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 변질 국민경선, '4대강 전문가' 김진애도 통과 어렵다
개혁성 앞서도 조직력 앞에서는 무기력한 정치 신인들
이정미 기자 voice@voiceofpeople.org  입력 2012-02-29 02:02:45 l 수정 2012-02-29 07:52:12

심각한 민주통합당
민주통합당 선거관리위원회의가 27일 오전 국회 245호실에서 열린 가운데 한명숙 대표가 광주 국민경선 투신과 관련해 발언하고 있다. ⓒ김철수 기자

선거인단 모집 과정에 얽힌 각종 폐단이 드러나면서 민주당 국민경선이 위기에 빠졌다. 

그간 물밑에서 진행되어오던 선거인단 불법모집은광주 동구의 투신자살 사건 이후 수면위로 올라와 후보간 신고와 폭로전으로 이어지는 양상이다. 이미 드러난 정황만 해도 호남을 넘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 선거인단 대리 등록을 하거나 당원명부나 관급기관의 명부를 이용해 선거인단 대리접수를 하는 사례는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광주에서는 병원진료기록을 선건인단 대리접수에 활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불법조직선거에 대한 우려는 이미 모바일투표를 통한 국민경선방식을 도입하면서부터 제기되었다. 그러나 지난 당 지도부 경선과정에서 조직동원과 금품향응 제공이 논란이 되었음에도 광범위한 시민대중의 참여가 조직의 힘을 뛰어넘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면서 이런 우려는 주목받지 못했다. 

전국민적 관심 속에서 치러지는데다 지역에 무관하게 참여할 수 있는 중앙선거와 달리 총선 후보 국민경선의 경우 해당 지역구 주민만이 선거인단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직동원이 더욱 극성일 수 밖에 없다. 익히 알려진 인물들끼리 경쟁을 하는 중앙선거와 달리 총선 후보는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후보들이 출마하기때문에 유권자들의 관심은 저조할 수 밖에 없다. 그간 정당 선호도에 따라 투표를 해온 관례상 인물을 보고 선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선거인단에 참여하는 과정과 절차가 복잡해 왠만한 관심이 아니고서는 참여를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이유 때문에 결국 동원 투표, 조직 투표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았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부는 지도부 경선에서 보여준 뜨거운 열기에 취해 국민경선이 개혁공천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5천원에서 3만원까지, 돈으로 얼룩진 선거인단 모집

그러나 막상 선거인단 모집이 시작되면서 후보들은 묻지마 조직을 감행했다. 공심위가 공천개혁을 위해 '지역구 내 양자대결'로 후보를 압축하겠다는 결정을 하자 컷오프를 통과하기 위해 예비후보들은 더욱 치열한 경쟁에 빠지게 되었다. 예비후보들 사이에서는 3천명을 넘기면 당선이 가능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돌면서 각종 불법 선거인단 모집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더군다나 불법모집을 막기 위해 모집 창구를 중앙으로 단일화하면서 상대 후보의 조직동원력을 확인할 수 없게 되자 경쟁은 더욱 과열되었다. 이 과정에서 돈을 이용한 각종 불법이 횡횡하게 되었으며, '1인당 만원'이라는 소문이 후보들 사이에서는 떠돌았다. 투신자살 사태가 발생한 동구 꿈나무도서관에서 광주시 선관위가 확보한 자료에는 선거인단 모집 실적표와 함께 수십명에게 1만원씩 송금된 기록이 남아있는 통장 등이 포함되어 있어 이러한 소문을 뒷받침하고 있다. 실제 또 광주의 한 선거캠프 관계자는 "선거인단 1명이 5천원에서 1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같은 상황은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야권의 당선 가능성에 따라 금액의 차이가 있을뿐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당 관계자들의 말이다. 수도권 한 캠프 관계자에 따르면 "이미 상대 후보가 억 단위의 돈을 쓴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선거인단 모집 막판에 접어들면서 3만원까지 상승했다는 말을 들었다"라고 밝혔다. 여러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지역구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3천명 정도를 조직동원할 경우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예비후보들은 자신의 캠프에서 조직동원한 숫자를 확인하기 위해 대리등록을 하거나 등록후 확인 절차를 거치기도 한다. 서울의 한 유권자는 "평소 친하지 않던 지역의 한 예비후보가 선거인단 등록을 마친 뒤 문자로 상황을 알려달라고 했다"라며 "확인 전화가 수차례 왔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간 민주당의 약세지역이었으나 최근 당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PK 지역에서도 모집 경쟁은 치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지역의 한 예비후보 캠프 관계자 역시 "상대 후보가 돈으로 선거인단을 모집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우리도 같은 방식을 취할 수는 없어서 고심중"이라고 토로했다. 

SNS에서 우위를 차지해도 조직력 앞에서는 안심할 수 없어

국민경선이 애초 취지와 달리 조직동원 선거로 탈바꿈하면서 정치 개혁을 외쳐온 정치 신인들은 매우 불리한 상황에 놓여있다. 지역조직이 탄탄한 현역의원과 지역위원장 출신의 경우 지역조직을 활용해 피라미드 방식으로 선거인단을 모집하거나 금품을 이용한 불법모집도 가능하다. 그러나 조직력에서 취약한 예비후보들은 SNS에 의존하거나 무작위로 만난 시민들에게 선거인단 참여를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서울의 한 예비후보 캠프 관계자는 "돈도 없고 조직도 없어 선거인단 모집에 한계가 있다"라며 "길거리에서 열심히 하고 있지만 현역의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라고 토로했다. 

개혁적인 이미지로 SNS상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예비후보라고 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4대강 전문가'로 불리며 SNS상에서 탄탄한 지지세력을 갖고 있는 김진애 의원의 경우 역시 지역구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4만명이 넘는 팔로워가 있지만 이들 중 몇명이나 마포갑 선거구에 거주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지역 시민단체 역시 지원하고 있지만 민주당 조직력을 뛰어넘지 못한다. 이렇듯 SNS상 열기가 아무리 뜨거워도 지역내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선거인단 모집에는 따라가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김 의원은 연일 자신의 트위터에 일일이 동네명을 거론하며 선거인단 등록을 호소하는 글을 올리고 있다. 캠프 관계자는 "트위터리안들이 많이 도와주고 있지만 지역 조직이 많지 않은 관계로 어려움이 많다"라며 "경선 결과가 그리 낙관적이지는 않다"라고 토로했다. 

김진애 의원은 그간 '4대강 폐기'와 '한미FTA 폐기'라는 선명한 입장을 취해 SNS상에서 인기를 얻으며 19대 국회에서 꼭 필요한 인물로 거론되고 있지만, 개혁공천을 위한다던 국민경선이 애초 취지와 달리 조직동원선거로 변질되면서 당내 경선에서 탈락할 위험에 놓여있는 것이다. 지난 당 지도부 경선에서 조직동원을 앞지른 대중적 참여가 성공할 수 있을지는 선거인단 명부가 발표된 후에나 판단이 가능하다. 

29일 오후 9시에 마감되는 민주당 선거인단은 28일까지 88만명을 넘긴 상태다. 하지만 이 안에는 전략공천 지역이나 단수후보로 공천이 확정된 지역까지 포함되어 있어 실제 경선지역에 해당되는 선거인단의 수가 어느 정도가 될 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30% 가량이 무효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지만 경선 지역이 많지 않은 탓에 실제 투표에 참여하게 될 선거인단 수는 훨씬 적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민주당은 3월초부터 지역별 경선전을 벌일 예정이다. 국민경선이 애초의 취지대로 개혁공천을 이뤄낼 것인지, 신형 조직동원선거에 좌초될 것인지 관심이 주목된다. 또 경선 결과에 따라 상대 후보의 불법동원 폭로는 더욱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측된다. 

이정미 기자voice@voiceofpeople.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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