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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인파 정점’ 예상하고도 마약단속 집중한 경찰, 실적 홍보까지 계획했다

이승빈 기자 lsb@vop.co.kr 발행 2022-11-06 13:55:16 


이태원 압사 참사를 수사 중인 서울경찰청 수사본부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들이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을 합동감식하고 있다. 2022.10.31 ⓒ민중의소리


이태원 참사를 앞두고 경찰은 대규모 인파가 운집할 것을 예상하고도 상당한 인력을 마약 단속에 투입했다. 아울러 경찰은 단속 실적을 사후 적극 홍보할 것도 계획했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마약 단속 강조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6일 더불어민주당 이태원 참사 대책본부가 서울지방경찰청에 제출받은 ‘핼러윈 데이(10. 31.) 축제 기간 마약류 범죄 단속ᆞ예방을 위한 특별형사활동’(특별형사활동) 문서를 보면 경찰은 참사 당일 이태원 일대에 10개팀 형사 52명을 투입하기로 계획했다. 서울경찰청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 투입된 인원은 50명이다.


‘특별형사활동’에서 경찰은 마약 단속예방 추진 배경으로 “코로나19 거리두기 조치 해제 이후 첫 핼러윈 데이(10. 31.)를 맞아 클럽 등 유흥 밀집지역 등지에 대규모 인파 운집이 예상”이라고 밝혔다. 문서에는 또한 “핼러윈 데이(10. 31.) 축제가 있는 10. 29.(토)에 인파가 정점을 이룰 것으로 예상됨”이라고 명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3년 만에 대면 축제가 정상적으로 열림에 따라 인파가 운집할 것을 충분히 예상한 것이다. 특히 참사가 일어난 시점인 29일 밤을 ‘인파 정점’으로 정확히 예상했다.


그러나 인파 관리나 시민 안전 등에는 대비가 없이 마약 단속에 상당한 역량을 쏟았다. 문서에는 “용산·마포서에서는 지원 경력(경찰력)에 대한 배치 운용 계획 수립하고 가시적ᆞ예방적 형사 활동 만전”이라고 적시돼 경찰 지휘부가 마약 단속에 상당한 의지를 

갖고 있음이 드러나 있다.



참사 당일인 29일 마약 단속에는 용산서 5개팀,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 2개팀, 동작서·강북서·광진서에서 지원인력 각 1개팀 등 총 10개팀 52명의 형사인력이 투입됐다. 이들은 당초 이태원 일대에서 마약 예방 및 단속활동을 대대적으로 펼칠 예정이었으나 현장에 인파가 몰리면서 차질을 빚었다. 이후 인명사고 등이 이어지면서 이들도 구조 활동에 투입됐다. 참사 현장에 사장 먼저 마약수사대가 도착해 구조 및 수습활동을 펼친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참사 당일 인파 관리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경비인력은 한 명도 투입되지 않았다.


특별형사활동계획 중 ‘향후 계획’ 란에는 “핼러윈 기간 중 관서별 주요 검거 사례 등은 적극적인 홍보 예정”이라고 적시됐다. 즉 핼러윈 축제를 마약 단속의 중요성을 홍보할 주요 계기로만 인식한 셈이다.


경찰의 이런 태도는 권력 핵심부의 의중과 떨어져서 이해하긴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태원 참사 발생 전주인 지난달 21일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마약범죄가 어느새 우리 주변으로 깊이 침투하고 있다면서 “우리 미래 세대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보다 앞서 지난달 13일에는 윤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실세라 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마약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한 장관은 이날 대검찰청에 “범죄와 전쟁을 치른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해주기를 바란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경찰로서는 마약 단속의 실적을 보여줘야 할 상당한 부담을 안고 있었고, 젊은층이 대거 운집하는 핼러윈 축제를 실적을 올리는 장으로 활용하려 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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