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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조 당국 “영안실 섭외” 수차례 요구…용산구 ‘무대응’

등록 :2022-11-10 07:07 수정 :2022-11-10 18:09 천호성 기자 


지난 10월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명사고 현장에 사망자 이송을 위해 구급대원 등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월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명사고 현장에 사망자 이송을 위해 구급대원 등이 대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당시 “사망자를 이송할 영안실 현황을 파악해달라”는 소방·의료 당국의 수차례 요구에도, 영안실 섭외 등 사망자 관리 의무가 있는 용산구가 조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용산구의 무대응 탓에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종합병원인 순천향대병원(용산구 한남동)에는 70여구의 주검이 몰리고, 갈 곳 없는 주검들은 다음날 아침까지 병원을 찾아 헤매야 했다.


9일 김원이·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29~30일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상황실 상황일지’와 ‘용산보건소 상황일지’를 종합하면, 응급의료상황실(상황실)과 소방 당국은 수차례 용산보건소에 장례식장 현황 파악을 요청했지만, 사고 발생 5시간이 넘도록 안치실을 확보하지 못했다. 재난 상황에서 현장 사망자 규모 파악과 영안실 섭외 등 사망자 관리는 관할 지차체와 보건소장 책임이다. 현행 행정안전부령 긴급구조 현장지휘 규칙에 따르면 ‘응급의료소장(관할 보건소장)은 사상자 이송 및 사상자 현황파악 등을 지휘·감독’ 해야 하고, 보건복지부의 재난응급의료 비상대응매뉴얼(매뉴얼) 역시 관할 시·군·구청과 보건소가 ‘사망자 관리’를 맡도록 규정하고 있다.


용산보건소 상황일지를 보면, 용산소방서는 30일 오전 12시40분 처음으로 “다수의 사망 추정자 이송가능 병원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영안실 섭외가 늦어지자 1시47분엔 상황실이 나서 “사망환자에 대해서는 보건소가 영안실 및 장례식장을 섭외해달라”고 요청한다. 이에 용산보건소는 2시10분이 돼서야 ‘임시 안치소 장소 수배’를 시작했고, 2시45분께 장례식장이 아닌 원효로 다목적 체육관에 임시영안소를 마련했다.


그 사이 사망자를 옮길 영안실을 찾지 못한 구급대는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순천향대병원에 몰렸다. 30일 소방 당국의 무전 기록을 보면, 오전 1시께 “지금 순천향대병원인데 구급차가 포화상태다. 들어올 자리가 없다” “순천향대병원에 구급차가 30대가 넘는다”는 구급대원들 무전이 빗발친다. 이날 오전2시10분까지 순천향대병원에 임시 안치된 사망자는 사고 현장에서 심정지 된 76명, 응급실에서 치료 중 사망한 3명 등 79명에 달했다.


용산보건소는 끝내 안치실을 마련하지 못했다. 용산보건소는 대형병원 관계자와 의료·소방 당국이 모인 ‘모바일 상황실’에 두 차례 “(병원별) 영안실 현황을 알려달라”는 메시지를 올렸을 뿐이다. 나아가 용산보건소는 현장의 사망자 수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현장의 사상자 이송이 거의 마무리된 3시31분까지 “현장응급의료소장(용산보건소장)과 보건소는 매뉴얼에 따라 신속한 사망자 현황을 파악해달라”는 상황실의 재촉이 이어졌다. 결국 30일 오전 4시30분께 서울·경기 병원 영안실과 장례식장 잔여석을 파악해 150여실을 섭외한 건 상황실이었다.


순천향대병원 영안실 복도와 원효로 다목적 체육관 등에 방치됐던 주검들은 오전 4시48분께야 119 구급차로 분산 이송되기 시작했다. 소방 무전기록을 보면, 주검 이송은 30일 오전 8시40분께 완료된다. 영안실 섭외와 사망자 현황 파악이 늦어지면서, 당시 실종자 가족들은 30일 낮까지 가족들의 위치를 확인하지 못해 애를 태워야했다.


용산보건소는 이에 대해 “모바일 상황실에 영안실 파악을 위하여 자료를 요청했지만 회신받을 겨를도 없이, ‘임시영안소를 운영하라’는 서울시 요청이 있었다. 긴급하게 다목적체육관(용산구 원효로)을 임시영안소로 지정해 (일부) 사망자를 이송했다”고 해명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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