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우리 군인 안내, 월담 막아, 국힘 당사로"... 그날밤 '치하'한 경찰
[영등포경찰서 무전 녹취록 확인] 강상문 서장, 계엄 현장 지휘... "조사·처벌 촉구"
25.01.09 10:19 l 최종 업데이트 25.01.09 10:20 l 박수림(srsrsrim)
▲12.3 윤석열 내란 사태 직후 국민의힘 당사 앞 모습. ⓒ 복건우
12.3 윤석열 내란 사태 당시 경찰이 국회와 더불어민주당 당사는 물론 국민의힘 당사 앞까지 출동 명령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내용이 담긴 무전에는 국회 담을 넘는 사람을 막고 계엄군을 특정 출입구로 안내하도록 지시하는 내용도 담겼다. 국회 등을 관할하는 영등포경찰서의 수장은 국회의 계엄 해제 의결에도 "계속 대기하라"고 지시했으며, 위헌·위법적 작전을 지휘해놓고도 격려와 치하로 상황을 마무리했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찰 상부가) 헌법에 위배되는 사항을 수시로 지시한 것"이라며 "관련해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오마이뉴스>는 경찰이 KBS 앞으로도 경력을 보낸 사실을 보도했다(관련기사 : [단독] 경찰, 계엄 직후 KBS 출동 지시...방송장악 의도였나 https://omn.kr/2bsiz).
"국민의힘 당사 정문 배열 완료"
<오마이뉴스>가 8일 양 의원을 통해 입수한 '영등포경찰서 112상황실 무전 녹취록'에 따르면, 경찰은 비상계엄 선포 1시간가량이 지났을 때 여야 당사에 도착했다.
녹취록에서 '상황실'은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1시 14분 국회로 이동 중인 전체 순찰차를 호출한 뒤 "국회 각 문 및 각 당사 도착하면 도착보고 할 수 있도록(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오후 11시 39분경 한 순찰차가 상황실에 "국민의힘 당사 정문 배열 완료"라고 보고했다.
그 시각 국민의힘 의원들은 비상 의원총회를 위한 집결 장소 문제로 혼돈을 겪고 있었다.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의원이 집결 장소를 국회에서 당사로, 당사에서 국회로 여러 차례 바꿔가며 재공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앞서 공개된 22대 국회 국민의힘 의원 텔레그램 단체방에는 혼란스러웠던 상황이 담겼다(관련 기사: 계엄의 밤, 국힘 108명 의원은 어디에 있었나 https://omn.kr/2bj7p).
비슷한 시각 더불어민주당 당사에도 순찰차가 도착했다. 다른 순찰차는 상황실을 호출하며 "민주당사 배치 완료(오후 11시 27분)", "민주당사 배열 완료(오후 11시 47분)"라고 보고했다. 이후 여야 당사 앞의 두 순찰차는 국회로 이동했다.
"담 넘는 사람 막고, 군인은 국회 7문으로 안내"
▲12.3 윤석열 내란 사태 당시 경찰이 국회를 둘러싼 채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 유성호
경찰이 국회에 제출한 당시 경력 배치도에 따르면, 영등포경찰서 및 지역관서 간부 등은 국회 1~7문을 포함한 주요 출입구 곳곳에 배치됐다. 무전 녹취록에는 이 같은 내용뿐만 아니라 담을 넘어 국회에 진입하려는 이들을 막고, 계엄군을 국회 안으로 안내하라는 명령도 담겼다.
상황실은 4일 오전 0시 29분, 순찰차 다섯 대를 호출하며 "국회경비대 정문 쪽에 담을 넘는 사람이 많이 있다는 상황이다. 그쪽(국회 정문)으로 이동해서 담을 넘는 사람(을) 막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지시했다. 이에 호출된 순찰차 한 대는 "네. 현재 4문 쪽(이다), 국회경비대 정문 쪽으로 이동하겠다"고 답했다.
오전 0시 58분엔 상황실 상황팀장이 국회에 출동한 지역관서 순찰차에 "주변에 보이는 우리 군인들, 군인들 확인이 되면 (국회) 7문으로 안내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알리기도 했다. 당시는 국회의원, 보좌진 등을 비롯한 국회 관계자들이 계엄 해제 의결, 계엄군 저지를 위해 담을 넘어서라도 국회에 들어가던 때였다.
▲12.3 윤석열 내란 사태 직후 경찰 통제를 피해 국회 담장을 넘고 있는 우원식 국회의장. ⓒ 국회의장실 제공
▲12.3 윤석열 내란 사태 직후인 4일 0시께 경찰 통제를 피해 국회 담장을 넘어 경내에 진입한 장경태, 윤종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과 마주하고 있는 모습. ⓒ 조혜지
강상문 영등포경찰서장이 직접 지시를 전파한 내역도 여럿 남았다. 4일 오전 0시 15분경 무전을 잡은 강 서장은 상황실을 향해 ▲ 임시편성부대 출동 현황을 보고할 것 ▲ 국회 출입구마다 경력을 분산 배치할 것 ▲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이후에도 계속 현 위치에서 대기할 것 등의 지시를 이어갔다.
"상황실, 경찰서장입니다. 현재 임시편성부대 편성된 직원들이 경찰서에 몇 명 도착했고, 몇 명이 이동했는지, 지역관서 순찰차는 전체적으로 몇대가 국회로 이동했는지 확인해 보고, 보고 해주세요." (12월 4일 오전 0시 21분 46초)
"상황실, 경찰서장입니다. 국회에서 온 지역관서 순찰차들, (국회) 4문 상황이 마감되었습니다. 지역관서 순찰차는 모여있지 말고 (국회) 3문에서 7문 사이에, 3, 4, 5, 6, 7문에 분산해서 기존에 배열된 순찰차에 더불어 배치 할 수 있도록 처리하세요." (12월 4일 오전 0시 32분 6초)
"상황실, 경찰서장입니다. 지금,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 이후에 상황 변화가 조금 있습니다. 지금 비상 소집되어 경찰서와 각 지역관서에 대기 중인 경찰관들은 별도 지시가 있을 때까지 계속 대기할 수 있도록 지시해 주세요." (12월 4일 오전 1시 21분 16초
강 서장의 지시는 약 3시간 뒤 "치하 지시"로 마무리됐다. 이 무전 직후 상황실은 근무자들에게 이를 전달하며 "서장의 치하 지시가 있었다"고 알렸다.
"상황실, 경찰서장입니다. 기동 경력들이 도착하기 전 매우 급박한 상황에 우리 영등포 모든 근무자들이 상황 유지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경찰서장 격려 지시하고 평상시로 전환해주세요. 고생 많았습니다." (2024년 12월 4일 오전 3시 24분 19초)
양부남 "위법 지시에 유감" - 영등포서 "질서 유지 업무"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2월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12.3 윤석열 내란 사태에 대해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질의하고 있다. ⓒ 유성호
비상계엄이 선포되더라도 계엄사령관의 사무는 행정·사법으로 한정된다(헌법 제40조, 계엄법 제7조 1항). 경찰이 국회를 봉쇄하는 등 입법 활동 또는 정치 활동을 막는다면 이는 헌법·계엄법에 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양부남 의원은 "영등포경찰서장이 비상계엄 당시 헌법에 위배되는 사항을 수시로 지시했고, 해산 이후 근무자들을 격려했다. 이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사안과 관련해 철저한 조사와 처벌을 촉구한다"고 전했다.
내란 사태 이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바 있는 강 서장은 8일 오후 <오마이뉴스>의 질의에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답변드리기에 곤란하다. 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해당 과장에게 설명해 드리도록 조치했다"고만 답했다.
▲12.3 윤석열 내란 사태 당시 국회에 투입된 무장한 계엄군. ⓒ 유성호
황아무개 경비과장은 '국회를 봉쇄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저희는 그날 계엄 관련 업무가 아니라 질서 유지 업무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계엄 당시 (국회) 안에서 (어떤 일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몰랐고, 몇 시에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가결됐는지도 전혀 알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며 "(국회 앞 시위 등이) 4일 오전 8시 정도에 끝이 났는데, 계엄이 해제됐다고 해서 저희가 빠질 상황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여야 당사에 경력을 배치한 이유'를 묻는 말에는 "그날만 특별하게 여야 당사를 수비한 게 아니다"라며 "평상시에도 늘 그렇게 경력을 배치한다. 오늘도 그렇고 1년 365일 늘 똑같은 경력으로 똑같이 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헌법과 계엄법에 반하는 지시와 수행이 있었던 게 아닌가'라는 말에는 "서장님은 서울(경찰)청의 지시를 받아 (현장 경력에) 지시하신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지시하신 건 없다"고 답했다.
이어 "당사에도 국회의원들이 모여 있는지 몰랐다"라며 "저희 눈앞에 보였던 건 시민들이 월담하거나 도로 쪽으로 나오는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당시 상황실에 머무르고 있었던 이아무개 범죄예방대응과장은 '경찰서장 치하 지시'라는 표현의 적절성을 묻자 "항상 근무 종료 시 (통상적으로) 하는 멘트(발언)"라고 답했다.
하지만 영등포경찰서 측의 '국회의 가결 상황을 몰랐다'는 주장은 녹취록 속 내용과는 다르다. 4일 오전 1시 21~22분 강 서장은 상황실을 통해 근무자들에게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가결 이후 상황 변화가 조금 있다. 비상 소집되어 경찰서와 각 지역관서에 대기 중인 경찰관들은 별도 지시가 있을 때까지 계속 대기하라"는 내용을 전달했다.
뿐만 아니라 강 서장은 4일 오전 1시 35분경 "서울(경찰)청장 지시 사항 외 추가 지시 사항을 전하겠다. '영등포 모든 경찰관들(은) 현 상태 유지하면서 대기하다 상황이 완전히 종결되는 것까지 확인 후에 해산하겠다'고 (서울경찰청장에게) 보고를 드렸고, '보고한 대로 근무하라'는 서울(경찰)청장 지시가 있었다.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는 현 위치에서 대기하라"고 전파했다.
경찰 수뇌부, 국회 봉쇄 등 이유로 구속기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일 오후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경찰 병력이 여의도 국회를 에워싸고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 유성호
한편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특수본, 본부장 박세현)은 이날 오후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내란중요임무종사 및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발표했다. 특수본 보도자료에는 두 사람이 국회 봉쇄를 강하게 지시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특수본은 "조 청장은 (지난해) 12월 3일 오후 11시 41~43분경 임아무개 경찰청 경비국장으로부터 '국회의원들까지 출입을 차단하는 것은 헌법에 맞지 않는 것 같은데 본청에서 지침을 달라'는 보고를 받았음에도 조 청장이 '포고령을 따르지 않으면 우리들이 다 체포된다. 지시대로 해라'라며 국회 출입 차단 지시를 유지했다"고 밝혔다(관련기사 : "안하면 우리들이 체포된다" 조지호 청장이 국회 봉쇄하며 한 말 https://omn.kr/2bsig)
이어 "김 청장은 3일 오후 11시 54분경 무전망을 통해 직접 기동대 지휘관 등에게 '서울경찰청장이 일방적으로 지시한다. 포고령에 근거해서 일체 정치활동이 금지된다. 현 시간부로 국회의원 및 보좌관, 국회사무처 직원들도 출입할 수 없도록 통제하라'고 지시해 국회 전면 통제 방침을 보다 확실히 전달했다"고 적시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4일 자정~오전 1시 30분경 국회 통제를 위해 기동대 22개를 추가 배치하는 등 약 1740명의 경력을 배치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 이후에도 오전 1시 45분경까지 국회 출입을 차단했다"고 했다.
▲12.3 윤석열 내란 사태 당시 국회 앞에서 시민들이 비상계엄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 권우성
▣ 제보를 받습니다
오마이뉴스가 12.3 윤석열 내란사태와 관련한 제보를 받습니다. 내란 계획과 실행을 목격한 분들의 증언을 기다립니다.(https://omn.kr/jebo) 제보자의 신원은 철저히 보호되며, 제보 내용은 내란사태의 진실을 밝히는 데만 사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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