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빌미로…‘전직’ 노상호, 현직 문상호를 부하처럼 부렸다
정혜민,배지현 기자 수정 2025-01-10 20:11 등록 2025-01-10 18:15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가운데 마스크 쓴 이)이 지난달 24일 아침 서울 은평구 서울서부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12·3 내란사태의 비선 기획자로 지목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지난해 11월 말부터 비상계엄 선포 직전까지 4일간 매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공관을 방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간인 신분의 노 전 사령관이 비상계엄 기획에 이어 실행에 이르기까지 깊숙이 개입했음을 보여주는 정황인 셈이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는 10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노 전 사령관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 특수본의 조사 결과를 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 초까지 총 20여회 방문했는데, 특히 지난해 11월30일부터 비상계엄 선포 당일인 12월3일까지 매일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 전 사령관은 공관촌 입구 위병소의 검문을 피하기 위해 장관 비서관이 운영하는 차량을 이용해 공관을 출입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비상계엄 선포 이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부정선거 의혹 등을 수사하기 위한 계엄사령부 합동수사본부 제2수사단 설치를 모의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예하 여단장과 갈등하며 하극상 논란을 일으켜 문책 인사가 예정됐던 문상호 정보사령관 유임을 김 전 장관에게 관철시켰다고 한다. 지난해 9월 국방부 장관이 교체(신원식→김용현)돼 문 사령관이 기사회생했으며 김 전 장관이 “노상원이 하는 일을 잘 도와주라”고 지시하면서 노 전 사령관이 문 사령관을 부하처럼 부릴 수 있게 됐다고 검찰은 파악했다.
김 전 장관과 비상계엄 계획을 긴밀하게 협의한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1월9일, 11월17일, 12월1일 경기도 안산의 카페와 롯데리아에서 문 사령관, 김봉규·정성욱 정보사 대령을 만나 “계엄이 선포되면 선관위 청사를 신속히 점거하고 부정선거 관련자들을 체포해 수방사로 호송할 것” 등 제2수사단의 구체적 임무를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상계엄 당일인 12월3일에는 구삼회 육군 2기갑여단장, 방정환 국방부 전작권전환티에프장, 김용군 전 3군사령부 헌병대장에게 중앙선관위 부정선거 의혹을 수사하는 역할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노 전 사령관은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내가 처리할 것”이라고 공언했는데 정보사 김봉규 대령이 선발한 정보사 요원 40명 중 3명에게 자신의 경호를 맡기고 자신이 노태악 위원장을 조사할 때 ‘위협을 가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에는 노 전 사령관은 여인형 방첩사령관의 지시를 받아 선관위로 출동 중이던 정성우 방첩사 1처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여기(선관위) 현장지휘관이 있으니 너희들이 오면 인수인계해 줄 것이다”, “여기 확보했으니 포렌식을 떠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검찰은 선관위 장악을 위해 노 전 사령관이 “방첩사와 정보사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고 결론 내렸다.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 확보한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는 사살, 북풍 공작 등 내란에 이어 외환죄까지 혐의가 확대될 수 있는 민감한 내용이 담겼지만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실체를 확인하진 못했다. 60~70쪽 분량의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는 정치인, 언론인, 종교인, 노동조합, 판사, 공무원 등이 ‘수거 대상’으로 적혀있고 “엔엘엘(NLL, 북방한계선)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 “국회 봉쇄”, “사살” 등의 표현이 담겼다. 분절적인 메모 형식이어서 어떤 의미인지 노 전 사령관의 진술을 통해 퍼즐을 맞춰야 했지만 노 전 사령관은 경찰 조사에 이어 검찰에서도 진술 거부를 유지했다고 한다.
검찰은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한편 수첩 메모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한 추가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 특수본은 “피고인(노상원)은 구속된 이후 일체의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며 “제기되고 있는 의혹 전반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수사를 계속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검찰이 공소장에서 밝힌 혐의 내용은 법원 판결을 거쳐 최종 확정됩니다.
정혜민 기자 jhm@hani.co.kr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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