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http://www.hani.co.kr/arti/society/area/52089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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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살리기 초점…‘MB 흔적지우기’ 논란일 듯
등록 : 2012.02.27 08:29수정 : 2012.02.27 10:02

서울시 ‘청계천 역사·생태 복원’ 추진
이명박 시장 치적쌓기 속도전에 15개 다리 중 ‘원위치 0’
“수표교 복원공간 충분”…전면공사는 현실적으로 어려워

서울 중구 장충동 2가 장충단공원의 수표교 위를 26일 오후 시민들이 건너고 있다. 서울시가 1959년 청계천 복개공사로 철거돼 1965년 이곳으로 옮겨진 수표교의 청계천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청계천의 역사유적 및 생태 복원을 추진하면서, 서울시는 수표교처럼 대표적이고 상징적인 역사문화 유적을 본래의 자리에 본래의 모습으로 되살리는 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청계천의 시멘트와 콘크리트를 몽땅 걷어내 생태하천으로 전면 복원하고 청계천의 역사유적들을 모두 복원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박원순 시장이 의도적으로 ‘이명박 흔적 지우기’에 나섰다는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는 것도 부담스러워한다.

서울시와 청계천 복원 문제를 논의해 왔다는 환경운동가인 최병성 목사는 26일 “수표교 복원은 어렵지 않다”며 “진짜 수표교 길이는 27.5m로 현재 청계천에 있는 목조 모형 수표교 25.7m보다 1.8m가량 더 길지만 수표교가 있는 자리 양쪽으로 넓힐 수 있는 공간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수표교 양쪽 청계천 변에는 모두 4개의 인도와 4차선 도로의 공간이 있기 때문에 이 공간을 조정하면 1.8m 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수표교가 있는 도로 건너편은 택배회사의 주차장이거나 한두평짜리 공구상이 자리잡고 있어, 주변 터 매입도 크게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04년 서울시가 청계천 개발 당시 추산한 수표교 원형·원위치 복원에 드는 비용은 토지보상비 655억원을 포함해 모두 758억원이었다.

세종 2년(1420년)에 건설된 돌다리인 수표교는 지금은 중구 장충단공원에 옮겨져 있지만, 청계천의 15개 다리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가장 뛰어난 다리로 평가받는다. 이 다리는 물길을 건너는 통로일 뿐만 아니라 홍수 때 수량을 재는 중요한 구실(수표)도 했다. 사람들은 정월 보름날 밤에 보신각의 종소리를 들은 뒤 수표교로 가서 밤을 새워 다리 위를 왔다갔다하는 답교(다리밟기)놀이를 하는 등 수표교는 서울의 명물이었다.

이 때문에 이명박 시장 역시 2002년 7월 서울시장 취임사에서 “광통교, 수표교 등 청계천의 옛 다리는 청계천 복원사업과 함께 본래의 자리에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올 것”이라고 약속했던 바 있다.

청계천 생태 복원은 역사문화 유적 복원보다 더 시간이 걸리는 문제다. 그래서 당장은 물고기가 살 수 있고 아이들이 청계천에서 마음 놓고 물놀이할 수 있도록 수질을 개선하는 정도를 현실적인 복원의 목표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청계천에는 바닥에 자갈이나 돌이 없고, 유속이 빠르고 서식지가 너무 단순해 물고기나 수서곤충(수중에서 생활하는 곤충)이 살기 어렵다. 서울시는 큰돈을 들이지 않고 어미 물고기가 산란하고 알에서 갓 깨어난 새끼 물고기들이 버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고, 청계천 주변에 생태녹지를 확대해 물고기가 살 수 있는 공간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장을 중시하는 박 시장이 28일 청계천의 문제점을 지적해온 전문가들과 함께 청계천을 걸으면서 직접 문제점을 확인하고 구체적인 복원 방법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계천 복원은 <한겨레>가 2001년과 2002년에 기획기사로 내보면서 처음으로 공론화했고, 2002년 6월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를 공약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면서 공식 추진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시장의 청계천 개발은 서울시가 2003년 6월 청계천 기본설계를 발표한 뒤로, ‘복원인가, 파괴인가’를 놓고 극심한 논란에 휩싸였다.

당시 청계고가도로 밑의 콘크리트를 걷어낸 청계천에는 오간수문(청계천 물줄기가 한양도성을 빠져나가는 지점인 동대문에서 을지로5가로 가는 성곽 아래 있던 수문)의 교각과 기초 바닥석 등 복개 전 청계천에 있던 다리들의 다양한 흔적과 석축이 나타났지만, 청계천의 15개 다리 가운데 본래의 자리에 본래의 모습으로 복원된 다리는 지금 하나도 없다. 또 청계천 주변에 시멘트 옹벽을 쌓고 청계천 위로 콘크리트 관을 덮었으며, 전기모터를 돌려서 멀리 있는 한강물을 거꾸로 퍼 올려 청계천으로 다시 내려보내는 방식으로 공사를 강행했다.

‘문화재 파괴’ ‘생태 무시’ 등 숱한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이명박 당시 시장이 퇴임을 10개월 정도 남겨둔 2005년 10월 완공을 목표로 청계천 공사를 강행한 것을 두고, ‘청계천을 발판으로 청와대로 가려 한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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