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s://newstapa.org/article/alKdK
김현아 ‘돈봉투 의혹’ 추가 녹음파일...“3명 200씩? 잘 쓰겠습니다”
봉지욱 2023년 04월 27일 10시 00분
① 돈봉투 상납 현장음 녹음된 음성파일 공개...김현아 육성 “200씩? 잘 쓰겠습니다”
② 돈봉투 상납한 시의원이 직접 녹음 “김현아 요구로 600만 원 담은 돈봉투 건넸다”
③ 당협 이강환 전 사무국장 “(김현아) 위원장도 불법 정치자금인 것 알기에 현찰로 받은 것”
④ 김현아 전 의원은 시의원들의 ‘자발적 모금’ 해명...녹음파일 및 증언 내용은 ‘상납 요구’
김현아 전 의원은 국민의힘 경기도 고양정 당원협의회 위원장으로 이 지역구에서 내년 총선을 노리고 있다. 그런데 고양정 당협 전 사무국장과 청년위원장 등 당협 내부자들이 김 전 의원의 ‘불법 돈봉투’ 의혹을 들고 나섰다.
뉴스타파는 지난 25일, 김현아 전 의원이 “미납한 운영 회비를 1월 말까지 완납해서 마무리하자”고 말하는 육성파일을 공개했다. 고양정 당협 ‘운영 회비’ 내역을 보면, 2021년 2월 4일부터 이듬해 3월 18일까지 3,200만 원가량이 입금된 것으로 확인된다. 김 전 의원은 당원들이 자발적으로 회비를 모은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녹음파일 속 김현아 전 의원의 육성은 ‘미납금 납부’를 독려하고 있다.
오늘은 고양시 의원 3명이 김 전 의원에게 돈봉투를 건네는 순간에 녹음된 음성파일을 공개한다. 돈봉투를 들고 간 시의원이 직접 녹음한 것이다. 그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돈봉투가 불법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현금으로 가져오라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말했다.
돈봉투 상납할 때 주고받은 대화 녹음파일...김현아 “잘 쓰겠습니다”
지난해 일부 고양시 의원들은 운영 회비 명목으로 1인당 200만 원씩, 김현아 전 의원의 당협 차명 계좌로 입금했다. 그런데 현직 시의원이 계좌로 입금한 내역이 드러날 경우, 정치자금법에 걸릴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입금한 돈을 다 돌려주고, 현금으로 다시 가져오라고 했다는 것이다.
김현아 전 의원의 지역구 당협 사무국장이었던 이강환 씨는 시의원 3명이 김 전 의원에게 돈봉투를 건네는 현장을 목격했다고 한다. 이 전 국장은 김 전 의원이 돈봉투 상납을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1월 21일,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김현아 전 의원의 개인 사무실에서 녹음된 파일을 입수했다. 이날 녹음파일 속 김 전 의원은 “200씩? 잘 쓰겠습니다”라고 말한다. 돈봉투 상납 정황이 짙지만, 40초 분량의 녹음파일만으로 단정할 순 없었다.
▲ 돈봉투를 마련한 시의원이 상납할 때 자신의 휴대전화로 녹음한 음성파일이다. 시의원 3명과 김현아 당협 위원장, 이강환 사무국장의 목소리가 나온다.
돈봉투 상납하며 직접 녹음한 시의원 “김현아가 현찰로 달라고 했다”
뉴스타파는 녹음파일을 추가 검증하는 과정에서 A씨와 연락이 닿았다. A씨는 돈봉투를 마련한 3명의 시의원 중 한 명이다. 당시 그는 국민의힘 소속 고양시의회 의원이었다.
지난해 1월 21일, 당협 회의에 참석한 A씨는 당초 회의를 기록하려고 휴대전화 녹음 기능을 켰다고 한다. 그런데 회의가 끝나고 회의실 옆방으로 이동해 동료 시의원들과 함께 김 전 의원을 만날 때까지 끄지 않고 녹음을 계속했다.
■ A씨: 제가 이제 회의 때 무슨 말을 하는지 놓칠 수도 있기 때문에 녹취를 하는 버릇이 있거든요. 그래서 이제 또 그거 놓치지 않고 다시 점검하고 이러는 스타일인데 그때도 이제 같은 케이스예요. 핸드폰에 이제 녹음이 켜있는 상태였고, 주머니에. 그런데 돈을 시의원들한테도 통장으로 걷었다가 또 다시 돌려주고 현찰로 가져오라고 그런 거예요.
□기자: 현찰로?
■ A씨: 예, 현찰로.
- 돈봉투 상납을 녹음한 A씨 -
A씨는 “그날에 아주 정확하게 그림이 선명”하다면서 40초가량의 짧은 녹음파일 대화의 내용이 무얼 의미하는지 기자에게 정확히 설명했다. 그는 김 전 의원에게 돈봉투를 상납한 당사자다.
■ A씨: 이제 끝나고나서 전체 회의가 끝나고 나서.. 거기에 이제 조그만 작은방이 달려 있어요. 왜 룸 안에 룸 있잖아. 그리로 이제 나, ○○○, ○○○이 들어간 거지. 사람들 우르르 나가고 그러고서 이제 그때 ○○○이 밖으로 나가서 큰방 이제 로비로 나가서 대봉투를 가져와요. 그래서 거기다 이제 (돈을) 넣으라고 집어넣으라고 손짓을 해. 그래서 우리가 집어넣었어. 그리고 ○○○이 그거를 들고 그랬더니, 이제 김현아 의원이 밖에 사람들 가는 거 인사하면서 들어와요. 방으로. 그리고 이제 ○○○가 들어왔는데. 그거 있잖아. 이어폰 때문에 어쩌고 저쩌고 이 소리가 ○○○가 이제 들어온 거지 방에.
□기자: 이어폰 얘기가 왜 나온 거예요?
■ A씨: 아, 그냥 자기가 늦게 들어왔다는 핑계를 대는 거지. 방에 들어오면서 이제 뭐 이어폰 때문에 제가 뭐 이러면서 이제 들어온 거야. 그래서 그거를 넣고 그다음에 ○○○이 이렇게 김현아한테 주니까 김현아가 어, 200씩 잘 쓸게요 이렇게 얘기를 한 거예요.
□기자: 응. 3개라고?
■ A씨: 3명, 3명이라고 그랬을 거야. 3명 이렇게 3명 이렇게 손짓을 하면서 크게 말도 안 해 ○○○은. 이렇게 3명 뭐 이렇게 얘기를 했어요. 그랬더니 그걸 받아들면서 200씩 잘 쓸게요 이러면서 딱 받아들고 나가. 그게 그날에 난 아주 정확하게 그림이 선명하거든.
- 돈봉투 상납을 녹음한 A씨 -
김현아 “돈봉투 주고받는 녹음파일 아니다”...녹음파일 내용과는 정반대 해명
김현아 전 의원은 돈봉투 의혹을 강하게 부인한다. 그는 뉴스타파가 관련 보도를 시작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서 “현금이 담긴 돈봉투를 직접 요구한 적도, 받은 적도 없습니다”라고 주장하며 “(뉴스타파) 기사에서 언급된 녹음파일은 돈봉투를 주고받는 대화가 담긴 녹음파일이 아니며, 이 역시 경찰에 소명했다”고 해명했다.
▲ 4월 21일, 김현아 전 의원이 자신의 SNS에 밝힌 입장문.
하지만 뉴스타파가 녹음파일 속 대화 내용과 녹음 당사자의 증언을 종합하면, 녹음파일은 김 전 의원과 시의원간의 돈봉투 상납을 증명하는 유력한 증거가 될 수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지난해 12월, A씨로부터 녹음파일 일체를 제출받았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다른 시의원들과 함께 돈봉투를 상납했다고 자백했다. 녹음파일 물증과 상납 당사자의 진술을 확보했지만, 경찰은 1년 넘게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기북부경찰청 관계자는 “5월 중순 전에 이 사건 처리를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김현아 전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으로 의심받는 돈은 ▲운영회비 명목으로 차명 계좌로 받은 3,200만 원 ▲돈봉투 현찰로 받은 1,000만 원 ▲당협 사무소 임차보증금 대납 1,500만 원 등 모두 5,700만 원이다. 전·현직 국민의힘 경기도의회 의원들과 고양시의회 의원들이 거의 냈다. 이강환 전 당협 사무국장은 “운영 회비는 공천받기 위한 일종의 관문”이라고 말했다.
제작진
촬영 김기철
편집 박서영
디자인 이도현
출판 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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