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검' 기자님들께, 두 가지 부탁 꼭 드립니다
검찰이 흘려주는 팩트에 의문을 갖고, 나머지 진실에도 관심 가져주길
24.11.28 20:22 l 최종 업데이트 24.11.28 20:22 l 이광철(vi2002)
 
서울고법 형사 11-3부는 지난 25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사건으로 기소된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선고 후 이 전 비서관은 당시 검찰발 언론보도를 지적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이 전 비서관의 동의를 얻어 해당 글을 싣습니다.[편집자말]
 
스스로를 '친검(親檢)기자'라고 생각하는 분들께 드립니다.
 
본론을 말씀드리기에 앞서, 사족처럼 붙여둡니다. 이 글은 스스로를 친검이라고 생각하는 언론종사자들로만 대상을 한정하여 쓰는 것이며, 언론계에 계시는 분들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글이 아닙니다. 저는 언론의 사회적 역할을 존중합니다(조선일보 빼고요).
 
언론을 통해 비틀린 '김학의 출금금지 사건'
 
친검 기자님들, 두 가지 부탁말씀 꼭 드립니다.
 
첫째, 검찰이 흘려주는 소위 팩트에 대해 의문을 가져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왜 내게 이걸 주지?'라는 의문은 바라지 않습니다. 그 의도까지 기자님께 문제삼으라고 하면 이 글은 공허하지요.
 
검찰이 기자님께 그 팩트를 흘리는 의도야 뻔하고 그걸 거부하라는 건 취재원을 잃고 자칫 검찰에 찍힐 수 있을테니까요. 다만, 이 팩트만 보도되면 사안의 전체 진실을 왜곡하여 결과적으로 거짓을 보도할 위험은 없는지는 꼭 의문을 가져주십시오. 기자로서 최소한 진실을 보도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은 있으실 줄 압니다.
 
 SBS는 지난 2021년 4월 3일 <[단독] "이광철 靑 비서관이 김학의 출국 금지 지시">란 제목의 보도를 내보냈다.
▲SBS는 지난 2021년 4월 3일 <[단독] "이광철 靑 비서관이 김학의 출국 금지 지시">란 제목의 보도를 내보냈다. ⓒ SBS 화면캡처
 
김학의 사건을 예로 들겠습니다. 2021년 4월 3일, SBS는 저녁 8시 뉴스에 위와 같은 사진과 자막을 붙여 제가 김학의 출국금지를 "지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당일 저녁 긴급출금의 결정은 법무부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었고, 이 결정에 따라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 조국 민정수석에게 이광철 이름 석자를 거명하여, 이광철로 하여금 검찰과거사진상조사단 검사에게 출금조치를 취할 것을 연락해달라고 요청하였습니다.
 
아래 사진들은 해당 사건의 1심 판결문에서 가져온 것인데 읽어보시면 바로 확인이 될 것입니다. 검찰은 이미 관련 압수수색을 통해 이 점을 확인하고도 이광철이 출금을 "지시"했다고 집요하게 언론에 흘렸습니다. (관련기사 : '김학의 긴급출금' 완전 무죄... 이규원 일부 유죄도 뒤집혀 https://omn.kr/2b4hu)
 
위 4월 3일 SBS 보도뿐 아니라 이미 2월부터 이 점이 계속 보도되었습니다(이미 수차례 보도된 것인데 단독 타이틀을 단 SBS의 태도가 합당한지 의문입니다). 결국 이광철이 김학의 출금을 "지시"했다는 위 SBS를 포함한 언론보도는 모두 오보이고 거짓기사입니다.
 
 이광철 전 비서관이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1심 판결문 중 일부
▲이광철 전 비서관이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1심 판결문 중 일부 ⓒ 이광철
 
 이광철 전 비서관이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1심 판결문 중 일부
▲이광철 전 비서관이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1심 판결문 중 일부 ⓒ 이광철
 
둘째, 앞서의 의문에 더해 검찰이 흘려주지 않은 나머지 진실의 퍼즐을 취재해 주십시오. 김학의 사건의 경우, 이광철은 당시 고위공무원단 나급, 종래 2급 직위의 공무원이었습니다. 위로 1급의 비서관도 있고, 그 위로 차관급 수석도 있습니다. 더구나 김학의 출국시도는 법무부가 파악해서 청와대 보고한 건이란 게 2021년 1월 수사 개시 당시 이미 주지의 사실이었습니다.
 
청와대에 보고가 안 되어 이광철만 알고 있는 사실이면 모를까, 청와대가 다 아는 사안을 2급 직위의 선임행정관이 수석, 비서관을 배제하고 부처의 공무원들에게 "지시"하는 게 조직 위계상 가능한가요? 이런 상식적 이야기가 꼭 판결문에 적혀야 이해가 될 수준은 아니지 않을까요?
 
따라서 이광철이 출금을 "지시"했다고 검찰이 흘리면 기자들은 그 검사에게 물었어야 했습니다.
 
"출금은 이광철이 결정한거예요?"
"출금을 결정한 사람은 누구예요?"
"그때 조국 민정수석은 뭐 했대요?"
 
당시 보도할 때 기자들의 이런 질문은 없으셨던 것같습니다.
 
저는 친검 기자들이 검사랑 친한 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하는 일인데 기자들의 윤리의식이 타 직종보다 더 우월한 것도 아니고, 그런 높은 도덕적 수준을 주문하면 이 글은 공허해지니까요.
 
그러나 '친검기자'의 방점이 '친검'에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자'에 방점이 있는 거라고 믿고 싶고, 그래야 한다고 봅니다.
 
언론의 문제가 많이 지적됩니다. '백화제방'같은 주장들이 쏟아집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건 진실입니다. 진실에 입각하기만 한다면 의도, 입장 이런 건 부차적이라 생각합니다. 단, 부분의 진실이 전체 진실을 왜곡하는건 용납될 수 없습니다. 스스로를 친검기자라 생각하시는 분들께 위 두 가지 부탁 꼭 드립니다.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한 조국혁신당 이규원 대변인(왼쪽), 차규근 의원(가운데),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법원을 나서고 있다.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한 조국혁신당 이규원 대변인(왼쪽), 차규근 의원(가운데),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법원을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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