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은혜 경기지사 만들기' 뒷받침하는 PNR 조사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watchdog@mindlenews.com 입력 2024.11.28 10:00
 
유독 PNR만 후보적합도 김은혜 1위 올라
출마예정자간, 국힘내 모두 오차범위밖 우세
평일 단 하루 오전 11시~오후 9시 조사 공통점
대선 공표 여론조사와 동일한 수법 사용했나?
"윤석열이 유승민 제쳤을 때부터 벌어진 일"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쉐라톤 뉴욕 타임스퀘어호텔 내 프레스센터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9.22. 연합뉴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2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쉐라톤 뉴욕 타임스퀘어호텔 내 프레스센터에서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9.22. 연합뉴스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김은혜 의원을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로 만들기 위한 공천에 개입했다고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이 폭로한 가운데, 명태균 씨가 실질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여론조사업체 피플네트웍스리서치(이하 PNR)가 시행한 '국민의힘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만 김은혜 후보가 경쟁자인 유승민 전 의원을 크게 앞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른 업체의 여론조사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이 김은혜 후보를 앞서는 결과도 많이 나왔고, 실제 김동연 후보가 경기도지사로 최종 당선됐기 때문에 PNR이 여론조작 기법으로 조사를 벌여 '김은혜 대세론'을 만들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앞서 창원시장 선거와 서울시장 선거 등에서도 PNR이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고 강원도지사와 경남도지사 국민의힘 후보 공천 과정에 명 씨가 개입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는 녹취록이 나오는 등 명 씨를 둘러싼 국민의힘 공천 비리 의혹이 끝을 모르고 쏟아지는 모양새다.
 
김은혜 오차범위 밖 우세를 점친 PNR
다른 여론업체 조사와는 상이한 결과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이 2022년 경기도지사 선거 관련 각종 공표 여론조사를 분석한 내용을 종합하면, 2022년 4월 15일 공표된 PNR 여론조사(미래한국연구소와 시사경남 공동 의뢰)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가 유승민 국민의힘 후보, 김동연 민주당 후보를 오차범위 바깥에서 앞서는 결과를 냈던 것으로 확인됐다(김은혜 29.9%, 김동연 22.8%, 유승민 17.4%). 
 
2022년 4월 15일 발표된 미래한국연구소, 시사경남 공동 의뢰 PNR 여론조사. 2024.11.28. 출처 PNR
2022년 4월 15일 발표된 미래한국연구소, 시사경남 공동 의뢰 PNR 여론조사. 2024.11.28. 출처 PNR
 
2022년 4월 15일 발표된 미래한국연구소, 시사경남 공동 의뢰 PNR 여론조사. 2024.11.28. 출처 PNR
2022년 4월 15일 발표된 미래한국연구소, 시사경남 공동 의뢰 PNR 여론조사. 2024.11.28. 출처 PNR
 
국민의힘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도 김은혜 후보가 유승민 후보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고, 정당 지지율도 국민의힘 45.3%, 민주당 35.4% 로 국민의힘이 8%포인트(p) 정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2022년 4월 14일(목) 오후 1시부터 오후 9시까지 단 8시간 만 진행됐다. 통상 이틀 이상 여론조사를 벌이는 타 업체에 견줘 매우 짧은 시간 안에 진행된 것이다.
 
조사 일시의 차이는 여론조사 결과에 상당한 차이를 불러온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뉴데일리> 의뢰로 PNR이 국민의힘 후보 적합도 조사를 벌여 공표한 결과를 보면, 유승민 후보와 김은혜 후보가 오차범위 내 경합을 벌이는 것으로 나왔는데, 같은 기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임에도 이질적인 결과가 나왔다. 뉴데일리 의뢰 조사 때는 2022년 4월 15일(금)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16일(토) 오전 11시부터 오후 5시까지 총 16시간 조사를 했다.
 
2022년 4월 16일 발표된 경기인사이드뉴스 의뢰 PNR 여론조사 결과. 2024.11.28. 출처 PNR
2022년 4월 16일 발표된 경기인사이드뉴스 의뢰 PNR 여론조사 결과. 2024.11.28. 출처 PNR
 
그 외 나머지 PRN 조사는 김은혜 후보가 유승민 후보를 여유있게 따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4월 16일 공표된 <인사이드뉴스> 의뢰 PNR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이 조사에서도 경기도지사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국민의힘 김은혜 후보가 34% 지지율을 기록해 18%에 그친 민주당 김동연 후보, 15.2%에 그친 국민의힘 유승민 후보를 큰 격차로 따돌렸다. 이 역시 조사일시가 4월 15일(금)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10시간만 진행되는 특징을 보였다. 
 
2022년 4월 9일 경기인사이드뉴스 의뢰 PNR 여론조사 보수진영 후보 적합도 조사. 2024.11.28. 출처 PNR
2022년 4월 9일 경기인사이드뉴스 의뢰 PNR 여론조사 보수진영 후보 적합도 조사. 2024.11.28. 출처 PNR
 
2022년 4월9일 공표된 <인사이드뉴스> 의뢰로 진행된 국민의힘 지지층을 상대로 한 국민의힘 후보 적합도 PNR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김은혜 후보가 39.5%를 얻어 34.1%를 얻은 유승민 후보를 크게 따돌렸다. 특히 해당 여론조사는 김은혜 후보가 경기도지사 선거출마 선언을 한 뒤 처음으로 실시된 여론조사였는데 단숨에 1위를 한 것이다. 이 조사는 2022년 4월 7일(목)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단 10시간만 진행됐다.
 
문제는 이렇게 김은혜 후보의 지지율이 유승민 후보를 월등한 격차로 앞서는 여론조사 결과는 오직 PNR이 시행한 조사뿐이었다는 점이다. 김은혜 후보가 본격적으로 출마 선언을 하기 이전에 나온 여론조사의 경우 대체로 유승민 후보가 김은혜 후보를 큰 격차로 앞서는 결과가 나왔다(2022년 4월3일 조원씨앤아이, 리얼미터, 한길리서치).
 
 
김은혜 후보가 출마선언을 한 2022년 4월 6일 이후 다른 여론조사 기관들은 대체로 두 사람이 오차범위 내에서 경합하는 결과를 발표해 우열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민주당을 포함한 경기도지사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 김은혜 후보가 앞서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국민의힘 후보 적합도 조사에선 유승민 후보가 김은혜 후보를 앞서는 결과가 나온 조사도 꽤 있었다(4월 10일 모노리서치, 4월 13일 리서치뷰, 4월 18일 글로벌리서치, 4월 19일 리얼미터).
 
경기도지사 후보 적합도 조사 항목과 국민의힘 후보 적합도 조사 항목에서 모두 김은혜 후보가 유승민 후보를 오차범위 밖의 격차로 앞서는 것으로 나온 여론조사는 오직 PNR 여론조사뿐이라는 점은, 국민의힘 내부 경선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PNR이 여론조작을 펼친 것 아닌지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대선 공표 여론조사와 동일 수법 사용했나
"윤석열이 유승민 제쳤을 때 부터 벌어진 일"
 
유독 PNR 여론조사에서만 김은혜 후보의 지지율이 유의미하게 높게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PNR의 특이한 조사 방식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앞서 <워치독>의 지난 보도(명태균 진행한 '공표' 대선 조사도 수상한 흔적 수두룩)에서 PNR이 '지나치게 짧은 조사 시간'과 민주당 지지층이 쉽게 답할 수 없는 '평일 낮 시간에 집중적으로 시행’ 하는 조사 방식을 유지했던 게 드러난 바 있다. 김동연 민주당 후보보다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의 경쟁력이 높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역시 이러한 조사 방식을 택했을 수 있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14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법원(창원지법)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4.11.14.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과 미래한국연구소의 불법 여론조사 의혹 등 사건의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14일 오후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법원(창원지법)에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2024.11.14. 연합뉴스
 
언론에 공개된 2021년 9월 29일 '명태균-강혜경 녹취록'도 보면, 명 씨가 강 씨에게 "연령별 하고 지역별하고 다 맞추고 여성하고 맞춰갖고 곱하기. 그거 한, 해 가지고 한 (응답 샘플을) 2000개 만드세요"라고 지시하거나 "그 다음에 그 TV 토론(문항)은 홍(준표)을 한 4% 빼"라고 지시하며 여론조사 질문 중 특정 문항을 콕 집어서 구체적으로 수치까지 언급하며 조작을 지시한 흔적이 나온다.
 
26일 <JTBC> 단독 보도에서 공개된 2022년 4월 28일 '명태균-강혜경 녹취록'도 보면, 명 씨가 강 씨에게 "여론조사 가라(가짜)로 만들어야 되는데 잘 들어요. 김영선 35%, 김지수가 23%, 장동화도 비슷하게. 그 다음에 김종양이는 17%"라고 지시하거나 "여론조사 그래프를 만들어야 되는데 그냥 저번에처럼 가라(가짜)로 만들어"라고 지시하며 직접적으로 가짜 수치와 조작한 그래프를 통한 여론조작을 지시한 흔적이 나온다. 여론조작을 위해 조사 때 갖가지 방식을 총동원했을 수 있다.
 
김은혜 의원의 경기도지사 출마 선언도 처음부터 의문투성이였다. 김 의원은 2022년 3월 11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변인으로 임명됐으나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사임했고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유승민 전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윤 당선인이 김은혜 의원을 내려보낸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유 전 의원은 경선이 끝난 뒤 페이스북에 "일반 국민 여론 조사에선 승리했으나 책임당원 투표에서 대패하며 경선에서 탈락했다"며 당시 자신의 탈락을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에서 있었던 '진박(眞朴, 진실된 친박) 공천'에 빗대어 비판했다.
 
2022년 4월 국민의힘 경선 탈락 후 유승민 페이스북 게시글. 2024.11.28. 페이스북 갈무
2022년 4월 국민의힘 경선 탈락 후 유승민 페이스북 게시글. 2024.11.28. 페이스북 갈무
 
한편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경기 화성을)은 지난 14일 윤 대통령이 경기도지사 후보 공천에 개입했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SBS>와 한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김은혜 의원이 찾아와 안철수 의원을 분당갑에 보내지 않으면 경기지사 선거에서 질 것 같다며 징징댔다고 전하면서 안 의원의 분당갑 공천을 요구했다. 당시 국민의힘 전략은 안 의원을 인천 계양을에 보내는 것이었다. 윤 대통령이 경기지사에 유승민 전 의원을 제치고 김은혜 의원을 넣으며 시작된 일"이라고 밝혔다.
 
김은혜 의원은 이 의원의 주장에 대해 아직까지 공개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워치독>은 김 의원에게 해당 의혹에 대한 답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권력감시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조하준·허재현·김성진·김시몬 기자 watchdog@mindlenews.com
 
☞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은 리포액트 허재현 기자, 시민언론 민들레 김성진 기자, 시민언론 뉴탐사 김시몬 기자, 굿모닝충청 조하준 기자가 만든 권력 감시 공동 취재팀이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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