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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보] 촛불 시민들 ‘속속 집결’…경찰 방해 뚫고 성사된 ‘사전마당’ - 자주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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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한 공간’ 확보한 추모의 촛불…“무책임한 정부가 참사 불러”

등록 :2022-11-05 20:33 수정 :2022-11-05 21:01 박지영 기자 서혜미 기자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촛불

진상 규명·책임자 처벌 등 촉구

삼각지역 인근 보수단체 맞불집회도

 

촛불행동 회원과 시민들이 5일 오후 서울 자하철 시청역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촛불집회에서 촛불을 들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촛불행동 회원과 시민들이 5일 오후 서울 자하철 시청역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촛불집회에서 촛불을 들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이번 참사를 지켜보며 의문이 생겼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가 들었던 촛불은 정말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던 겁니까. ‘세월호 참사 이전과 달라야 한다’, ‘다시는 불행한 가족을 만들지 않겠다’고, 촛불 들지 않았습니까. 왜 또다시 이런 참사가 발생한 걸까요. 단언하건대, 책임자 처벌을 소홀히 하는, 바로 그 반복된 역사 때문에 우리는 세월호 참사 때 아이들을 잃었고, 이번에 또다시 꽃 같은 아이들을 잃었습니다.” (장훈·단원고 2학년8반 고 장준형 군 아버지)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서울시청 광장 인근에서 열렸다. 같은 시각 삼각지역 인근에서 보수단체도 맞불 집회를 열어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참사 이후 처음으로 수만 명이 모이는 집회에서 집회 주최 쪽과 경찰은 안전 관리를 최우선으로 강조했다.

 

진보단체로 구성된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은 5일 오후 5시부터 서울지하철 2호선 태평로 시청역 인근부터 숭례문교차로 방향까지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촛불’을 진행했다. 추모 촛불집회에는 원불교·불교·가톨릭·개신교 등 종교단체 인사와 참사 당시 현장 목격자, 세월호 참사 유족 등이 참석했다. 주최 쪽은 이날 오후 4시50분 기준 2만여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이날 촛불집회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묵념으로 시작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퇴진이 추모다’, ‘윤석열은 퇴진하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과 촛불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숨진 희생자들에게 애도를 표했다. 추운 날씨에도 시민들은 어두운 옷을 입고 모자와 목도리를 착용한 채 도로 위를 지켰다. 희생자들의 영혼을 기리기 위한 종교의식 도중에는 일부 시민들이 “마음이 아프다”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서 심폐소생술(CPR) 등 구조활동을 도운 일반 시민 김운기씨는 이날 발언에 나서 “만약 (당시 현장에 있었던) 우리에게 (구조 관련) 가이드라인을 누군가 줬었다면, 더 많은 사람이 더 빠르게 행동해서 더 많은 사람을 도울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이태원 참사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세월호 유족인 장훈 4.16안전사회연구소 소장은 “9년 전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 국민과 피눈물 나게 노력했지만, 지난 핼러윈 저녁 우리는 젊은이들을 지켜내지 못했다. 또다시 ‘우리 아이들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머릿속 텅 비었다. 홀로 분향소를 찾아 조문하려 했지만, 희생자분들이 삶을 붙들고 있을 때, 겹겹이 쌓여 있을 때가 생각나 작은 꽃 하나 무거울까 봐 차마 국화꽃을 고인에게 올려놓을 수 없었다”며 울먹였다. 이어 장 소장은 “내 아이가, 내 가족이 ‘왜 희생됐는지’ 알아야 애도할 수 있다. 책임자들이 책임지고, 처벌받아야 할 사람이 처벌받은 다음 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같은 비극 재발하지 않도록 함께 싸우겠다”고 외쳤다.

 

한편, 이날 보수단체인 신자유연대도 용산 대통령 집무실 인근인 지하철 4‧6호선 삼각지역 10번 출구 앞에서 '이태원 사고 희생자 추모집회'를 오후 5시께부터 열었다. 이날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집회에 참여한 참가자 약 450명은 대부분 장노년층이었다. 경기 남양주시에서 지하철을 타고 1시간 넘게 걸려 온 유아무개(64)씨는 “자녀들은 다 결혼해 가정이 있고 이태원에 잘 가지 않지만, 왜 자꾸 이런 일이 생기는지 마음이 아파서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집회 무대에 선 발언자들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면서도 “안타까운 사고를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고 했다. 10대 자녀를 둔 조유승씨는 “국민적 슬픔을 이용해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을 취하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최 쪽이 사전에 나눠준 하얀색 국화를 한 송이씩 들고 있던 참가자들은 헌화한 뒤 집회를 마무리했다.

 

‘이태원 참사’ 이후 압사 사고에 대한 우려로 집회 주최 쪽과 경찰은 이날 안전 관리에 최대한 힘 쓰는 모습이었다. ‘촛불행동 자원봉사자’들은 집회 참가자들이 인도에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통행을 유도했다. 촛불행동 관계자는 집회 내내 ‘안전 공간 확보를 위해 넉넉히 자리 잡아 달라’, ‘경찰은 차로를 확보해 달라’, ‘인도에 모여 있지 말아 달라’ 등 안전 관련 안내를 계속하기도 했다.

 

경찰도 이날 오후 시청광장 촛불집회와 삼각지역 보수단체 맞불집회에 20개 부대 약 1200여명의 경찰 병력을 투입해 통제에 나섰다. 시청역 7번 출구 앞 인도에서는 경찰이 인도 중간 폴리스라인을 만들어 양방향 시민들의 통행을 통제했다.

 

5일 오후 5시부터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촛불’ 집회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를 위한 추모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박지영 기자

5일 오후 5시부터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촛불’ 집회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를 위한 추모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박지영 기자

 

5일 저녁 7시께 촛불행동 집회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이 안전을 위해 집회 참가자들을 통제하고 있다. 박지영 기자

5일 저녁 7시께 촛불행동 집회에 참여한 자원봉사자들이 안전을 위해 집회 참가자들을 통제하고 있다. 박지영 기자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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