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hani.co.kr/arti/science/science_general/1067523.html?_fr=m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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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www.khan.co.kr/science/aerospace/article/202211281538001

 

아르테미스 1호 달 향해 출발…우주 ‘그레이트게임’ 본격화

등록 :2022-11-16 15:58 수정 :2022-11-17 14:15 곽노필 기자 

 

역대 최강 로켓에 마네킹 태운 우주선 발사

달 궤도 비행한 뒤 12월11일 지구로 돌아와

아폴로와 똑같은 ‘올드스페이스’ 방식 눈길

 

16일 오후 3시47분(한국시각) 아르테미스 1호가 이륙하고 있다. 나사TV 갈무리

16일 오후 3시47분(한국시각) 아르테미스 1호가 이륙하고 있다. 나사TV 갈무리

 

미국의 두번째 달 착륙 프로그램 아르테미스의 첫 우주선이 마침내 달을 향해 출발했다. 1972년 미국의 첫번째 달 착륙 프로그램 아폴로가 종료된 지 50년 만이다.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은 16일 오전 1시47분(한국시각 오후 3시47분) 플로리다 케이프커내버럴우주군기지 케네디우주센터 39B 발사대에서 역대 최강 로켓 에스엘에스(SLS)와 우주선 오리온으로 구성된 아르테미스 1호를 발사했다. 이번 비행엔 우주비행사 대신 마네킹이 탑승했다.

 

이날 발사는 지난 8월 이후 2차례의 발사 중단, 2차례의 일정 연기라는 우여곡절 끝에 이뤄졌다. 애초 예정일은 8월29일이었으나 엔진 냉각 이상과 연료 누출, 기상 악화 문제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일정이 석달 가까이 지체됐다.

 

20세기의 아폴로가 달을 밟는 것 자체를 주목적으로 삼았다면 21세기의 아르테미스는 달에 기지를 세우고 자원 채굴과 함께 상주인력을 두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오리온 우주선의 우주비행사 탑승 캡슐(앞쪽)과 태양전지 등이 있는 서비스모듈(뒤쪽).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오리온 우주선의 우주비행사 탑승 캡슐(앞쪽)과 태양전지 등이 있는 서비스모듈(뒤쪽).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정부가 주도하고 민간이 참여

 

그러나 두 프로그램 사이에 50년 간격이 있음에도 일을 추진하는 방식은 똑같다. 민간이 개발하고 정부가 이를 구매하는 ‘뉴스페이스’ 방식이 아닌, 정부가 개발 과정을 주도하고 민간이 거기에 참여한 대가를 받는 ‘올드스페이스’ 방식이다.

 

보잉이 주도적으로 제작한 높이 98m의 에스엘에스(SLS) 로켓은 아폴로 때 사용했던 새턴5(높이 111m)보다 크기는 조금 작지만 힘은 더 강력하다. 추력이 3990톤으로 새턴5(3400톤)보다 15% 더 많다. 스페이스엑스의 팰컨헤비(2268톤)보다는 70% 힘이 세다.

 

4개의 RS-25 액체연료 엔진이 있는 1단 코어와 두개의 고체 부스터로 구성돼 있으며 달까지 27톤 이상의 물체를 보낼 수 있다. 극저온 액체 수소와 산소를 추진제로 쓰는 이 엔진은 우주왕복선에서 사용하던 것을 개조했다.

 

록히드마틴이 제작한 오리온은 탑승 정원이 4명이다. 정원이 3명인 아폴로 우주선보다 내부 공간이 50% 더 넓다. 도킹하지 않고 21일, 도킹 상태에선 6개월까지 우주에 머물 수 있다. 수소 연료전지를 동력원으로 썼던 아폴로와 달리 오리온은 태양전지에서 동력을 얻는다. 따라서 오리온은 90분 이상 햇빛을 받지 못하는 상태로 놔두면 안된다. 엑스(x)자 모양의 태양전지와 물, 공기 등을 공급하는 서비스모듈은 유럽우주국이 제작을 맡았다.

 

오리온 우주선에 탑승한 마네킹 무니킨 캄포스. 나사 제공

오리온 우주선에 탑승한 마네킹 무니킨 캄포스. 나사 제공

 

예정보다 5년이 늦어진 이유

 

에스엘에스와 오리온 우주선은 원래 2017년 발사 예정이었다. 그러나 예산 부족, 기술적 문제,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16번이나 연기되면서 5년이 늦어졌다. 이번 첫 비행은 로켓과 우주선, 지상관제 시스템의 통합 작동 시스템을 실증하는 것이 목표다. 비행 중에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기록하기 위해 1000개 이상의 센서를 탑재했다.

 

아르테미스 1호 우주선에는 사람 대신 3개의 마네킹이 탑승했다. 무니킨 캄포스라는 이름의 사령관 마네킹과 조하르, 헬가라는 이름의 여성 마네킹이다. 캄포스에는 표준 우주복을 입혀 우주여행 중에 우주비행사가 느낄 진동, 중력, 방사선 등을 측정한다. 여성 마네킹에는 몸의 각 조직에 우주 방사선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측정하기 위한 센서 5600개가 부착돼 있다. 비교를 위해 한 마네킹(조하르)에는 방사선 조끼를 입혔다. 여성의 몸은 방사선에 남성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 개의 인형 ‘어린 양 숀’(Shaun the Sheep)과 ‘스누피’도 탑재됐다. 두 인형은 우주선을 떠다니며 무중력 상태를 확인해주는 역할을 한다.

 

오리온에는 또 아마존 알렉사의 음성비서 기능을 테스트하기 위한 아이패드가 실려 있다. 나사는 탑승한 우주비행사가 스피커 및 화면과 쌍방향 소통하듯 지상에서 오리온 내부의 스피커를 통해 알렉사와 대화하는 실험을 할 예정이다.

 

오리온에 탑재된 또 다른 과학장비는 각종 과학실험을 수행할 10대의 큐브샛이다. 큐브샛은 각기 달 얼음 지도 작성, 우주 기상 모니터링, ,우주 방사선 노출이 유기체에 끼칠 영향 측정, 소행성 탐사 등의 임무를 띠고 있다. 이 가운데는 무게 700g의 착륙선을 발사해 달 표면 충돌 실험을 할 오모테나시라는 이름의 일본 소형 우주선도 있다.

 

아르테미스 1호의 달 왕복 여정. 나사 제공

아르테미스 1호의 달 왕복 여정. 나사 제공

 

어떤 경로로 비행하나

 

에스엘에스 로켓은 발사 90분 후 고도 4000㎞에서 우주선을 분리시킨다. 이때 유럽우주국이 제작한 신발상자 크기 만한 큐브샛 10대도 순차적으로 배치된다.

 

오리온 우주선은 6일 후 달 궤도에 도착해 표면에서 100㎞ 떨어진 곳까지 접근했다가 다시 달 뒷면 너머 6만4000㎞, 지구에서 45만㎞ 떨어진 궤도로 날아가 달을 선회한 뒤 지구로 돌아온다.

 

지구 대기권에 진입할 때는 시속 4만㎞의 속도와 2800도의 고온을 견뎌내야 한다. 이때 사용할 지름 5미터의 방열판 성능을 시험하는 것도 이번 임무의 과제 중 하나다. 착륙시엔 3개의 낙하산을 펼치고 속도를 줄이면서 미 서부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앞바다에 착수한다.

 

지구 귀환 예정일은 12월11일이다. 지구 출발에서 귀환까지 25일 11시간36분이 걸리는 130만마일(209만㎞)의 왕복 우주비행이다.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달 남극 착륙지 후보 13곳.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의 달 남극 착륙지 후보 13곳.

 

2년 후 유인비행…3년 후 달 착륙 시도

 

이번 비행에 성공하면 2024년엔 아르테미스 2호가 우주비행사 4명을 태우고 달 궤도를 향해 출발한다. 이때는 달에서 약 9000㎞ 떨어진 곳에서 10여일간 달 궤도를 비행한 뒤 지구로 돌아온다.

 

나사는 이어 이르면 2025년 아르테미스 3호로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처음으로 달 착륙을 시도할 계획이다. 아르테미스 3호에는 처음으로 여성 우주비행사가 탑승한다.

 

착륙지는 달의 남극이다. 나사는 최근 착륙 후보지 13곳을 선정했다. 이들 지역은 모두 남극지점으로부터 6도 이내, 160㎞가 조금 넘는 거리에 있다. 최근 발사된 한국의 달 탐사선 다누리호에 탑재된 나사의 섀도캠은 이 후보지들을 상세히 촬영해 평가 자료로 사용한다.

 

이어 2027년 아르테미스 4호 발사 때는 달로 가는 중간기착지이자 심우주 탐사의 전초기지로 활용할 ‘루나 게이트웨이’(달 궤도 정거장) 중심 모듈을 보낼 계획이다.

 

달 궤도를 비행 중인 오리온 상상도.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달 궤도를 비행 중인 오리온 상상도.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순탄치 않았던 개발 과정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이 여기까지 오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미국은 애초 2020년 달 착륙을 목표로 한 컨스텔레이션(Constellation) 프로그램을 2004년부터 추진해 왔다.

 

그러나 예산 부족 문제에 부딪혀 오바마 대통령 시절 이를 취소하려다 2010년 에스엘에스 로켓은 아폴로 때의 새턴5와 똑같은 방식으로 개발하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채택하는 것보다 경험이 많은 기존 항공우주기업에 일을 맡기는 쪽을 택한 셈이다.

 

여기엔 당시 중국과 러시아의 추격에 대한 압박감, 거대 항공우주기업의 이해관계, 지역구 정치인의 입김도 작용했다. 미국의 대중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이에 따라 에스엘에스가 여러 기업들이 나눠 제작한 것을 조립한 ‘프랑켄슈타인 로켓’이 됐다고 꼬집었다. 양쪽 부스터는 노스럽그러먼, 엔진은 에어로젯 로켓다인(Aerojet Rocketdyne), 중앙 발사체는 보잉이 각각 맡았다.

 

 

“올드스페이스의 마지막 주자”

 

개발 일정이 늦어지면서 시간과 비용도 예상보다 크게 늘어났다. 아르테미스는 한 번 발사 때마다 총비용이 41억달러가 든다. 애초 예상했던 5억달러의 8배다.

 

행성협회는 지금까지 로켓과 우주선 제작에 들어간 돈이 5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한다. 에스엘에스 로켓에 238억달러, 오리온에 204억달러, 지상 인프라 개선에 57억달러가 들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나사 감사보고서는 2025년까지 총 930억달러의 예산이 들 것으로 예상했다.

 

그 사이 민간 기업의 기술력은 일취월장해 지금은 스페이스엑스가 개발한 유인우주선을 나사가 요금을 내고 이용하는 시대가 됐다. 그런 면에서 아르테미스는 올드스페이스의 마지막 주자라고 할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에스엘에스는 블루오리진과 스페이스엑스의 로켓처럼 재사용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 민간기업 로켓보다 시간과 비용이 더 들 것”이라며 “에스엘에스가 땅에서 첫발을 떼기도 전에 묘비명이 쓰여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사 계획에 따르면 에스엘에스는 2년에 한 번 비행할 수 있으며 매번 22억달러가 필요하다.

 

나사는 현재 4번의 에스엘에스 발사 계획을 확정한 상태다. 그 이후 심우주 탐사에 어떤 로켓을 쓸지는 불명확하다. 앞으로 스페이스엑스의 스타십같은 새로운 초대형 로켓이 등장할 경우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달 얼음지도를 작성할 루나아이스큐브 위성. 오리온에 탑재된 10대의 큐브샛 중 하나다. 모어헤드주립대 제공

달 얼음지도를 작성할 루나아이스큐브 위성. 오리온에 탑재된 10대의 큐브샛 중 하나다. 모어헤드주립대 제공

 

21세기 우주지정학의 새 전선으로

 

아폴로 프로그램은 미국 단독으로 진행했지만 아르테미스는 국제 협력이라는 틀 아래서 진행하고 있다. 우주선의 서비스 모듈은 유럽우주국이 제작했다.

 

미국은 특히 2020년 5월 달과 화성, 혜성, 소행성 탐사에 관한 기본 규칙을 담은 아르테미스협약을 만들었다. 지금까지 한국을 포함해 21개국이 이에 서명했다. 중국은 처음부터 배제됐고, 러시아는 내용이 지나치게 미국 중심이라는 이유로 참여를 거부했다. 실제로 이 협약은 미국이 정한 규칙에 각 나라가 양자협의를 통해 참여하는 방식이어서 동등한 위치에서의 국제 협력과는 거리가 멀다. 중국과 러시아는 별도로 달 기지를 함께 구축하기로 했다. 아르테미스가 21세기 우주지정학의 새로운 전선이 된 셈이다.

 

미국의 우주분석가 로라 포치크(Laura Forczyk)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아르테미스 배후에 있는 지정학적 동기는 아폴로 때의 냉전 경쟁과 다르다”며 “미국은 장기적으로 유인 우주 탐사를 지원하는 것과 동시에 심우주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야망에 맞서기 위해 국제 동맹을 결성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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