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댐 때문에 홍수났는데 국가명승 회룡포 '삽질'하겠다고?
국가명승 회룡포까지 준설하겠다는 황당한 환경부... "엉터리 삽질 계획 안돼"
24.11.08 12:06 l 최종 업데이트 24.11.08 14:10 l 정수근(grreview30)
▲내성천의 아름다움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회룡포. 영주댐 건설 이전 2008년 경의 모습이다. 온통 모래로 구성된 하상이라 물빠짐이 수월할 것이다. ⓒ 신병문관련사진보기
▲영주댐 댐본체 준공 후 2022년 9월의 회룡포의 모습. 영주댐으로 인해 그 고왔던 모래톱은 사라지고 온통 풀밭으로 변한 내성천의 모습이다. 이 두 사진만 봐도 영주댐으로 인한 내성천의 변화를 극명하게 볼 수 있다. 이 식생들로 인해서 물빠짐도 방해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 정수근관련사진보기
11월 초 현재 회룡포 모래톱 준설과 제방 축제를 포함한 '내성천 하류권역 하천기본계획'이라는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 협의가 진행중에 있다. 환경부 산하 대구지방환경청이 환경영향 평가를 통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대통령 한 마디에 국가명승 회룡포에 '삽질'하겠다는 환경부
이 사업은 원래 국가하천을 관리하고 있는 역시 환경부 산하기관인 낙동강유역환경청에서 지난해 홍수기 회룡포마을이 물에 잠긴 것을 이유로 홍수예방을 목적으로 계획하게 됐다. 그에 따라 이 사업의 환경적 문제가 없는가 사전에 환경평가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환경부 산하기관인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사업의 주체이고, 이 사업에 대한 평가 역시도 환경부 산하기관인 대구지방환경청에서 실시하는 이상한 구조에 놓여 있어서, 과연 공정한 평가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든다. 초록이 동색이고,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라 제 식구 감싸기 행정이 될 가능성이 있는지라 이에 대한 우려가 큰 것이다.
사실 이러한 하천 공사는 4대강 사업 후 그동안 국가차원에서는 잘 벌이지 않는 사업이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7월 국무회의에서 미호강 홍수피해 현장을 언급하면서 "미호강은 애초부터 수위가 정말 높았다. 하천 준설 정비를 제대로 해라"고 홍수를 예방하려면 준설을 해야 한다는 그 한마디가 지침이 돼 전국의 하천 곳곳에 준설공사가 실시되고 있다. 급기야 우리 하천 원형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는 내성천에서도, 그것도 내성천에서 가장 아름다운 구간이라 국가명승지로 지정된 회룡포에서마저 준설공사를 강행하겠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 것이다.
▲7일 대구지방환경청 앞에서 열린, 국가명승 회룡포에 대한 삽질 계획 철회 요구 기자회견의 모습 ⓒ 정수근관련사진보기
이에 낙동강네트워크와 대구환경운동연합 그리고 안동환경운동연합과 전농 예천군농민회 등이 7일 대구 달서구에 있는 대구지방환경청 앞으로 달려가 "국가명승 회룡포 삽질이라는 황당한 길을 가려하는 윤석열의 환경부를 강력 규탄"하고 "홍수를 유발시키고 국보급 하천 내성천마저 망치는 애물단지 영주댐부터 허물어라"는 주장을 하기에 이르게 된 것이다.
즉 지난해 7월 회룡포마을이 일부 물에 잠긴 홍수피해가 난 것은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人災)로 영주댐의 수위관리 실패에 따른 것으로 홍수예방 등 다목적으로 지어진 영주댐이 오히려 홍수피해를 키웠다는 주장인 것이다.
영주댐 때문에 회룡포마을이 잠겼다
이들이 이런 주장을 하는 근거는 <내일신문> 남준기 기자의 '와미스'라는 국가수자원관리종합정보시스템을 통한 분석 기사와 당시 마을 주민의 현장 증언을 토대로 하고 있다. 먼저 <내일신문>의 기사를 살펴보자.
영주댐은 6월 30일 유입량 480톤의 강우가 내렸을 때 수위 155미터로 홍수기 제한수위 156.7미터에 근접했다. 이때 방류량은 초당 17톤이었다. 7월 5일 유입량 209톤의 강우 때 초당 119톤을 방류했지만 수위는 157미터로 홍수기 제한수위를 넘었다. 영주댐은 9일에서 13일까지 방류량을 초당 52.7톤~54톤으로 유지하면서 수위를 153미터로 유지했다.
15일 초당 1030톤의 유입량이 들어왔을 때 방류량을 552톤까지 늘렸지만 수위는 160.68미터까지 올라가 만수위 161미터 코앞까지 갔다. 이는 지난 2020년 8월 하류 홍수피해를 키웠던 용담댐 합천댐 섬진강댐 사례와 유사한 경우로 해석된다.
여기에 대해 영주댐관리단 관계자는 "영주댐은 수위 153미터가 돼야 여수로 방류를 할 수 있다"며 "그 이하 수위에서는 발전방류로 수위를 조절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더 이상 물을 내려보내고 싶어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내일신문> 2023년 7월 18일, '영주댐 수위관리 한계, 회룡포가 잠겼다')
▲지난해 7월 15일 회룡포마을 침수 당시의 모습 ⓒ 정수근관련사진보기
기사에서 지적하는 바는 지난해 6월말에 한 차례 큰비가 왔고, 실제로 홍수피해가 난 7월 15일 사이에 약 보름간의 시간이 있었는데 그 기간에 홍수기 제한수위까지 물을 가둘 것이 아니라 물을 대폭 빼놓았더라면 15일 회룡포마을 침수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인 것이다.
당시 영주댐은 미준공 상태이기도 했기 때문에 물을 가두어 둘 하등의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물을 충분히 빼서 더 큰 홍수를 대비하기보다는 물을 가둘 목적으로 수위관리를 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이 영주댐관리단 관계자의 잘못된 해명이다. 기사에서도 나오지만 여수로란 곳을 통해서 물을 방류할 수 있는 수위가 153미터란 것이다. 즉 그 이하로 물이 떨어지면 여수로로 방류가 안되고 발전방류로 물을 내보는 수준으로만 물을 뺄 수 있다는 해명을 한 것이다.
그런데 영주댐에는 최하단에 배사문이 있어서 물을 빼려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 더 뺄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배사문으로 물을 빼고 있는 장면이 육안으로 그대로 목격되기도 했다.
(동영상은 사이트로 이동해서 보세요) https://omn.kr/2aw6j
▲ 영주댐 방류 배사문(왼쪽으로 물이 빠져나오는곳)으로 영주댐의 물이 빠져나오고 있다. 가운데 상단이 여수로 그리고 오른쪽이 발전방류로 물이 빠져나오는 곳이다. ⓒ 남준기
남준기 기자는 9월 23일 영주댐 현장에서 여수로와 발전방류 수문 그리고 여기에 더해 배사문(댐 본체 좌측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곳)까지 열어 물을 방류하고 있는 현장을 고스란히 담은 영상을 기자에서 보내주었다.
따라서 영주댐관리단 즉 수자원공사가 제대로 수위관리를 했더라면, 다시 말해 물을 가두어둘 것이 아니라 충분히 빼두었더라면 15일 회룡포마을 침수라는, 그 마을 주민의 표현대로 "육십 평생 처음 겪는 물난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란 사실이다.
또 하나의 증언은 이름을 밝히기를 꺼려하는, 지난해 홍수피해 직후 회룡포마을에서 만난 이 마을 주민의 증언인 바 "상주보 등의 영향으로 삼강 쪽에서 강물이 빠지지 않아 내성천 쪽으로 강물이 역류했다"는 것이다.
영주댐 허물고 내성천의 '오래된 미래' 되찾아야
▲붉은색이 제방 축제 계획이고, 하천 안 노란색 원이 준설 계획선이다. ⓒ 환경부관련사진보기
사실이 이런데도 불구하고 환경부는 사실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도 않은 채 대통령 한마디에 재빠르게 곳곳에 하천준설 계획을 잡게 되고 수해가 났으니 이곳 회룡포도 준설을 하겠다는 것이다. 국가명승이고 흰수마자라는 멸종위기 1급의 어류가 살건 말건 준설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의 계획을 세운 것이다.
환경단체들과 회룡포를 사랑하는 예천지역 주민들이 회룡포 '삽질' 반대와 영주댐 해체를 외치지 않을 수 없는 배경인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주장한다.
"실지로 내성천은 영주댐으로 그 원형을 심각히 잃어가고 있다. 고왔던 모래가 쓸려내가려가고 영주댐으로 인해 상류에서 더 이상 고운 모래가 공급 안 되니 강바닥은 더욱 파여나가고 주변은 풀과 나무가 들어와 전 구간 은백의 백사장을 자랑하던 '모래강 내성천'의 명맥을 끊어놓고 있다.
상황이 이럴진대 국가명승 회룡포에 준설을 강행하겠다는 이런 황당한 주장이 어디 있는가. 아무것도 모르는 대통령 한 마디에 환경부라는 전문 집단이 참으로 빈약한 이유를 내세워 국가명승지에까지 삽질을 하겠다는 것은 명백한 잘못으로 그 책임을 철저히 물어야 될 일인 것이다."
이에 이들은 전략환경영향평가 본안 협의를 이행하고 있는 환경부 산하기관인 대구지방환경청을 향해 다음과 같은 강력한 주문을 한다.
"대구지방환경청은 진실로 제대로 된 평가를 내놓아야 한다. 만약 섣부르게 회룡포 준설과 제방 축제라는 엉터리 삽질 계획이 가능하도록 하는 그 길을 터주는 역할을 한다면 그 역사적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국가명승 회룡포 준설과 제방 축제라는 엉터리 삽질만큼은 하천기본계획에 들어가서는 절대로 안 될 일이니, 대구지방환경청은 환경부 산하기관답게 소신 있는 판단을 해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대구지방환경청 앞 기자회견에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 정수근관련사진보기
환경부(낙동강유역환경청)가 계획하고, 그 계획을 다시 환경부(대구지방환경청)가 평가하는 이상한 구조에 놓여 있는 하천사업이다. 부디 환경부 제식구 감싸기란 비난을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구지방환경청의 소신있는 평가가 있어야 할 것이다.
또한 지금은 이들 환경단체의 주장대로 "지금 환경부가 그 이름을 걸고 회복시켜야 할 것은 내성천이라는 국보급 하천의 아름다움이다. 전 구간 은백의 모래톱과 맑은 강물이 흘렀던 그 내성천의 '오래된 미래'를 되찾기 위해 노력해야 할 일이지 엉터리 '삽질'을 해서야 절대로 안 될 일"인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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