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hani.co.kr/arti/opinion/because/1068245.html
미국 <뉴욕타임스>는 옳고…우리나라 <민들레>는 틀리다?
등록 :2022-11-21 19:10 수정 :2022-11-21 19:33
<뉴욕타임스>는 2020년 5월24일치 1면에 당시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10만명에 육박한 가운데 약 1%에 해당하는 1천명의 부고를 실었다. <뉴욕타임스> 갈무리
[왜냐면] 전창관 | 태국 랑싯대 한국어학과 교수
10·29 참사가 일어난 뒤 희생자들을 무명씨로 만든 합장 위패와 영정사진 없는 분향대가 진혼분위기를 저해하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신생언론 <민들레>에 대한 기울어진 여론이 빗발친다.
참사현장 사진과 동영상을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퍼나르는 황색저널리즘도 문제지만, 진실을 알리는 보도사진의 의미는 중요하다. 그런데 이번 참사와 관련한 자세한 현장 모습은 일반언론매체에서 실종돼 가고 있다.
80년대 대학에 입학한 사람들이면 웬만하면 겪었을 트라우마가 있다. 당시 제5공화국 보도지침에 의해 조작된 ‘80년 5월 광주’의 모습만을 바라보다, 대학에 입학한 뒤 소위 학내 ‘대자보’라는 것을 통해 80년 5월 광주의 진실을 접하게 됐기 때문이다. 학내 대자보에 게시된 참상의 진실을 알리는 글과 사진은 수많은 대학생의 의식구조를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나 또한 대학생이 된 뒤 학내 대자보를 통해 게시된 5·18 광주의 처참한 기록사진들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어찌 보면 그 사진들이 내 삶의 행보 한구석을 통째로 바꿔놨다는 생각도 든다. 대통령과 정부에 무조건적인 경건한 마음만을 가지고 국기에 대한 경례에도 한치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고 알고 살아왔던 풋내기 고교생은, 학내 대자보를 통해 ‘5·18 광주’의 진상이 담긴 보도사진들을 접하고 민주주의 국가의 국민으로서 국가와 정부를 구분하게 됐다.
10·29 참사와 관련해서도 인식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그날 이태원에 간 젊은이들이 무슨 해괴한 모임에 갔던 게 아니다. 이 사회가 만들어준 젊은이들을 위한 페스티벌에 수많은 젊은이가 참여했고, 이 사회, 이 정부의 안일한 대처로 158명 숭고한 목숨이 희생됐다.
그런데 왜 우리는 얼토당토않은 이상한 정치적 프레임에 휘말린 채, 애써 그 참상의 진실을 직시하는 것을 억지로 외면하고 대한민국의 전통적 상례에도 안맞는 합장 위패와 영정사진조차 없는 제단만을 차려 추모해야 하는가. 과거 수학여행에 나선 학생들을 태운 관광버스가 추락했을 때 온갖 매체들이 희생자 보도 속보경쟁을 하고, 세월호 참사 때는 영정사진과 희생자 명단을 오래도록 공개하지 않았던가.
난데없이 80년 광주 5·18 희생자 개인신상 공개 논란을 이번 10·29 참사 희생자 추모명단 공개와 묶어 물타기하는 움직임 또한 기괴하다. 왜냐하면 5·18 희생자 명단은 기존 언론보도로, 또 광주 5·18추모기념공원에 묘비 등에 공개돼 있지 않은가.
희생자들 신상공개와 추모를 위한 희생자 이름 또는 영정사진 공개는 엄연히 별개 사안이다. 그런데 어째서 법무부 장관과 여당 의원은 이를 혼동해 물타기로 일관하는 걸까. 미국 9·11 참사 때 <뉴욕타임스>는 희생자 이름을 전면기사로 공개했다. 또 추모비에 희생자 이름을 아로새겨 세상에 경종을 울리며 스러져간 분들을 세계인이 추모하도록 했다. 도대체 왜 <뉴욕타임스>는 되는데 왜 <민들레>는 안된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영국 <비비시>(BBC) 마저 두손으로 입을 막은 채 오열하는 유족 사진과 함께 “슬퍼하는 시간은 끝났다. 이제는 분노할 때”라고 보도했다.
“마당은 비뚤어져도 장구는 바로 치라”고 했다. 그런데 왜 한국언론이 해야 할 이런 이야기를 외신이 해야 하는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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