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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령 트랙터 막은 경찰, 존재 이유 묻지 않을 수 없다
2022년 페루는 경찰이 친위 쿠데타 실패한 대통령 바로 체포... 우리는 왜 못하나
24.12.22 18:00 l 최종 업데이트 24.12.22 18:00 l 박성우(ahtclsth)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며 상경한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이 경찰과의 대치를 끝내고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이동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며 상경한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이 경찰과의 대치를 끝내고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이동하고 있다. ⓒ 이주연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며 상경한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이 경찰과의 대치를 끝내고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이동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며 상경한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봉준 투쟁단이 경찰과의 대치를 끝내고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이동하고 있다. ⓒ 이주연관련사진보기
 
21일부터 시작된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과 경찰의 대치는 다음날까지 멈추지 않았다. 전농이 추진한 '전봉준투쟁단 트랙터 대행진'은 21일 서울에 도착했음에도 경찰이 행진을 가로막는 탓에 남태령 고개에서 한동안 전진하지 못했다.
 
경찰의 진입 방해에도 불구하고 전농은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수많은 시민이 밤늦게까지 전농과 함께 경찰을 향해 길을 비키라고 항의했고 음식과 방한용품 등 수많은 후원이 쏟아졌다. 이처럼 2030세대 여성이 주축이 되어 연대의 뜻을 전하자 전농은 농민가의 "진리를 외치는 형제들 있다", "춤추며 싸우는 형제들 있다"의 가사 중 '형제'를 '우리'로 바꾸어 화답했다.
 
결국 경찰도 물러섰다. 22일 오후 4시가 넘어서자 경찰은 차벽을 해제하고 막아섰던 길을 뚫었다. 경찰의 차벽 해제는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경찰에 의해 서른 시간 가까이 지속된 대치 상황에 대한 책임은 따져 물어야 마땅하다.
 
경찰이 '교통불편' 내세우는 이유
 
 형사소송법 제212조는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없이 체포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형사소송법 제212조는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없이 체포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내란죄 피의자인 윤석열을 직접 체포하기 위해 한남동 관저까지 진격하겠다는 전농의 입장에 경찰은 "공공의 이익을 훼손할 정도의 극심한 교통불편이 야기될 우려가 있다"며 행진을 막아섰다. 하지만 기실 행진이 지난 16일부터 경남과 전남에서 출발해 서울에 이르기까지 별다른 교통불편이 없었던 점을 생각하면 교통불편은 핑계에 불과하다.
 
만약 경찰이 전농의 윤석열 체포를 막아설 법적 근거가 있다면 그것을 근거로 내세웠을 테다. 하지만 경찰은 그러지 않았다. 더 정확하게는 그러지 못했다. 전농을 비롯해 지금 남태령에 모인 시민 모두에게는 윤석열을 체포할 권리가 법적으로 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 제212조는 "현행범인은 누구든지 영장없이 체포할 수 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211조는 "범죄를 실행하고 있거나 실행하고 난 직후의 사람"을 현행범인으로 정의한다. 윤석열이 현행범이라면 누구든 체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수사 협조 안 하는 윤석열은 내란죄 현행범
 
태극기 두르고 경찰에 맞선 여성 22일 오전 2시경 서울 서초구 남대령고개에서 태극기를 두른 한 여성이 경찰버스 바리케이드앞에 서 있다. 전날인 21일 오후 전국각지에서 트랙터 행진을 하던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전봉준 투쟁단'이 서울에 들어오려다 경찰에 저지되자,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남태령고개로 달려와 밤샘 시위를 벌였다. 특히 서울도심에서 열린 윤석열 파면과 체포를 촉구하는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석했던 여성들은 행진을 마친 명동에서 지하철로 곧장 이동해 도착했다,
▲태극기 두르고 경찰에 맞선 여성22일 오전 2시경 서울 서초구 남대령고개에서 태극기를 두른 한 여성이 경찰버스 바리케이드앞에 서 있다. 전날인 21일 오후 전국각지에서 트랙터 행진을 하던 전국농민회총연맹 소속 '전봉준 투쟁단'이 서울에 들어오려다 경찰에 저지되자,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남태령고개로 달려와 밤샘 시위를 벌였다. 특히 서울도심에서 열린 윤석열 파면과 체포를 촉구하는 범국민촛불대행진에 참석했던 여성들은 행진을 마친 명동에서 지하철로 곧장 이동해 도착했다, ⓒ 권우성
 
12월 3일의 위헌 계엄은 내란죄에 해당한다는 게 대다수 법조인들의 판단이다. 그리고 이후로도 윤석열은 경찰과 검찰을 비롯한 어떠한 수사에도 협조하지 않고 있다.
 
1997년 대법원은 "한 지방의 질서를 근본적으로 교란할 정도"만 되어도 내란죄의 폭동을 적용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대통령이 수사 협조는커녕 오히려 대국민담화를 통해 자신의 죄를 부정하고 "끝까지 싸우겠다"며 내란을 선동한 지금, 대한민국 전역의 질서가 교란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즉, 윤석열은 지금 이 시간에도 충분히 내란죄 현행범으로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남태령의 농민과 시민은 국가가 법으로서 국민에게 부여한 권리를 행사하려 '이동'할 뿐이다. 그런데도 윤석열을 내란 혐의 피의자로 입건한, 한남동 관저에서 윤석열을 체포할 의무가 있는 경찰은 이들의 정당한 이동을 '교통불편'을 운운하며 위법하게 막아섰다. 그러한 경찰의 행태가 바로 남태령 곳곳에서 '경찰은 내란에 동조하나'라는 외침이 쏟아졌던 이유다.
 
경찰은 답해야 한다. 정당한 시민들의 이동을 왜 막아섰는지 말이다. 만약 교통불편때문에 그러했다면 그새 교통불편 우려가 사라진 것도 아닌데 왜 지금은 차벽을 해제했는지 말이다. 이에 제대로 답하지 못한다면 경찰은 처음에는 농민들은 차디찬 아스팔트에서 고립시키려 했으나 쏟아지는 시민들의 연대를 감당하지 못 해 행진 진압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페루에서는 친위 쿠데타 실패 당일에 경찰이 대통령 체포... 한국 경찰은 왜
 
 친위 쿠데타에 실패한 카스티요는 가족과 멕시코로 도주하려 했으나 탄핵 가결 직후 그를 체포하러 들이닥친 경찰에 의해 수도 리마의 경찰서로 압송당했다. 페루 국가 경찰청은 X(옛 트위터)에 카스티요의 얼굴(빨간색 동그라미)을 일부 가린 채 체포 현장 사진을 게시하기도 했다.
▲친위 쿠데타에 실패한 카스티요는 가족과 멕시코로 도주하려 했으나 탄핵 가결 직후 그를 체포하러 들이닥친 경찰에 의해 수도 리마의 경찰서로 압송당했다. 페루 국가 경찰청은 X(옛 트위터)에 카스티요의 얼굴(빨간색 동그라미)을 일부 가린 채 체포 현장 사진을 게시하기도 했다. ⓒ 페루국가경찰청 X
 
지금으로부터 2년 전인 2022년 12월 7일, 지구 반대편 페루에서도 2024년 12월의 한국과 비슷한 일이 벌어졌었다. 당시 페루 대통령이었던 페드로 카스티요는 자신을 향한 의회의 세 번째 탄핵 표결이 다가오자 의회를 해산하고 야간통행 금지령을 내리면서 비상정부 수립 이전까지 대통령령에 의해 페루를 통치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야당은 물론 내각과 여당에서도 "친위 쿠데타"라며 즉각 반발했다. 곧바로 페루 국회의원들은 의회에 모여 탄핵소추안을 발의했고 전체 의원 130명 중 101명이 찬성했다. 페루 헌법상 의원 표결만으로 탄핵 절차가 완료되기에 카스티요는 의회 해산 선언 5시간 만에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났다.
 
친위 쿠데타에 실패한 카스티요는 가족과 멕시코로 도주하려 했으나 탄핵 가결 직후 그를 체포하러 들이닥친 경찰에 의해 수도 리마의 경찰서로 압송당했다. 페루 국가 경찰청은 X(옛 트위터)에 카스티요의 얼굴을 일부 가린 채 체포 현장 사진을 게시하기도 했다. 내란 혐의로 재판 중인 카스티요는 2년 넘게 교도소에서 구금 중이다.
 
대체 대한민국 경찰이 페루 경찰보다 무엇이 못나서 내란죄 현행범은 체포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은 내란죄를 범한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확히 적시했다. 카스티요와 달리 윤석열은 아직 대통령 신분을 유지하고 있기에 체포가 힘들다는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경찰은 지금 조직 전체가 적극적으로 직무유기 중이다.
 
경찰이 윤석열 체포에 나서지 않으니 대신해 체포하겠다는 시민들에게 지원은 못 할지언정 적어도 막아서지는 말아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21일 엄동설한의 남태령에서 길을 막아선 대한민국 경찰은 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했나. 내란 혐의로 경찰 서열 1·2위가 나란히 구속된 시점에서조차 시민을 고립시키고 그들을 억압하기에만 몰두한 경찰의 존재 이유는 대체 무엇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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