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www.newsverse.kr/news/articleView.html?idxno=2666
尹, '업무개시명령' 등 강경 대응과 이재명 몰아치는 까닭
기자명 김수민 정치평론가 입력 2022.12.05 08:48
尹, 지지세 유지를 위해 '주적'을 양산해야 하는 구조
이재명의 두 갈래 길, '따놓은 당상' 주자거나 조기 퇴장
윤석열 두 갈래 길, 李 수사 잘못되면 추락, 잘 돼도 하산
尹 정권, 노동계를 새 '주적' 삼아… 김영삼·박근혜 전철?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화물연대 집단 운송거부 대응책 등을 논의하는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스1 / 대통령실)
지난해 10월 대장동 개발 의혹이 본격화되자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의 지지율은 이른바 ‘35% 박스권’에 묶였다. 대장동개발 특혜에 이 후보가 개입했을 것이라거나 그에게 책임이 있다는 응답이 60%대로 나타난 여론조사들도 나왔다.(참조기사1: "대장동 이 책임" 67.7%…"고발사주 윤 책임" 55.7% ; 참조기사2: “이재명 대장동 개입했을것” 61%, “윤석열 고발사주 개입했을 것” 53%).
하지만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수사의 정당성을 묻는 여론조사가 실시되면, 양측 의견이 팽팽하게 나타나는 편이다. 대선을 전후해 이 대표의 결백이 입증된 것이 아니라, 추가 혐의가 생기거나 그에게 불리한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도 그렇다. 이것은 분명 ‘여당 대선 후보 이재명’과 ‘대선 석패자이자 야당 대표인 이재명’의 차이를 보여준다. 윤석열 정부 실정으로 이 대표가 얻은 반사이익이 두드러진다.
그렇다면 윤 정부는 왜 이 대표 사법리스크의 반사이익을 갖지 못할까? 나는 몇 차례 칼럼에서 ‘이재명 수사로 인한 야당측 반사이익이 더 크기 마련이다’, ‘시민들은 정권을 먼저 평가하고 심판하는 경향이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런데 그 보다 더 큰 요인이 있다. 첫째, 유력 정치인의 진로에서 사법적 유죄/무죄에 따른 격차는 매우 크다. 둘째, 다만 그것을 대중이 곧바로 결정짓는 것은 아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24일 오후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 대표는 '극과 극'의 두 갈래 길 입구에 서 있다.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에서 벌금 100만원이상의 형을 선고받거나, 다른 혐의로 기소되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그는 차기 총선과 대선에 출마하지 못한다. 다수 대중이 등을 돌리는 시나리오이므로 나중에 피선거권을 회복해도 소용이 없다.
반대 경우는 어떨까.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또는 100만원 미만의 벌금형을 받아내고, 다른 혐의에 대해서도 불기소나 무죄 혹은 금고 미만의 형을 받아내면? 차기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극치에 이른다. 2007년 대선 때 이명박 후보쯤은 될 것이다. 민주당에는 그에 필적하는 주자가 없고, 윤석열 정권이 실패하면 당연히 윤 대통령에 대적하다 석패했던 대선 주자 이재명이 부상한다.
사실 이재명 대표 관련 의혹에는 사법리스크 말고도 커다란 문제들이 있다. 대장동 개발 하나만 놓고 보자. 초과이익환수 조항이 없고, 의사결정구조에서도 화천대유가 성남도시개발공사를 휘둘렀으며, 송전선로 지하화를 거부해 주민의 건강권을 침해하는 등 공익에 반하는 사업이었다. 성남시의회나 성남도시개발공사 투자심의위원회가 ‘공공이 이익의 절반쯤은 확보해야 한다’고 가닥을 잡았는데도 이재명 집행부는 이를 반민주적으로 뒤집었다. 그러나 한국 정치는 이런 가치와 정책의 문제를 놓고 대승부를 벌일 만한 수준이 못 된다. 지난해 ‘대장동 국감’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재명, 네가 범인이렷다’에 매달리다가 성과를 거두지 못했고, 대안적인 공공개발 방식을 뚜렷이 제시하지도 못했다.
이 대표의 리스크 중 ‘사법’에만 관심이 쏠린 탓이다. 수많은 유권자들은 수사와 재판 결과 이전까지 열을 올리지 않는다. 이재명이 유죄라면? ‘자동 정리'된다. 민주당 내부 질서가 크게 변하면 내후년인 총선쯤에는 민주당을 지지할 수 있다는 국민들도 꽤 있다. 이재명이 무죄라면? ‘내가 이재명을 지지해도 최악의 선택은 아니다.’ 그러므로, ‘결국 어떻게든 정리는 되니까’, 지지 정당도, 윤석열 정부에 대한 평가도 지금 바꿀 필요가 없다.
10월 22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촛불승리전환행동 등 시민단체 주최로 '김건희 특검' 등을 요구하는 촛불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스1)
이재명 무너지면 윤석열도 무너져…반사이익은 없어
이재명 문제를 형사사법체계와 언론 취재에 위탁한 대중은 정권을 잡은 윤석열 대통령쪽에게 좀 더 집중한다. 대통령과 정부의 윤리적이거나 정책적인 문제로도 나아간다. 진상 규명이 더디거나 진척되지 않는 윤 대통령측 의혹에 분노하게 된다.(이를 방지하려면 윤 대통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을 수용했어야 한다). 또 공교롭게도, 이 대표 수사가 진척될수록 윤 정부의 '나사 빠진 듯한 모습'은 더 뚜렷해지고 있다. 반감은 더 커진다.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커져도 윤석열 지지도는 오르지 않는다.
어떤 윤석열 지지자는 “그래도 윤석열이 당선돼서 검찰이 방해받지 않고 이재명 수사를 하게 된 것 아니냐”고 말한다. 이건 되레 윤 정권에게 치명타가 될 이치를 품은 천기누설이다. 두 갈래 길을 보자. 첫째, 이재명 대표나 문재인 정부에 대한 수사와 재판 결과 사법적 무죄가 속출하면 윤 정부는 추락이다. 둘째, 수사 결과가 정권측 의도와 궤를 같이 한다면? “할 일 다했으니, 하산 준비하라!” 이미 정부에 대한 부정 평가가 넓고 깊게 형성되어 있지 않은가. 어떤 경우든 ‘하향’이다. ‘특검 같은 정권’의 운명이다.
윤 정부가 화물연대 총파업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연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업무개시명령은 송달에 2주일쯤 걸릴 수도 있고, 1차 불응하는 조합원은 1개월 운행정지를 당한다. 등교거부를 하는 학생에게 교사가 ‘등교하라는 내 명령을 거부하면, 등교하지 않을 시간을 추가로 주겠다’고 하는 꼴이다. 정부가 모르고 저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재계에 뭐라도 보여줘야 지지세를 유지한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노동개악 저지! 노조법 2·3조 개정! 민영화 중단! 화물노동자 총파업 승리! 전국노동자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재명이 무너지면 윤석열도 무너진다. 설령 당장에 반등해도 구조와 중기적 흐름은 그렇게 간다. 자신의 사정이 나쁘기 때문에 윤석열은 이재명을 봐줄 수도 없다.
윤석열 정권은 지지세력을 묶어두기 위해 새로운 주적을 찾는다. 정권이 자신의 활로를 찾는 과정에서 노동운동을 적대한 전례는 드물지 않다. 김영삼 정권은 노동법을 날치기 통과시켰다. 박근혜 정권은 조계사에 있던 민주노총 위원장을 체포했다. 둘 다 임기말에 여론조사가 무의미한 상황을 맞았다.
김수민은 풀뿌리운동과 정당활동을 하다 현재는 지상파와 종편, 언론사 유튜브 방송 등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수민의 뉴스밑장> 진행도 맡고 있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경북 구미시의회 시의원을 지냈다. 시의원 시절엔 친박 세력과 싸웠고, 조국 사태 국면에서는 문재인 정권 핵심 지지층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저서로는 <다당제와 선거제도>(eBook)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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