대통령께서는 검사 출신이라서 이 모든 것들을 다 꿰고 있으신가 보다”라며 “어차피 대통령이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상황이지만, 이게 뭔지 설명 좀 들어봤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또 디지털에 조예가 깊은 이형열 ‘과학책을 읽는 보통 사람들’ 대표는 순간 먼하늘을 쳐다보았다. 윤 대통령이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불가’였기 때문이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윤석열 씨, 질문 하나 합시다. 거 ‘디지털 수학’은 뭐고 또 ‘디지털 물리학’은 뭐요?”라며 “제 페친들 중에 수학 박사, 물리학 박사 수두룩한데 혹시 이런 말 들어봤어요?”라고 물었다.


이어 “은퇴 이후 과학책만 수백권 이상 읽었는데 금시초문”이라며 “혹시 제 공부가 놓치고 있는 게 있으면, 이 기회에 윤석열처럼 천공이나 건진법사 찾아가서 한 수 배우려고 한다. 출판사 하시는 분들도 이제 큰일 났다”라고 고개를 떨구었다.


한 네티즌은 “어디서 주워들은 풍월로 현학적이거나 뭔가 있어 보인다는 이미지를 의식적으로 만들려는 경향이 보인다”며 “하지만 그게 지나치다 보니, 제 뜻도 모른 채 정체 불명의 말을 자꾸 만들어 포장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이런 언행은 비단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2월 21일 TV토론회에서 윤 대통령은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디지털 데이터 경제를 둘러싼 공방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상황을 살펴보자.


-(안철수 후보) “디지털 데이터 경제가 무엇이냐”


▶(윤 후보) “5G라거나 데이터들이 신속하게 움직이고 이동할 수 있는 네트워크 구축과, 이것들이 전부 클라우드에 모여 분석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중요하다. 디지털 기기들이 전부 서로 연결돼 있으면서 정보 데이터가 물 흐르듯이 흐르고 있다. 이 속도를 더 빠르게 해야만 자율주행 자동차, 이런 4차 산업 혁명의 총화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말씀이다”

-(안 후보) “핵심이 무엇이냐? 말씀하시는 것은 하드웨어 쪽이지 데이터 인프라 쪽이 아니다”


▶(윤 후보) “상당한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이 필요한 것이다”

-(안 후보) “정부 데이터 개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윤 후보) “정부 데이터는 공유할 수도 있는 것도 있고 보안사항도 있는 것 아니냐”

-(안 후보) “(윤 후보의 답변에 납득할 수 없다는 듯 미소와 함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데이터 산업이라는 것 자체가 공공데이터가 기반이 되어야 한다. 확실하게 이런 문제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으신 것 같아 그점이 우려된다”


▶(윤 후보) “안 후보가 생각하는 그런 첨단 디지털 기술만 가지고 우리가 경제 부흥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걸 어떻게 활용해서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플랫폼 기업을 끌어내는지가 문제다. 정부가 디지털 플랫폼을 구성하면 민간 관계자들이 들어오면서 절로 공공 데이터가 돌게 돼 있고, 특별히 보안을 요하는 것을 제외하면 정부가 국가 전체의 데이터 플랫폼에서 중심 역할을 할 거다”


-(안 후보) “(윤 후보의 답변을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는 듯 오른손을 들어 올리고는 웃으며) 빅데이터 기업과 플랫폼 기업은 완전히 다른데, 윤 후보가 두 개를 구분 못하는 것 같다. 기업의 경쟁력 제고 전략 등도 전혀 다르다“


한편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영어단어를 지나치게 남발, ‘영어 사대주의’에 빠졌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 연장선에서 ‘디지털 수학’ ‘디지털 물리학’이라는 말을 마구 내뱉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디지털 데이터경제’ ‘디지털 데이터 플랫폼’이라는 용어를 비롯, 대통령이 되고 나서는 ‘세계적’이라는 의미의 ‘글로벌(Global)’을 ‘그로벌’로 발음하거나, ‘용산 시민추모공원’을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로, 미국 검사나 법무부 공무원을 ‘거버먼트 어토니(Government Attorney)’라고 말했다.


압권은 지난 4월 13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지명하면서 내뱉은 지나친 '영어 사랑'으로, 빈축을 산 바 있다.


"(한 후보자가)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다양한 국제업무 경험도 가지고 있어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사법제도를 겸비해나가는 데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국제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미국 변호사이고 영어도 잘하는, 그리고 수사·재판 경험이 많은 한 검사장이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달랑 두 문장을 말하면서 '글로벌 스탠더드'(국제표준)와 '커뮤니케이션'(소통)과 같은 영어를 썼다. 출근길 문답과 관련, 6월 10일 국민의힘 오찬 회동에서는 "뉴스나 시사적인 내용을 자주 챙겨 보면서 ‘도어스테핑’ 준비를 한다"고 말했다. 또 한 장관의 영어가 어느 정도 유창한 지는 직접 들어본 바 없어 믿거나 말거나다.


앞서 7일에도 '반도체 인재 양성'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지식산업의 핵심은 휴먼 캐피털(인적 자본)"이라고 했고, 지난 5월 31일 바다의 날 기념식에서는 "부산항이 세계적인 초대형 ‘메가포트’로 도약할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를 확충하겠다"고 했다. '메가포트'는 '거대한 항구'란 뜻으로, 이미 앞에 같은 뜻의 '초대형'이란 수식어를 쓰면서도 굳이 영어단어를 군더더기처럼 덧칠(daub)하듯 붙여 썼다.


대선을 앞둔 지난해 10월 24일에는 "원래 선거라는 건 시쳇말로 '패밀리 비즈니스(가족 사업)'라고 하지 않나"라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2월 21일 TV토론회에서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디지털 데이터 경제를 둘러싼 공방을 벌인 바 있다. 사진=YTN/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2월 21일 TV토론회에서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 디지털 데이터 경제를 둘러싼 공방을 벌인 바 있다. 사진=YTN/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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