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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임자 처벌이 진정한 추모” 6만여명이 든 이태원 참사 추모 촛불[현장]

시민들 “희생자 탓 아냐...놀면서 국민을 지키지 않은 자들의 잘못”

김백겸 기자 kbg@vop.co.kr 발행 2022-11-05 21:37:37 

 

5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도로에서 촛불행동 주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 촛불 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2.11.05 ⓒ민중의소리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5일 서울 시청 앞에 모인 6만여명의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참사의 책임을 물으며 퇴진을 요구했다.

 

이날 오후 5시 촛불승리전환행동(촛불행동) 주최로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 7번 출구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촛불'에는 6만여명(주최측 추산, 오후 7시 30분 기준)의 시민들이 모여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책임을 회피하는 정부의 태도를 규탄했다.

 

당초 집회를 위해 4개 차선을 확보했던 경찰은 시민들이 몰려들자 중앙선 넘어 도로까지 공간을 열어줬다. 시민들은 시청 교차로에서 숭례문 교차로까지 7차선 도로 위를 가득 메웠다. 이날 경찰은 강력한 통제보다 집회 장소 인근 질서 유지에 중점을 둔 모습이었다.

 

많은 시민들이 한곳에 모였지만 현장은 질서정연했다. 시청역 출입구부터 곳곳에 있는 자원봉사자들이 우측 통행을 부탁했다. 시민들도 이를 충실히 따라 대규모 시민들이 모인 상황에서도 통행에 막힘이 없었다.

 

올 가을 중 가장 추웠던 이날, 두꺼운 외투를 챙겨 입은 시민들은 옷깃을 여민 채 차가운 아스팔트 위를 지켰다. 이들은 '퇴진이 추모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합니다'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고 '윤석열 대통령 퇴진' 구호를 목청껏 외쳤다.

 

5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도로에서 촛불행동 주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 촛불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손피켓과 촛불을 들고 있다. 2022.11.05 ⓒ민중의소리

 

이날 촛불집회는 희생자를 추모하는 종교의식으로 시작됐다. 원불교, 불교, 가톨릭, 개신교 4개 종단에서 각자의 의식으로 고인의 넋을 달랬다. 종교지도자들도 책임을 회피하려는 정부의 태도를 지적했다.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를 올린 박주환 신부는 "위패와 영정도 없는 곳에서 근조 글씨도 가린 채 동냥하듯 하는 가증스러운 참배로는 유가족에게 위로를 줄 수 없다"면서 "윤 대통령의 화환이 유가족들에게 내동댕이 쳐지는 이유를 정말 모르고 있느냐"라고 꼬집었다.

 

지난 4일 한 희생자의 어머니가 서울 시청광장에 설치된 합동분향소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보낸 근조화환을 내동댕이치며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 유가족은 경찰에 의해 제지당해 분향소에서 끌려 나왔다.

 

박 신부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존재 이유를 상실했다"면서 "분향소에서 유가족을 끌어낼 것이 아니라, 시민들이 저들을 끌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영상과 추모시 낭송, 추모연주 등이 이어졌다. 구슬픈 노래와 희생자들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시가 흘러나오자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눈물을 흘리는 시민들도 여럿 보였다.

 

이태원 참사 당시 현장에 있던 시민이 나와 발언을 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피해자들을 옮기고 심폐소생술을 했다고 밝힌 김운기 씨는 시민들이 부상자들을 적극적으로 돕던 현장 상황을 전하며, 참사 원인을 피해자들에게 돌리려는 일각의 여론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 씨는 "언론과 몇몇에서 말하는 것처럼 당시 시민들은 무질서하지 않았다"면서 "희생자를 살릴 수 있도록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가 같이 자발적으로 나선 것을 제 눈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시민들이 따를 수 있는 권위 있는 유니폼은 미군 군복 뿐이었다"면서 "사람들에게 익숙한 유니폼이 사람들을 움직일 수 있게 했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도울 수 있었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현장에서 미군 헌병들 외에 경찰 등 공권력이 역할을 하지 않았던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5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도로에서 촛불행동 주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 촛불 집회에서 외국인들이 촛불을 들고 있다. 2022.11.05 ⓒ민중의소리

 

세월호 참사 유가족도 재발한 참사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물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2학년 8반 고 장준형 군의 아버지인 장훈 4.16안전사회연구소 소장은 9년만에 또 참사가 일어난 것에 대해 눈물을 흘렸다. 장 소장은 "(희생자) 여러분의 탓이 아니다. 자책하지 말라"면서 "국민들이 놀러갔다가 죽은 게 아니라 놀면서 국민을 지키지 않은 자들의 잘못으로 죽은 것"이라고 울먹이며 말했다.

 

장 소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촛불로 아무것도 바꾸지 못했나 하는 쓰디쓴 의문이 든다"면서 "참사가 다시 일어난 것은 단언하건데 책임자 처벌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세월호 참사의 책임자를 안다. 이태원 참사로 가족을 죽음으로 몰고 간 자도 우리는 알고 있다"면서 "그자들에게 책임지라고 해야 한다. 그자들의 처벌을 강력하게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각에서는 일단 애도부터 하자고 한다. 하지만 진정한 애도는 책임자들이 책임지고, 처벌을 받은 다음 시작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발언이 끝날 때마다 시민들 사이에서는 "윤석열 퇴진하라"라는 외침이 곳곳에서 나왔다.

 

5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도로에서 촛불행동 주최 열린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 촛불 집회에서 참석자들이 손피켓과 촛불을 들고 있다. 2022.11.05 ⓒ민중의소리

 

이번 참사 희생자 중 다수는 20대였다. 그들과 동년배 청년도 목소리를 냈다. 20대 용수빈 씨는 세월호 참사를 겪은 20대가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용 씨는 "세월호 참사로 친구를 잃었을 때 아팠고 반복하지 말자 약속했는데 이태원 참사로 친구를 또 잃었다는 사실이 괴롭고 슬프다"고 토로했다.

 

그는 "많은 청년이 죽었는데 정부의 누구도 본인 책임이라는 진정성있는 말이 없다. 인파 탓, 집회 탓, 언론 탓을 하며 책임 회피하는 윤 대통령과 오세훈 시장, 국민의힘을 보면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이어 "무능, 무지하고 무책임한 윤석열 정부를 이대로 두면 이런 참사가 또 있을 것"이라며 "그땐 우리가 죽을 수 있다. 우리는 세월호 참사에서, 이태원 참사에서 죽었는데 또 죽을 순 없다"고 촛불 집회에 동참할 것을 호소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윤석열 정부를 향해 이태원 참사에 대해 ▲원인 분석과 책임 규명 ▲책임자 처벌 ▲개선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또 참가자들은 "참사의 책임을 회피하고 벗어나기 위해 여론을 조작하고 정치사찰을 자행하는 제2, 제3의 범죄행각을 중단하라"면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진정한 추모는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촉구했다.

 

5일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 도로에서 촛불행동 주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 촛불 집회가 열리고 있다. 2022.11.05 ⓒ민중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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