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거래와 세비거래하는 나라...김영선 세비 '반띵'은 "김 여사가 명씨 생계 책임지라해서"
기자명 이진동 기자 입력 2024.10.22 07:29
강혜경 "김건희, 명씨의 대선 도움 대가로 김영선 공천"
"지방선거 예비후보자에 받은 尹 대선 여론조사비, 공천받은 김영선이 변제"
명태균 "박완수가 평생 잊지 않겠다고 전화"…공천개입?
보수 여권 전체, 여론조작의혹에 초토화…27명 명단 공개
'김건희 공천개입 의혹' 을 언론에 제보한 강혜경씨가 21일 법사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명태균씨 파문이 여권 전체를 초토화시키고 있다. 보수 여권 전체가 여론조작·여론공작 의혹에 휩쓸릴 판이다. 명태균 파문은 김건희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에서 출발해 윤 대통령의 대선 과정,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의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과정 등의 논란으로 확산되더니, 지금은 명씨와 거래한 여권 인사들 의혹이 줄줄이 터져 나오고 있다. 김 여사의 공천개입 의혹 제보자인 강혜경씨는 27일 명씨와 연관된 여권 인사 27명의 명단을 국회 법사위에 제출했고, 강씨 측 법률대리인 노영희 변호사는 이날 밤 이 명단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 27명 명단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안철수 오세훈 홍준표 나경원 김진태 박완수 윤상현 윤한홍 등 현 여권 거물급 인사들과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이 포함돼 있다.
이날 법사위 국감에서 정청래 위원장이 “명씨가 김 여사와 카톡 대화 캡처가 2,000개가 있고, 중요한 것만 추려도 200개가 있다고 하고, 자신을 잡아넣으면 대통령이 한 달이면 하야 한다고 하는데, 그럴 만한게 있느냐”고 묻자 강씨는 “명씨가 헝풍쟁이거나 사기꾼은 절대 아니다”면서 “명씨가 그 만큼 증거를 확보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1. 여권 휘감은 여론조작 의혹
지금까지 드러난 명태균 파문의 핵심은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게 제기되는 여론조작과 공천개입 의혹이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선출 국면에서 윤 대통령과 경쟁했던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미 “(대선 경선 과정에서) 명씨가 윤 후보쪽에 붙어 여론 조작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홍 시장은 다만 “명씨의 여론 조작이 대세에 지장이 없을 줄 알고, 당원 투표에 영향을 미칠 줄은 미처 계산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홍 시장은 국민 여론 조사에서 10.27%p나 앞서고도 당원 투표에서 뒤져, 경선에서 윤 대통령에게 패배했다.
강혜경씨가 공개한 녹취록 속 명씨의 발언에서도 실제 여론 조작 정황들이 드러난다. 2021년 국민의힘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1차 컷오프(9월 15일)를 통과한 8명의 후보가 2차 컷오프(10월 8일)를 앞둔 9월 29일 명씨는 강씨와의 통화에서 “윤석열이를 좀 올려갖고 홍준표보다 한 2% 앞서게 해주이소. 그 젊은아들 있다 아닙니까? 응답하는 그 계수 올려갖고. 2~3% 홍(준표)보다 (윤이) 더 나오게 해야 됩니다”라고 말한다. 젊은아들(청년층)의 응답을 부풀려 유력 후보였던 홍 시장보다 2~3%p 앞서게 해달라고 주문하는 대목은 여론조사가 아닌 여론조작이다. 명씨가 실질 운영자인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이 비공표 여론조사에서 대선 후보 적합도는 윤석열 33.0%, 홍준표 29.1%로 주문 의도에 거의 맞게 이뤄졌다. 비공표 여론조사이지만, 경선 선거 캠프와 지지층들 사이에 공유된다는 점에서 홍 시장이 미처 계산하지 못했던 당원 투표에 영향을 줬을 수 있는 것이다.
또 대선 본선 국면인 2022년 2월 28일 명씨는 강씨와의 통화에서 “이게 연령별 득표율을 하면 더 60세나 이런 데 다 올라가제? 윤석열이가. 그거 계산해갖고 넣어야 돼요”라고 지시한다. 고령층 가중치를 높여 윤 후보에게 유리하게 만들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대선 본선에서 이재명 대표에게 0.73%포인트(24만 7,077표차)의 근소한 표차로 이겼다.
여권을 휘감고 있는 다른 뇌관은 2021년 서울시장 국민의힘 후보 경선과, 2021년 국민의힘 당 대표 경선 과정이다. 나경원 의원이 의혹 제기를 했다. 나 의원은 "명태균, 그의 말대로 21년 오세훈 후보와의 서울시장 경선, 21년 이준석 후보와의 전당대회는 의외의 현상의 연속이었다"고 의문을 표시했다. 나 의원은 “이준석후보와의 전당대회는 더욱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면서 “전당대회 초반에 역시 여유있는 1위였는데, 명과 관련된 여론조사기관이 7번이나 전당대회 여론조사를 하였다. 참 기이한 일이다”고 했다. 이준석 의원이 나 의원에 대해 "부정 선거론자가 되는 초기증세"라고 반발했지만, 명태균 뇌관이 제거된 상황은 아니다.
또 강씨가 이날 공개한 녹취록에는 2022년 4월22일 명씨가 "박완수가 고맙다고 평생 잊지 않겠다고 전화왔다. 오래 살려고 박완수도 기도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네"라고 말하는 부분도 등장한다. 명씨가 박 지사 공천에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정황으로 보인다. 이날은 박 지사가 당내 경선을 거쳐 경남지사 후보가 된 날이다.
2. 여론조작과 여론조사 반대급부는 김영선 공천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강혜경씨의 증언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미래한국연구소가 윤 대통령을 위해 81차례 여론조사를 해주고 비용 3억 7,500만원을 받는 대신 2022년 6월 경남 창원의창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때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줬다고 말했다. 강씨는 증언에서 “명태균 대표가 돈을 받아오겠다고 갔는데, 돈을 안 받아 왔고 김영선 의원의 공천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이날 국감에서 전현희 민주당 의원이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누가 준 거냐”고 묻자 강씨는 “김건희 역사가 줬고, 당시 당 대표였던 이준석 의원과 윤상현 그때 공관위원장이 힘을 합쳐서”라고 답변했다. 국감에서 강씨는 명씨가 김 여사를 만나러 간 증거로 자신이 끊어준 2022년 3월 21일 항공권을 제시하기도 했다.
언론에 공개된 강씨와 김영선 전 의원간 2023년 5월 23일 녹취에는 “어쨌든 명태균이 덕을 봤잖아. 덕을 다 봐서 국회의원이 됐기 때문에”라고 공천에 명씨의 영향력 행사를 김 전 의원이 인정하는 대목도 나온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으로 보면, 명씨가 윤 대통령측에 유리하게 설계했던 대선 여론조사나 여론조작의 반대 급부로 김 전 의원이 공천 됐다는 강씨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날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당시 김 전 의원 전략공천에 이준석 의원이 도움을 줬다는 부분이 새로 등장한다. 2022년 4월 3일 명씨는 강씨와 통화에서 “의창은 전략공천 지역이고 어제 준석이한테 사정사정해가 전략 공천 받았어“라고 말한다. 이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명씨에게서 김 전 의원 공천 부탁을 받은 적 없다고 부인했는데, 앞으로 진위가 가려져야 할 부분이다.
3. 여론조사비용은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대납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미래한국연구소는 20대 대선이 임박한 2022년 2월 28일부터 3월 8일까지 대선 면밀조사를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을 2022년 6.1 지방선거출마 예비후보자들에게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노종면 민주당 의원이 지난 17일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명씨는 당시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으로 있던 강씨에게 "소장한테 얘기해서 (돈은) A, B, C한테 받으면 된다. 추가금 받아서 돈을 남가(남겨)"라고 지시한다. A와 B, C씨는 모두 지방선거에 출마할 예비후보자들이었다.
그래서 A씨와 B씨가 각각 6,000만원씩 1억2,000만원을 부담했다는 게 강씨의 주장이다. 강시는 이날 국감에서 3명의 실명은 밝히지 않았지만 “두 사람 한테 1억 2,000만원 받고 나머지 한사람은 돈은 냈지만 정확히 기억 안나서 확인해봐야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공천이 안된 이들이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하자, 2022년 6월 경남 창원 의창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김영선 전 의원이 선관위에서 선거 비용을 보전 받은 뒤 A씨와 B씨에게 각각 3,000만원씩 돌려줬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로부터 대선 여론조사비용을 받아야 하는데, 그 반대급부로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주고, 김 전 의원은 여론 조사 비용을 댄 지방선거 예비후보자들에게 돈을 갚는 구조로 볼 수 있다. <6.1 지방선거예비후보자 여론조사비용 제공→ 명태균, 윤 대통령을 위한 여론조사→ 윤 부부, 재보궐 선거 김영선 공천개입→ 김영선 당선→ 김영선, 지방선거 출마자에 여론조사비용 변제>라고 할 수 있겠다.
이성윤, 이건태, 장경태 의원 등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국회 법사위의 동행명령장을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경찰에 가로막혀 있다. (사진=연합뉴스)
4. 김영선 전 의원, 명태균과 세비 ‘반띵’...왜?
김 전 의원은 의원 활동을 하면서 세비의 절반 이른바 ‘반띵 세비’ 총 9,600만원을 명씨에게 보냈는데, 강씨는 “김 전 의원 공천에 기여한 대가”로 설명했다. 강씨는 김 전 의원이 ‘세비 반띵’을 하는 배경에 김 여사의 영향이 있었다고 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강씨와 통화하면서 명씨는 "김영선 6선 안 돼. 내가 아까 얘기했잖아. (김영선 의원이) 왜 공천받았는지 아시죠? (김 여사가) 우리 명 선생님이랑 XXX(명씨 막내 딸)를 책임지라 했거든"이라고 말한다.
강씨는 이에 대해 “김 여사가 명태균 대표가 대선에 그 만큼 힘을 쏟아부었고 도와줬기 때문에 김 전 의원에게 공천을 주고 그 대신 세비를 받으면 명 대표와 딸의 생계를 책임지라고 했기 때문이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5. 국가산단 지정 개입 의혹도
창원이 국가 첨단산업단지(산단) 후보지로 지정되는 과정에 명씨가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대통령실은 지난해 3월 15일 국가산단 후보지 15곳을 발표했는데, 명씨가 창원 지역 후보지를 미리 알았다는 것이다.
명씨와 강씨가 통화한 녹취록에 따르면 명씨는 국가산단 발표 하루 전날인 3월 14일 강씨에게 ‘창원 산단 후보지 선정, 대통령님 감사합니다‘라는 현수막을 준비시키고 “우리 국가산단 확정되니까, 바로 보도자료 뿌려야 한다”고 말했다.
명씨가 산단 예정지 주변의 땅을 매수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상태여서 명씨가 어떤 경로를 통해 국책 사업인 국가 산단 지정 정보를 입수했는지도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6. 명태균과 김건희의 ‘영적 대화’
이날 법사위 국감에서는 명씨와 김건희 여사간 ‘주술적 관계’가 새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성윤 민주당 의원이 “두 사람 사이에 무속 공감대가 있었냐”라고 묻자 강씨는 “영적 대화를 많이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강씨는 또 “명태균씨가 윤 대통령은 칼을 잘 휘두르는 ‘장님 무사’이고, 김 여사는 밖으로 나가면 안되고 장님의 어깨에 올라타 주술을 부리는 ‘앉은뱅이 주술사’라는 얘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강씨는 “(2021년 6월 두 사람이 처음 만난 당시) 김 여사가 명씨를 봤을 때 ‘조상의 공덕으로 태어난 자손’이라고 얘기하며 첫 대면을 했다고 (명씨에게) 들었다”고 했다. 2021년 윤 후보 캠프에서 대변인을 맡았던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사퇴한 이유와 관련한 질문이 나오자 강씨는 “명태균 대표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과) 대립되는 부분이라 많이 부딪힐 것이다고 얘기하자, 김 여사가 바로 사퇴하게 만들었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강씨는 “꿈을 안 좋게 꿨다는 김 여사의 얘기를 듣고 명씨가 꿈 해몽을 해준 일이 있는데, 김 여사한테 권성동 장제원 윤한홍 의원 등 윤핵관 3명이 ‘윤석열을 팔팔 끓는 무쇠 솥에 삶아먹는 현상’이라고 얘기하더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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