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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2년 만에… 세계 언론자유지수 62위 ‘추락’
국경 없는 기자회 2024년 ‘세계 언론자유지수’ 발표
“여당이 대통령 명예 훼손 이유로 기자들 고발” 결정적
기자명 정철운 기자 입력 2024.05.03 13:00
▲역대 대한민국 언론자유지수. ⓒ미디어오늘 이우림
세계 언론자유의 날인 5월 3일,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발표한 2024년 세계 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한국이 62위로 추락했다. 문재인정부 5년간 43위→41위→42위→42위→43위를 기록했고, 3년 연속 아시아 1위를 기록한 시기도 있었지만 윤석열정부 들어 첫 번째 발표에서 47위를 기록한 뒤 이듬해 발표에서 60위권으로 하락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이어 60위권 추락은 세 번째다. 한국은 언론자유 국가분류에서도 지난해까지 ‘양호함’이었으나 올해는 ‘문제 있음’으로 분류됐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3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한국의 언론사들은 정치인과 정부 관료, 대기업의 압력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으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공격받는 언론의 자유’라는 부제 아래 한국 사례를 언급했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최근 몇 년 동안 개선을 보였던 몇몇 국가에서는 검열이 다시 강화되었다”며 “한국에서는 몇몇 언론사가 명예훼손 혐의로 정부로부터 기소 위협을 받았다”고 언급했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특히 “2022년 집권당인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기자들을 고발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언론자유지수 대폭 하락은 예견된 일이었다. 2022년 9월22일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말했다는 MBC 첫 보도 이후 여당은 9월29일 MBC 사장 등을 대통령 명예훼손으로 형사 고발했고, 대통령실은 11월9일 “편파방송 시정조치가 없다”는 이유로 MBC 기자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불가를 통보했다. 윤 대통령은 기자들 앞에서 이 같은 조치가 “헌법수호의 일환”이라고 강변했다.
▲윤석열 대통령. ⓒ대통령실
국경 없는 기자회는 그해 11월23일과 12월5일 두 차례 성명을 내고 “대통령의 행보는 정보에 대한 대중의 알 권리를 위협하는 것은 물론, 언론인에 대한 괴롭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MBC를 향한 공세와 차별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무기한 중단된 대통령의 일일 도어스테핑(출근길 문답)에 대해서도 재개를 촉구한다”고 했다. 하지만 도어스테핑 재개는 지금까지도 이뤄지지 않았다.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취임 100일 이후 여태껏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올해 초 대통령이 등장한 KBS 녹화 대담에서 KBS 앵커는 논란의 김건희 여사 명품백을 “작은 파우치”로 불렀다. 한국의 언론자유 상황을 드러내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 언론 상황은 급격히 악화되었다. KBS는 지난해 11월 박민 사장 취임 이후, YTN은 지난 3월 민영화 이후 노사협의로 만들었던 공정방송 장치가 무력화된 상황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야권 성향 공영방송 이사진을 해임했다. 뉴스타파·뉴스버스·경향신문 등 전현직 기자들은 현직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압수수색을 당했다.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구성하고 언론사 대표 압수수색에 나섰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찾기 힘든 대통령 명예훼손 수사가 언론인을 상대로 이어진 것은 언론자유 지수 하락에 결정적이었다. 최근에는 윤 대통령 풍자영상을 올렸던 시민들까지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일명 ‘입틀막 심의’로 MBC 등 정부비판적인 방송사를 상대로 법정제재를 남발했다. 선거방송심의위원회는 ‘대통령 부부 심기경호위원회’로 불릴 정도로 선거방송과 상관없는 이슈를 심의했고, 그 중 대통령 부부에 비판적인 보도를 중징계했다. 이같은 행태를 두고 조선일보·동아일보 등 보수신문마저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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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1년 언론자유지수 후퇴 “한국 언론, 정부 압력 직면”
국경 없는 기자회는 한국의 언론 상황을 가리켜 “공영방송 경영진 임명에 있어 정부가 우위를 점하고 있어 (공영방송) 독립성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했으며 “한국기자협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언론인의 절반 이상이 현 정부에서 언론자유 후퇴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특히 건설업 등 다른 산업 분야의 기업이 언론사를 인수하는 사례가 늘며 이해 상충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유진그룹의 YTN 인수, 호반건설의 서울신문 인수가 최근 사례다. 이런 가운데 국경 없는 기자회는 “포퓰리즘적 정치 성향은 언론인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며 “언론인은 온라인 괴롭힘의 피해자가 되기도 하지만 이에 대한 보호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번 조사에서 언론자유지수 1위는 노르웨이였으며, 2위는 덴마크, 3위는 스웨덴이었다. 미국은 55위, 일본은 70위였다. 아시아 1위는 동티모르(20위), 2위는 대만(27위)이었다. 러시아는 162위, 중국은 172위, 북한은 177위였고 아프리카의 독재국가 에리트레아가 180위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2024년 세계언론자유지수. 색이 붉어질수록 언론자유가 없는 지역이다. ⓒ국경 없는 기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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