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한에도 광화문으로 모인 20만명의 시민들...“이 혼란 끝낼 방법은 윤석열 체포뿐”
방한용품으로 무장한 시민들 20만명, 광화문 동십자각 일대 가득 메워
윤정헌 기자 yjh@vop.co.kr 발행 2025-01-11 19:53:50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 6차 범시민총궐기대회 ⓒ뉴시스
 
내란수괴 윤석열에 대한 두 번째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열린 광화문 집회에 20여만명의 시민들이 모였다. 혹한의 날씨에 시민들은 모자와 목도리 등 방한용품으로 무장하고 1시간 30여분간 진행된 집회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이들은 얼마 전 국회에서 ‘백골단’이 부활하는 등의 참혹한 현 상황에 대해 “이 모든 혼란을 끝내는 길은 오직 윤석열 체포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즉각퇴진·시민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은 11일 오후 4시 서울 광화문 동십자각에서 ‘윤석열 즉각 체포·퇴진! 사회대개혁! 6차 범시민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집회 시작 시간 훨씬 이전부터 모이기 시작한 참가자들의 손에는 ‘윤석열 구속’, ‘반란수괴 윤석열 체포’, ‘국민의힘 해체’ 등이 적힌 손피켓을 들려 있었다. 그들은 큰 목소리로 “내란수괴 윤석열을 즉각 체포하라”, “내란범 비호하는 국민의힘은 해체하라”, “대통령 경호처는 내란범을 비호 말라” 등의 구호를 쉴 새 없이 외쳤다.
 
이한솔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활동가는 “지난 한 달간 윤석열 퇴진을 위해 하나로 뭉치면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뻗어나가는 광경을 함께 목격했다”면서도 “백골단까지 버젓이 등장한 이 세상을 한탄만 하고 있지 않겠다. 내일의 청년들에게 불평등과 차별 없는 세상이 도래할 수 있도록 온 마음을 다해 함께 투쟁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윤석열을 지지하는 ‘반공청년단’은 국회에서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예하 조직으로 ‘백골단’을 운영한다고 밝혀 논란이 됐다. 백골단은 1980~1990년 집회·시위 현장에서 사복차림으로 시위대를 잔인하게 전담했던 경찰부대를 일컫는다.
 
해병대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항명 혐의를 받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1심에서 무죄 선고된 데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사유가 하나 더 추가 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박정훈 대령이 무죄면 윤석열은 유죄다. 명백한 탄핵 사유가 하나 더 추가된 것”이라며 “이제 채 상병 부모님의 절절한 바람대로 사망의 책임을 규명하고 수사 외압의 진실을 밝힐 시간이다. 윤석열이 세 번이나 거부했던 특검법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 6차 범시민총궐기대회 ⓒ뉴시스
 
시민들의 자유발언 이어졌다. 본인을 한남동 집회에 참여했던 인간 ‘키세스’라고 소개한 이예지씨는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 하시는 시민분들이 많으신데, 민주주의는 시민의 권리와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시민들의 힘으로 만들어 나가는 제도”라며 “국가와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무언가 해주기를 바라기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을 정치인에게 직접 요구하자. 저부터 진실을 말하고 진실을 알리고 불의에 저항하는 시민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주도 대안 교육기관인 보물섬학교 재학 중인 현채희 양은 “윤석열 대통령은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 문제에 대해 회피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고 있다”며 “본디 사람은 부끄러움과 미안함, 고마움을 느껴야 하는 존재라고 알고 있다. 학생 학생인 저도 성찰하고 부끄러워할 줄 안다. 그런데 이 나라의 대표인 윤석열 대통령은 왜 부끄러움을 모르나. 법적 책임을 회피하지 않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라”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우리는 오늘을 기억하고 새로운 역사를 써나갈 것”이라며 “우리가 바라는 것을 우리가 가진 힘으로 이룰 수 있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시민 발언에는 영화인 정지영 감독도 참여했다. 무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은 정 감독은 “(윤석열이 과거)‘전두환 전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를 참 잘했다’고 말했다”며 “우리는 너무 미숙했다. 이 말을 했을 때 우리는 그가 오늘과 같은 내란 상황을 만들지도 모른다는 예측을 했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또 과거 핵 위협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윤 대통령이 ‘선제 타격’을 언급한 데 대해 “이 말은 정말 끔찍한 말”이라며 “실제로 최근 속속 밝혀진 계엄 준비 사태를 보면 아마도 우리가 내란을 막지 못했다면 지금 북한과의 전쟁을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자신이 백골단의 쇠파이프에 맞아 거리에서 사망한 강경대 열사와 91학번 동기라고 밝힌 최은아씨는 “얼마 전 경대를 죽였던 백골단이라는 이름이 반공청년단과 함께 국회에서 부활했다. 우리 세대의 백골단은 폭력 경찰의 상징이지만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이승만의 정치 깡패 집단의 이름이기도 했다”며 “이승만은 이들의 폭력 사태를 유도해서 이를 빌미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승만의 백골단, 전두환·노태우의 백골단이 윤석열 집단과 함께 부활한 것이 과연 우연이겠나. 34년 전 경대를 죽였던 그 백골단의 이름으로 내란 공범이 준동하는 것을 내버려둘 수 있겠느냐”며 “내란과 외환 주범 윤석열을 당장 체포하고, 백골단을 비호하는 내란 공범 국민의힘을 해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평범한 직장인인 안민하 씨는 “내란세력은 저희를 동등한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장애인, 여성, 성소수자, 이주민 등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로 사회를 이간질하고 저희의 결속을 끊어내려 발버둥치고 있다”며 “이런 순간이야말로 우리는 다정해야 해야 한다. 내란수괴와 그 동조자들은 우리의 결속과 연대를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안씨는 “스스로 인간답지 않은 삶을 선택한 그들은 타인의 선의와 다정함을 두려워한다. 그들을 더 두려워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내란수괴를 끌어내리고 민주주의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함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비상행동, 6차 범시민총궐기대회 ⓒ뉴시스
 
비상행동을 대표해 무대에 오른 강세봄 진보대학생넷 대표는 “윤석열이 심어준 국가기관 요직에서도 내란범을 감싸주는 공범들이 튀어나오고 있다”며 “사회적 참사 피해자들을 철저히 외면했던 국가인권위가 윤석열의 인권을 지켜줘야 한다는 방탄 회의를 이번 월요일에 열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강 대표는 또 “이때다 싶어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백골단’을 모으고 극우들은 여론조사 전화를 받아 지지율을 올려주는 데 열심이다. 심지어는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을 죽이겠다고 살해 협박까지 하고 있다”며 “결코 윤석열 혼자서는 망하게 하지 않겠다는 저 갸륵한 이들을 한 명도 빼놓지 않고 역사의 내란 공범으로 기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 모든 혼란을 끝내는 길은 오직 체포, 그리고 파면뿐”이라며 “더 늦으면 안 된다. 이번 주 내에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집회의 마지막은 여성 듀오 ‘옥상달빛’의 무대였다. 집회 참가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참석한 옥상달빛은 “상처받은 여러분을 위해서 온 마음을 다해서 위로해 드리고 싶다. 수고가 많습니다”라며 자신들의 대표곡인 ‘수고했어 오늘도’를 불렀다. 그러자 참가자들도 함께 노래를 부르며 서로를 격려하는 장관이 연출됐다.
 
한편 이날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광화문 동십자각을 출발해 안국동 사거리, 종각역, 을지로입구역, 명동 신세계백화점 앞까지 행진을 벌였다.
 
Posted by ci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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