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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혁명’은 여전히 뜨겁다…30만 시민 “윤석열 체포, 한덕수 탄핵”
윤석열 탄핵 첫 주 주말 대규모 촛불집회…헌재 파면 촉구, 한덕수 직무대행 경고 목소리
김백겸 기자 발행 2024-12-21 20:16:01
21일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열린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범국민촛불대행진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제공 : 뉴스1
21일 오후, 정부 서울청사를 촛불시민이 포위하고 있다. ⓒCCTV 화면
내란 수괴 윤석열을 탄핵한 ‘빛의 혁명’은 여전히 뜨거웠다. 30만 시민이 ‘내란 동조’ 윤석열 내각이 모인 정부 서울청사를 포위했다. 파면 시간 끌기가 끼어들 틈은 없었다. 윤석열 체포와 구속을 촉구했다.
시민들은 헌법재판소 방면으로 행진했다. 행진은 헌재에 발부된 경고장 같았다. 국민의 명령은 ‘윤석열 파면’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21일 ‘윤석열 즉각 체포·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이 진행됐다. 시민들은 경복궁 동측 동십자각에서 광화문, 경복궁역 네거리까지 전차선, 의정부터 열린시민광장과 광화문광장 북단을 가득 메웠다. 주최 측은 이날 참석 인원이 30만명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야 5당 정치인들은 윤석열 파면과 내란 잔당 척결, 정치 검찰 해체를 시민들에게 약속했다.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대외협력위원장은 “내란의 핵심 가담자 김용현과 여인영 등은 모두 체포되고 구속됐다. 하지만 윤석열은 ‘내란은 없었다. 비상계엄은 정당했다’고 버티며 수사 거부, 재판 거절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인면수심이고 후안무치한 자다. 윤석열을 당장 체포해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국혁신당 신장식 대외협력위원장은 ‘속도전’을 강조했다. 신 위원장은 “자전거는 페달을 밟아서 속도를 내지 않으면 결국 멈추고 쓰러진다. 탄핵도 마찬가지”라며 “우리는 윤석열 탄핵이라고 하는 방향을 정확하게 잡았다. 속도를 내야 한다. 여기서 속도를 붙이지 못하면 자전거는 넘어지고 탄핵은 좌절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진보당 공동대표 홍희진 청년진보당 대표는 “한덕수는 지금 자신의 처지를 대단히 착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대표는 “당신의 권한은 내란범 윤석열에게 받은 것이 아니다. 이 나라의 주인인 국민으로부터 받은 것”이라며 “비상계엄 사태부터 내란의 동조자였지만 국정 안정을 위해 최소한의 권한을 줬던 것인데 주제 파악 못 하고 내란 특검 미루면서 윤석열의 아바타처럼 행동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내란범 윤석열 체포, 내란 공범 한덕수 탄핵, 반드시 빠르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본소득당 노서영 최고위원 역시 “국민의 총리가 아니라 윤석열의 총리가 될 것을 선택한 한덕수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다. 월요일이든 화요일이든 기한을 정하고 그날까지 특검과 헌법재판관 임명에 답을 내놓지 않으면 바로 탄핵하자”고 제안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는 ‘혁명은 저절로 익어서 떨어지는 사과가 아니다. 떨어뜨리는 것’이라는 에르네스토 체 게바라의 말을 인용했다. 한 대표는 “오늘 우리가 생각하고 실천하는 만큼 세상이 변하고 그 실천이 바로 내일의 역사가 되고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자유롭고 더 평등하고 공정한 세상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범시민대행진에 함께해야 할 전국농민회총연맹의 ‘윤석열 체포 전봉준 투쟁단’ 트랙터 행렬은 끝내 합류하지 못했다. 경찰은 경기도와 서울의 남쪽 경계인 남태령고개에서 트랙터 행진을 봉쇄했다 전봉준 투쟁단 책임자 하원호 전농 의장은 “130년 전, 일본군이 국토를 유린하고 국가의 폭정에 맞서서 싸웠던 동학혁명군의 후예들, 바로 농민이다. 농민은 나라의 위기를,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을 단 한 번도 좌시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하 의장은 “내란 부역자 경찰이 우리를 막아섰지만, 농민들은 굴하지 않고 경찰과 대치해서 끝까지 이기겠다. 윤석열 체포·구속, 국민의힘 해체까지 전봉준 투쟁단은 끝까지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21일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열린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범국민촛불대행진에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제공 : 뉴스1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십자각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체포·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 대행진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제공 : 뉴시스
“탄핵은 경유지다. 결코 종착지가 아니다” 사회대개혁 한목소리
광장은 윤석열 체포·구속 그다음을 향해 있었다. 윤석열을 내쫓은 한국 사회가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묻고 있었다. 시민들은 “탄핵은 경유지이지 결코 종착지가 이나”라고 강조했다.
무대에 가장 먼저 오른 사람은 옥탑방에 살고 있는 대학생 이석훈씨였다. 이씨는 “코딱지만 한 방에 웃풍이 들이치는데 윤석열이 난방비를 올려놓아서 난방을 제대로 틀지 못한다. 무슨 밸런스 게임을 하자는 것도 아니고 웃풍 맞기랑 난방비 폭탄 맞기 둘 중 하나 선택해야 한다. 이래가지고 감기 걸려서 지금 마스크를 쓰고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의 삶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사회 초년생인 친구들은 비정규직, 계약직 인턴으로 “갈려 나가”고 그 와중에 포괄임금제 “때려 맞으면서” 야근이랑 주말 출근을 밥 먹듯이 해 “갈려 나가 번아웃이 왔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런 청년들의 삶 어디에 희망이 있나. 대안이 있나”라고 외쳤다.
하지만, 이씨는 알고 있었다. 윤석열을 탄핵 시킨 힘이 어디서 나왔는지, 그 힘이 어디로 가야 할지 알고 있었다. 이씨는 “계엄군을 막아선 우리가, 평일마다 주말마다 추워도 집회에 나선 거리에 나선 우리가 해낸 것”이라며 “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은 우리에게 있다. 이 힘을 그냥 국회의원들한테 넘겨줄 순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근혜를 끌어내렸지만 우리들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 이번에는 순순히 우리의 힘을 국회의원들한테 넘겨주지 말자”며 “우리 삶의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하자. 물가 폭등, 일자리, 주거 등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너무 많다. 더 이상 이렇게는 살 수 없다”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조직된 ‘중증장애인 모임’ 위유진씨가 무대에 올랐다. 그는 “만약 비상 계엄이 신속히 해제되지 않았다면, 활동지원사가 당장 다음 날 아침 출근하지 못했다면 저는 말 그대로 방 안에서 홀로 죽어가고 있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7일에는 시민으로서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국회로 향했다. 그러나 그곳에서 마주했던 건 ‘왜 휠체어 같은 걸 타고 이런 데 오냐’라는 또 다른 폭력이었다”고 강조했다. 위씨는 “장애인은 남의 투쟁에 느닷없이 끼어든 불청객이 아니다. 여성, 장애인, 취업, 노동자, 소수자들은 언제 언제나 어디에나 존재한다는 사실을 망각해서는 안 되며 끝까지 연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탄핵은 경유지이지 결코 종착지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평화가 곧 생존인 민통선 주민이 마이크를 잡았다. 파주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50대 남성 윤설현씨는 “계엄 당일, 여러분이 유튜브를 보고 국회로 달려갈 때, 나는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혹시 탱크가 이동하는지, 대포 소리가 들리는지, 헬기가 이동하는지 왔다 갔다 하느라 밤을 새웠다”고 말했다.
그는 “계엄을 하기 위해 대북 전단 원점을 타격 시도하고 평양 무인기로 북한을 자극했다는 뉴스를 듣고 나니 너무 어이가 없었다. 수십만 명이 살고 있는 접경 지역은 여기서 아주 가깝다. 파주·고양·김포·연천 등 수십만 국민의 목숨을 담보로 전쟁을 시도한 것은 윤석열이 국가 원수가 아닌 매국·역적·패륜 도당이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파주를 비롯해 접경 지역은 바뀐 것이 하나도 없다. 여전히 북한을 자극하는 대북 스피커와 남한 주민들에게 어려움을 주는 대남 스피커가 틀어져 있다”며 “대북 전단 살포 중단과 대북 확성기 중재를 촉구하는 법안을 국회에 청원하려고 한다. 촛불 시민이 함께해달라”고 호소했다.
집회 현장 한쪽에 마련된 의료 부스에서 진료 지원을 하던 전진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책국장은 “윤석열은 군사 쿠데타뿐 아니라, 의료 민영화 쿠데타도 준비했다”고 지적했다. 국민건강보험 재정을 악화시켜 민간 보험을 강화하고 개인 질병 정보도 보험사들에게 제공하는 등 한국 사회의 의료 시스템을 근본부터 흔들고 있었다는 것이 전 국장의 설명이다.
오후 5시께, 집회가 끝나고 행진이 시작됐다. 시민들은 끝없이 이어졌다. 동십자각을 출발한 선두가 1.9km 떨어진 명동 입구에 도착한 뒤에도 후미에는 출발 못 한 시민들이 남아 있었다. 경복궁에서 안국역으로 이어지는 율곡로와 안국역에서 종각역으로 이어지는 우정국로, 종각역에서 명동까지의 남대문로 전체가 ‘윤석열 즉각 체포·사회대개혁’을 촉구하는 시민들로 가득 찼다.
행진이 시작되자 거북이, 멍, 젊은 그대 등 듣기만 해도 흥이 오르는 대중가요가 흘러나왔다. 시민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도 사이사이 리듬에 맞춰 “윤석열 퇴진”을 외쳤다.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가 나오자 떼창이 시작됐다.
21일 서울 명동에서 '윤석열 즉각 체포·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에 참석한 행진 대열을 본 시민들이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민중의소리
21일 서울 명동에서 '윤석열 즉각 체포·퇴진! 사회대개혁! 범시민대행진'에 참석한 행진 대열을 본 시민이 '탄핵커피 500원'이라고 적힌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민중의소리
행진을 지켜보는 시민들의 호응은 폭발적이었다. 명동 롯데백화점 맞은편 애플스토어 인도에서 행진을 보던 인천 시민 김예슬(39)씨는 방송차 사회자의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고 함께해주세요”라는 소리에 스마트폰을 꺼내 흔들었다. 김씨는 “촛불 집회에 같이 못 해 죄송스럽다. 마음이 무거웠는데 콘서트 같은 분위기라서 기분이 좋다. 퇴진 찬성하는 마음에서 같이 외쳤다”고 말했다.
명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오모(25)씨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나도 뭔가 해야겠다. 탄핵 커피 500원'이라고 적힌 손팻말 들고 있었다. 오씨는 “주말마다 이리로 행진해 오는 촛불 시민을 보고 있다. 추우니까 따뜻한 거 마시고 가시라고 들고나왔다”며 “매장에서도 주말마다 집회 이벤트를 하고 있다. 파이팅하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행진 목적지에 도착한지 1시간이 지났으나, 시민들은 집으로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끊이없이 이어지는 ‘탄핵 플레이리스트’에 따라 노래하고 춤췄다. 저녁 7시가 넘어서야 “다음주에 다시 모이자”는 구호를 남기고 해산했다.
국회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첫 주말인 이날, 전국 곳곳에서 윤석열 구속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윤석열정권 즉각 퇴진·사회대개혁 광주비상행동’은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시민총궐기대회를 진행했다. 대전 서구 은하수 네거리에서도 윤석열 파면과 국민의힘 해체를 촉구하는 시민대회가 열렸다. 대구에선 대구시국회의가 주최하는 ‘윤석열 즉각 파면·국민의힘 해체 대구시민 시국대회’가 진행됐다. 제주에서도 ‘윤석열 즉각 퇴진 요구 제주도민대회’가 열렸고, 이외에도 부산, 강원, 충청 지역에서도 많게는 1만여명이 참여하는 촛불집회가 진행됐다.
이날 광화문광장 쪽은 보수단체들의 탄핵 반대 집회와 닿았다. 보수 집회 참가하고 대열 중간을 지나던 한 노인이 “빨갱이 선동자”라고 외치자 시민들은 웃으면서 “그냥 가세요”라고 답했다. 충돌은 없었다. 경찰은 보수단체 탄핵 찬성 집회와 반대 집회를 차 벽 등을 이용해 완벽하게 분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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