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과 싸우는 권성동... "'내란발뺌 치매현상' 시전중"
8년 전 박근혜 탄핵소추단장 당시 본인의 논리 뒤집어... 야권은 일제히 반발
25.01.06 15:55 l 최종 업데이트 25.01.06 15:55l 곽우신(gorapakr)
 
헌법재판소 항의방문 나선 권성동 원내대표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4선 이상 중진 의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한 것과 관련해 항의방문을 마친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헌법재판소 항의방문 나선 권성동 원내대표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4선 이상 중진 의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한 것과 관련해 항의방문을 마친 뒤 청사를 떠나고 있다. ⓒ 연합뉴스관련사진보기
 
2025년의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017년의 권성동 의원을 부정하고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에서 '내란죄'를 빼는 부분을 두고 여당이 집요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가운데,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서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탄핵소추단 단장을 맡았던 권성동 의원의 논리를 지금의 권 의원이 반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인 셈이다.
 
권성동 "내란죄 뺀다? 탄핵 소추 성립할 수 없다... 재의결해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6일 오전, 당 중진의원들 및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함께 헌법재판소를 항의 방문했다. 윤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 등에 대한 탄핵을 우선 심사해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헌법재판소가 윤 대통령의 탄핵 심리를 편파적으로 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특히, 국민의힘은 국회를 통과한 탄핵소추안의 주요 혐의인 '내란죄'를 빼는 데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만약 이를 제외한다면 탄핵소추안 자체를 국회에서 다시 의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항의 방문을 마치고 언론사 카메라 앞에서 "국회에서 통과된 탄핵 소추문을 보면 첫 번째 문장에 '내란 행위를 했다'라는 표현이 나오고, 내란이라는 말이 38번이나 나온다"라며 "탄핵 소추문의 중요 사실의 변경이기 때문에, 만약 내란죄를 뺀다고 그런다면 탄핵 소추는 성립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서 '헌재는 각하를 해야 된다' 그리고 '탄핵 소추문 변경을 허용하면 안 된다'는 의견을 전달했다"라는 것.
 
그는 "이번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은 사유가 두 가지가 있다"라며 "실체적 절차적 계엄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부분이 하나 있고 두 번째는 내란죄의 수괴"라고 날을 세웠다. "내란죄의 수괴 부분 철회가 우리는 헌법재판소와 탄핵 소추인단 간에 '짬짜미'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그런 의심이 강하게 든다"라며, 헌법재판소의 해명에도 "여전히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권 원내대표는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과의 면담도 요청을 했는데 지금은 거부 상태에 있다"라며 "다시 한 번 공식적으로 면담을 요청하고, 만약 우리의 이런 요구 사항이 제대로 관철이 되지 않고 답변이 없을 경우에는 다시 헌재에 찾아와서 항의 방문할 계획"이라고도 덧붙였다.
 
8년 전 뇌물죄 등 삭제는 "지엽 말단적인 부분이라 가능"
 
소추위원과 이야기 나누는 권성동 의원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6차 변론이 2017년 1월 17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가운데, 권성동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이 소취위원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소추위원과 이야기 나누는 권성동 의원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6차 변론이 2017년 1월 17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가운데, 권성동 국회 탄핵소추위원장이 소취위원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현장의 기자들로부터 즉각 2017년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탄핵 당시의 이야기가 나왔다. 권성동 원내대표가 탄핵소추단장이었던 당시 뇌물죄와 강요죄를 탄핵소추안에서 빼는 과정에서 국회 재의결 없이 진행된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자 권 원내대표는 "그때는 탄핵 소추의 주된 사유가 국정 농단이었다. 그리고 국정 농단은 그대로 다 살렸다"라며 "뇌물죄 부분은 아주 지엽 말단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그 부분을 제외했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그런데 지금의 대통령 탄핵 소추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비상계엄이고 하나가 내란이다"라며 "이거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중요 부분을 탄핵 소추인단은 마음대로 철회를 할 수가 없다"라고 항변했다. "여기에 대해서는 국회의 재의결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라는 주장을 반복한 것.
 
탄핵소추안을 변경해 재의결할 경우, 지난번 가결 때와는 표결 결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예상하는지 이어서 묻자, 그는 "결과가 달라질지 여부에 대한 예단을 하지 않는다"라면서도 "재의결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말씀을 드린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즉답하지 않았지만,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재의결을 할 경우, 당시보다 이탈 표가 적어 부결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여권 내에 형성되는 중이다.
 
전현희 "내란발뺌 치매현상"... 천하람 "권력에 눈이 멀어서 헛소리"
 
하지만 당 밖에서의 비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권성동 원내대표가 자기가 한 말을 스스로 부인하는 '내란발뺌 치매현상'을 시전했다"라고 직격했다.
 
전현희 의원은 권 원내대표를 향해 "치료가 시급하다"라며 "'정신 차리라'는 의미에서 본인이 한 말을 확인시켜드린다"라고 회의실 스크린에 프레젠테이션을 띄웠다. 그는 "권성동 원내대표는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재판에서 '형법이 아닌 헌법 위반 위주로 탄핵소추 사유를 재정리하는 것은 국회 의결이 필요없다'라고 강조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라는 점을 상기했다.
 
이어 "'한 입으로 두 말하는 내로남불 대국민 사기극'을 권성동 대표는 시전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적법한 탄핵 심판 절차를 지금처럼 계속 방해한다면, 내란선동죄 처벌과 함께 정당해산의 심판으로 역사의 뒤안길에 매장될 것임을 경고한다"라고도 덧붙였다.
 
천하람 개혁신당 원내대표 또한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2017년의 권성동과 2025년의 권성동이 서로 싸우고 있다'라는 말이 맞는데, 2025년의 권성동이 권력에 눈이 멀어서 지금 헛소리하고 있는 것"이라고 저격했다.
 
천 원내대표는 "2017년 권성동 얘기 들으시면 된다"라며 "무슨 '국회에서 재의결을 하고 탄핵 소추를 다시 해야 된다' 이거 완전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날을 세웠다. "'이게 내란죄가 된다, 안 된다'라는 판단은 법원이 하면 되지만, 저희가 '헌법 위반이다'라고 하는 개별 사실들은 탄핵 소추 사유에 다 들어가 있다"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바뀌는 게 아니다. 우리가 쭉 사실관계 정리했던, 계엄의 밤에 있었던 내란 행위를 가지고 '이게 헌법 위반이다'라고 판단 받는 거는 '그게 내란죄냐 아니냐'라는 건 법률적 평가에 불과하다"라며 "이게 가능한지 안 한지, 새로운 의결이 필요한지 안 한지도 헌법재판소가 결정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도 아닌 사람들이 괜히 말 얹으면서 헛소리를 할 필요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 제보를 받습니다
오마이뉴스가 12.3 윤석열 내란사태와 관련한 제보를 받습니다. 내란 계획과 실행을 목격한 분들의 증언을 기다립니다.(https://omn.kr/jebo)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되며, 제보 내용은 내란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데만 사용됩니다.

 

Posted by civ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